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과 함께 선홍색 피 나오면 호흡기내과 검진을
기침과 함께 선홍색 피 나오면 호흡기내과 검진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2.05 13:17
  • 호수 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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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혈 증상과 치료법

출혈양과 색깔 따라 위험도 달라… 사진 찍어 보여주면 진료에 도움
방치하면 피가 굳어 숨구멍 막아… 위급시 기도 뚫는 색전술 시행

▲ 기침과 함께 선홍색의 피와 가래가 섞여 나온다면 객혈을 의심하고 신속히 호흡기내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사진=한림대의료원

몸 어디에서든 피가 나면 당황하게 된다. 특히 양이 많다면 위험 신호로 간주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객혈이다. 객혈은 기관지나 폐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변에 피가 나오는 혈변(血便)이나 소화 기관에서 흘러나온 피를 토하는 토혈(吐血)과는 다르다.
객혈은 호흡기의 출혈로 기침이나 호흡 곤란을 동반하게 된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결핵 환자가 기침을 하면서 휴지나 손수건에 피가 묻어 나오는 장면은 객혈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증상을 각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폐나 기관지에서 나오는 혈액인지 위장관이나 식도, 치아, 코 등에서 나오는 혈액인지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기침을 동반하거나 선홍색이면 폐나 기관지에서 나온 객혈일 가능성이 높고 구토를 하거나 검붉은 색일 경우 토혈일 경우가 많지만 정확히 알기란 어렵다.
객혈이 발생하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당황스럽기 때문에 객혈과 함께 배출된 가래까지 포함해 그 양을 실제보다 과장되게 표현할 때가 많다. 따라서 의료진은 객혈의 양을 객관적으로 추측하기 위해 티스푼(약 3~5㎖), 소주잔(약 50㎖) 혹은 종이컵(약 180㎖) 등을 기준으로 물어본다. 이 때 객혈을 뱉은 휴지 또는 객혈을 모은 용기를 가지고 오거나 사진을 찍어서 의료진에게 보여주면 진료에 도움이 된다.
객혈은 양에 따라 24시간 이내에 10~20㎖가 배출된 경우 소량 객혈, 20~100㎖는 중등도 객혈, 100~600㎖ 이상을 대량 객혈로 구분한다. 객혈환자의 1~5%에서 대량 객혈이 관찰되고, 이들 중 20~50%에서는 생명에 치명적이다.
객혈은 출혈 그 자체로도 위험할 수 있지만 출혈의 양이 많아 배출되는 혈액이 폐포 내로 흡인되거나 혈액이 기도 내에서 응고되는 경우, 기도 폐쇄를 유발해 질식으로 인한 저산소혈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같은 대량 객혈에 의한 사망 위험은 원인 질환과는 무관하게 출혈량과 출혈 속도, 폐 내에 흡인된 출혈량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량 또는 중등도 객혈을 보이더라도 출혈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단이 이뤄져야 하며, 대량객혈에 있어서는 우선적으로 기도를 확보해 효과적인 산소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응급처치를 시행해야 한다.
객혈의 양 외에도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묻는 사항이 있다. 시작 시기, 빈도, 마지막 객혈 시기, 그리고 색깔이다. 객혈이 선명한 선홍빛의 색깔인지 검붉은 색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객혈은 기관지나 폐에서 나오기 때문에 선분홍 빛을 보이는 반면 토혈은 대개 위에서 나오는 구토 증상과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냄새가 있고 가래에 거품이 없으며, 색깔이 검붉으면서 위 내용물이나 음식물과 섞여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입으로 피가 나올 경우에는 동반 증상이나 시기, 객혈의 색깔 등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객혈을 유발하는 질환은 40여종 이상이지만 그중에서 대량 객혈에는 폐결핵, 기관지 확장증, 폐농양, 만성 기관지염, 폐암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결핵과 기관지 확장증의 유병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질환이 주요한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
객혈의 원인은 대개 흉부 X-선 검사 또는 CT(컴퓨터단층촬영)를 통해 감별하며, 출혈 위치와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기관지 내시경 검사를 추가로 실시할 수 있다.
기관지 내시경 검사는 객혈 환자에서 출혈 부위를 직접 내시경을 통해 관찰하는 방법으로 초기에 시행하는 검사 중 하나이다. 출혈이 확인되는 경우 90% 이상의 환자에서 출혈부위를 정확히 밝힐 수 있다.
출혈의 원인이 되는 질환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객혈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객혈의 양이 많을 때는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출혈을 신속하게 조절하기 위해 색전술(막힌 동맥을 뚫어 출혈을 막는 시술)을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색전술 한 번으로는 객혈의 재발을 100% 예방할 수 없으므로 2~3차례 반복적으로 시행되기도 한다.
색전술로도 출혈이 조절되지 않을 때는 출혈이 되고 있는 폐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수술은 객혈을 치료하는 가장 정확하고 근본적인 방법이다.
외과적 절제술은 대량 객혈이 기관지 내시경 등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응급 상황이 지속될 때 시행된다. 그러나 동맥 저산소혈증, 양측 폐질환, 절제 불능의 폐암, 폐동맥 고혈압, 출혈 부위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수술이 금물이다.
수술을 시행한 후에 생길 수 있는 합병증으로는 기관지와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에 비정상적인 통로가 생기는 흉막루가 있으며 그 외에도 폐출혈, 폐경색증, 호흡부전증, 혈흉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박인원 중앙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객혈의 예방은 결국 객혈을 일으킬 수 있는 폐질환의 예방으로 직결된다. 기관지염, 결핵, 폐암 등의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객혈이 발생하더라도 소량인 경우에는 적절한 진료를 통해 회복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당황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방문해 상담이나 적절한 응급 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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