이종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소장
이종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소장
  • 정재수
  • 승인 2007.06.25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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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받는 어르신 지킴이 역할 최선”

지난 6월 15일은 ‘제2회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었다. 유엔(UN)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노인학대방지망(INPER)과 함께 세계 모든 나라에서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일깨우자는 취지로 지난해 6월 15일 정한 날이다. 우리나라에도 지난해 6월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개설돼 전국 18개 노인학대예방센터와 연계, 노인학대 근절에 나섰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학대 신고전화 운영을 비롯해 전국적인 홍보 등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14일에는 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맞아 ‘가족은 왜 노인을 학대하는가’란 주제로 우리나라 가족체계를 기준, 노인학대 현황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종준 소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민간 예방센터 지난해 전국조직망 갖춰
스스로 행복 추구 가능한 사회문화 절실

 

▷기관 설립 배경은.


노인학대는 가족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매우 복합적 요인을 갖고 있으며 악순환 되는 특징이 있다. 특히 피해 어르신들은, 가해자가 가족 구성원이나 자녀라는 이유로 학대 사실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노인학대가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르신들이 학대 사실을 숨기려 한다는 데 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학대를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문제로 인식하고, 정부와 함께 체계적으로 접근, 어르신들을 보호하고자 지난해 6월 설립된 기관이다.

 

지난해 1월 1일자로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인구보건복지협회’로 바뀌면서 이 기관의 위탁을 받아 지난해 6월 15일 제1회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에 맞춰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을 개소하게 됐다. 현재 중앙기관을 비롯해 전국 각 시도별 1곳(부산 및 경기도는 2곳)씩 모두 18곳의 예방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비전과 목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의 핵심은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지속발전 가능한 사회 추진 정책’이다. 노인보호 전문사업도 이와 맞물려 ‘세대가 상호 존중하는’ 학대 없고 독립적인 노후보장 사회’를 비전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방센터가 개소한지 1년이 지났다. 우선 내년까지 노인보호 인프라를 구축한 후 향후 노인학대 및 권익에 대한 인식향상, 사회안전망 구축,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노인학대예방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학대로 고통 받고 있으면서도 말 못하는 어르신들을 찾아 새로운 환경을 조성해 주는 한편 이 어르신들이 독립적으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사회·문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특히 지역기관이 먼저 출범한 뒤 중앙기관이 나중에 설립돼 각 기관 사업을 총괄하다보니 사업추진에 여러 혼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앙 및 지역기관 모두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같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상호협력 관계를 정립해 나가고 있다.

 

▷올해 역점 사업은.


가장 중요한 사업은 국민을 대상으로 노인학대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6월 14일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맞아 서울에서는 학자들과 사회단체 관계자 등을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했고, 각 지역 센터와 함께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도 펼쳤다.


또 학대로 인해 고통 받는 어르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원봉사 어르신들로 구성된 ‘노인학대지킴이’ 조직의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노인학대지킴이는 지역사회 내에서 학대의 위험에 노출돼 있거나 학대받는 어르신들을 위해 적극적인 신고와 상담을 펼치고, 홍보활동을 통해 지역구성원들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학대받는 어르신들을 보호하는 지킴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밖에 관련기관 및 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겠다. 이들은 대상 어르신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자칫 학대에 대해 무감각 해질 수 있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종사자들의 전문성과 인식수준을 향상시켜 나가겠다.

 

▷ 어르신들께 전하고 싶은 말은.


노인학대는 분명 심각한 사회문제다. 그러나 어르신들 스스로 학대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노인학대의 대부분이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므로 가정 내에서 해결책을 찾고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분명히 판단해야 한다.

 

학대 받는 어르신의 경우 누군가 옆에서 지켜주지 않는 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어르신 스스로 용단을 통해 적극 나서지 않으면 보호기관의 수혜자 밖에 될 수가 없다는 뜻이다. 어르신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적극 나설 때만이 온 세대가 함께 행복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지난 날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 앞으로 해야 할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정재수 기자 jjs@100ssd.co.kr

 


 

“어르신 스스로 독립생활 추구해야”

김은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연구팀장


반말 가벼운 욕설도 폭력… 경제적 학대도 급증
아들에 대한 의존성, 아들을 가해자 둔갑시켜


“노인학대 예방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학대에 대한 인식이다. 어르신들의 경우 학대를 받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분들이 많다. 가해자 또한 노인학대가 얼마나 큰 잘못인지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18개 지방노인보호전문기관(노인학대예방센터)의 운영을 총괄, 관리지원 및 조정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는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김은주(40) 연구팀장의 말이다.


김은주 팀장은 “노인학대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우리나라의 경우 수직적이고 권위적이며 폐쇄적인 전통 가족제도 속에서 살아온 어르신들과 수평적·평등지향적인 젊은 세대 간 마찰이 노인학대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학대는 주된 가해자인 아들과 부모간의 문제가 아니다”며 “급변하는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 가족체계 전반에 발생하는 불협화음과 단절 등이 원인이며 이 같은 위기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약자인 노인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학대는 노인에 대해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조사한 결과 언어·정서 학대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이 같은 원인에 대해 “어르신들에 대한 반말, 욕설, 위협·협박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젊은 세대의 행위 자체가 학대”라며 “서로의 관계에서 부딪혀 발생되는 사소한 갈등도 학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금전적 가치가 사회전반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재산을 가진 부모를 협박하거나 부모의 재산을 임의로 유용하는 경제적 학대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남성보다 여성 노인이 학대 받는 비율이 높았고, 가해자의 절반 이상이 아들이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우리나라 65세 이상 어르신 가운데 60% 이상이 여성이지만 인구 비율보다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의존성이 큰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아들에 대한 집착과 의존성이 높아 며느리를 적대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고부 갈등이 모자 갈등으로 비화해 아들이 부모를 학대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악화된다는 것이 김 팀장의 설명이다.


또 아들과 며느리가 똑같이 학대한다 해도 며느리보다 아들에 대한 배신감과 상실감이 크기 때문에 가해자를 아들로 지목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김 팀장은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대책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개선 등 일차적 노력보다는 다각적인 해결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며 “노인을 부담과 짐으로 여기는 가족 및 사회 인식을 없애는 한편 어르신들도 의존성을 버리고 독립적으로 생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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