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회의 꽃 ‘노인문화’가 없다
복지사회의 꽃 ‘노인문화’가 없다
  • 관리자
  • 승인 2007.06.3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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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문화 부재 공원서 소일… 경로당 활성화로 문화보급기지 돼야

문화생활이 노화를 늦춘다는 연구조사가 나왔다. 미국의 조지워싱턴대학 노화연구소의 연구진인 진 코헨 박사팀이 65세 이상 노인 300여 명을 그룹으로 구분하여 실험 추적 조사한 결과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하는 쪽이 덜 늙고 건강하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림그리기, 문학, 음악 등 창의적인 예술 활동에 나서지 못하는 대다수 보통 노인들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체 노인의 70%정도가 소일하며 지내는 경로당은 지금까지 문화 사각지대나 다름없이 방치돼 와 앞으로 새로운 문화적 복지서비스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노인회 중앙회 안필준 회장은 “노인들 대다수는 텔레비전과 경로당에서 하는 화투놀이가 문화생활의 전부나 다름이 없다”며 “앞으로는 문화적 복지서비스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문 밖에서 하는 문화활동도 빤하다. 서울의 경우 파고다공원이나 집근처 녹지공원에 나가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다.

 

건강하게 늙고, 노화를 늦추기 위해서라도 민초 같은 보통 노인들이 즐길 문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로당을 활성화 시켜 문화소비, 문화 보급기지화 해야 할 때다.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남미진 씨는 노인들이 즐길만한 문화가 없다는 질문에 “문화계통의 여러 뜻있는 단체와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복지관 등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경로당은 70~80세 노인들이 가는 곳이라 화투놀이를 하는 정도인 것으로 안다. 이 분들이 문화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씨는 6월 14일 한국노인학교 복지문화원(이사장 손인웅 목사)에서 있은 ‘한국노인복지와 문화생활’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일부 노인문화활동에 대해 방향과 자발성 등의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었다.


조순 전 부총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노인들이 고급식당에서 식사하는 장면은 흔하고 아름답다”고 말하고 “젊은이들은 일해야 하고 돈이 없어 하지 못하는 소비사회의 주류로 활동하는 노인문화가 있다”고 했다.


박철원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회장은 “독일의 한 공원 숲에서 책을 읽고 있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을 봤다”며 “그런 것이 선진국 노인문화가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여류소설가 김형경은 ‘사람풍경’이라는 책에서 “다른 것은 하나도 안 부러운데 독일의 노인문화는 정말 부럽구나”싶었다면서 “미술관의 한 그림 앞에 나란히 서서 오래 얘기를 나누는 노인부부, 기차에 마주앉아 테이블 위로 손을 맞잡은 채 서로의 눈을 그윽히 바라보는 노인부부, 손을 잡고 새벽 바닷가를 천천히 걷는 노인부부…”들을 열거했다.

 

작가의 눈에 보인 것처럼 한국에는 이렇다 할 노인문화가 없다. 강남대 고양곤 교수는 한 심포지엄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노인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고 아닌 경우 부정적으로 인식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경로당을 대다수의 노인을 문화의 사각지대에 두고 복지사회를 논할 수 없다.

박병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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