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부터 공연장‧카페까지… 여기 병원 맞아?
갤러리부터 공연장‧카페까지… 여기 병원 맞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3.18 09:15
  • 호수 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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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편의 공간 제공하는 병원들
▲ 병원이 환자들의 편의성은 물론 심신의 안정을 위해 다양한 편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성모병원이 중동 등 해외환자를 위해 마련한 이슬람 기도실의 모습. 사진=서울성모병원

큐레이터 고용해 그림‧도예 작품 전시… 안과병원은 국내 첫 ‘눈 박물관’ 개관
무료로 음료‧간식 제공하는 카페도… 중동 환자 위한 이슬람 기도실 갖춰

병원은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공간이다. 이 때문에 환자는 병원에 있는 동안 질병의 고통으로 심신이 피곤하다. 치료받는 시간이 극히 짧다보니 치료시간이 끝난 나머지 병실 생활은 지루한 일상이 된다. 지루함이 지속되면 외롭고 우울해 지기 마련이다.
최근 병원들이 이 같은 환자들의 애로사항을 개선하고자 진료 공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목적의 이색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환자들의 편의성은 물론 아픈 정서까지 어루만지며 환자 만족과 심신의 안정을 끌어내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병원에 상설 전시를 할 수 있는 갤러리를 독자적인 공간으로 만드는가 하면 편안하게 진료대기를 할 수 있도록 카페를 마련해 무료로 음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특별한 문화를 가진 해외환자들을 위해 종교시설도 구비해 놓고 있다. 문화공간 조성 등과 함께 진화를 거듭하며 다양한 이색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병원들을 소개한다.

◇갤러리‧공연장까지 운영
최근에는 미술관에 굳이 가지 않더라도 각종 예술 작품을 병원에서도 흔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병원들이 갤러리를 별도로 개설하는가 하면 아예 상설 전시를 할 수 있는 갤러리를 마련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큐레이터 등 전시전문기획자까지 고용해 운영하는 병원들도 많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제일정형외과병원은 지난해 11월부터 1층 로비에 ‘J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개관일부터 J갤러리는 환자들과 지역주민들의 많은 관람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특히 정형외과병원의 특성상 천천히 가볍게 산책을 하며 운동을 해야 하는 병원 입원환자들에겐 산책도 하고 문화적 힐링까지 함께 할 수 있어서 색다르다는 평이다.
전시 작품은 강남문화재단 소속 국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매주 다르게 전시되고 있으며 청담동 다른 여타의 갤러리와는 다르게 비상업적인 갤러리이기 때문에 전시된 작품들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미술작품의 질을 높여 깊이를 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병원 1층 갤러리 SPACE-U에서 아시아 최초로 세계적인 생화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월터 길버트 박사를 초청, ‘월터 길버트 특별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전문 큐레이터가 직접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게 전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그림뿐만 아니라 도예 작품 등 작품의 스펙트럼까지 넓혀가고 있다
건국대병원은 지난 2005년 병원을 오픈한 이래 지금까지 2000회가 넘는 음악회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 지하 1층에 위치한 로비에는 6000만원 상당의 그랜드피아노가 설치돼 있으며, 전문 연주자들이 매일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정오의 음악회를 통해 다양한 음악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인천 부평의 안과전문병원인 ‘한길안과병원’은 국내 최초로 지난 20년 동안 수집한 눈 관련 유물과 자료가 전시된 ‘눈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눈 모형을 직접 만지면서 눈의 구조를 살펴보거나 건강한 눈을 지키기 위한 생활수칙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어린 아이들의 학습 장소로도 인기가 많다.
한길안과병원 관계자는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눈건강이 중요하다”며 “생활 속 작은 습관 하나로 우리의 눈을 지킬 수 있다는 걸 전시를 통해 느끼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박물관을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병원 속의 카페
진료과 특성상 여성 환자들이 많이 방문하는 피부과와 성형외과는 진료실 분위기를 카페처럼 꾸며 놓는 것은 물론이고, 무료로 각종 음료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세란병원 성형외과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할 틈도 없이 바쁘게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현실을 반영해 커피와 음료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카페테리아를 갖추고 있다. 또한 샌드위치와 과일 등 간단한 간식도 제공해 퇴근 후 종종걸음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직장인들을 배려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리안성형외과 1층에 들어서면 무제한으로 커피 등의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카페 한 켠에는 ‘뮤직테라피’라고 쓰인 방도 있는데, 푹신한 안마의자에 앉아 최신 음악을 들으며 산소 발생기에서 나온 신선한 공기까지 마실 수 있어 방문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종교 환자 위해 기도실도 갖춰
최근 중동 등 해외환자들이 우리나라 의료기관을 많이 찾음에 따라 병원들도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 국제진료센터, 이슬람신자를 위한 기도실 등과 같은 이색 공간 창출에 나서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21층 복도 한쪽에는 ‘이슬람 기도실’이 있다. 기도실에는 카펫, 코란, 나침반 등 이슬람 문화권의 필수품이 준비돼 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최근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UAE 아부다비 모하메드 왕세제 방문단이 환자식으로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에게 율법상 허용된 할랄 음식이 제공되고 병동 내 아랍TV방송, 이슬람 기도실이 준비돼 있는 것에 크게 만족했다는 전언이다.
서울아산병원은 병원 내에 다양한 종교 환자들을 위해 종교 시설을 마련해 놓고 있다. 종교 시설은 기독교 원목실 뿐만 아니라 불교 법당, 천주교 원목실까지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대한병원협회 김현수 사무총장은 “사실 병원 내부에 기도실 같은 종교시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운데 최근에 일부 대형병원에서 이러한 시설을 만듦으로써 다양한 문화를 가진 환자들을 배려한 부분이 돋보이자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의료 서비스 수준이 비슷하다면 아무래도 작은 부분에서도 배려를 한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 환자들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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