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음악까지 즐기는 경로당 ‘놀이’
운동에 음악까지 즐기는 경로당 ‘놀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5.27 11:05
  • 호수 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 시민 제안 바탕 ‘너나들이’ 프로그램 개발‧보급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이혜숙(51) 씨는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시어머니 손무순(81) 어르신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우연히 경로당을 방문했다가 손 어르신을 포함한 회원들이 평소 근력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80~90대가 대부분인 경로당 회원들이 가만히 앉아 화투 등으로 시간을 때우며 근력이 점점 퇴화되는 것을 고민하던 이 씨는 서울시에 경로당에서 즐길만한 프로그램 개발을 제안한다. 이를 받아들인 서울시는 전문가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팀을 구성했고 3개월 개발과정을 거쳐 완성한 놀이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서울시가 시민 제안을 바탕으로 개발한 경로당 놀이프로그램을 경로당에 보급하고 나서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서울시가 ‘건강존’ ‘힐링존’ 등으로 구성된 경로당 놀이 프로그램 개발·보급에 나섰다. 사진은 ‘건강존’에서 운동 중인 어르신의 모습.

경로당 내 ‘힐링존’ ‘건강존’ 등 만들어… 안내책 배포

최근 서울시는 경로당 놀이 프로그램인 ‘너나들이 프로그램’(이하 너나들이)을 개발하고 누구나 이를 경로당에 적용‧활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했다. 너나들이는 서울시가 지난해 시작한 ‘일리있는 디자인’(1‧2‧d)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1‧2‧d’는 사회문제에 대해 시민이 의견을 제안하면 지역주민, 대학생, 디자이너, 분야별 전문가, 기업 등이 소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프로그램은 노인들의 신체‧정서적 건강을 챙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힐링존, 건강존, 고향나들이, 나들이북 만들기’ 등으로 구성된다.
먼저 서울시는 일본 등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놀이 프로그램 정보를 수집하면서 동시에 노인복지전문가, 재활전문가,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팀을 꾸려 경로당의 실상을 파악했다. 이를 통해 운동기구는 있어도 잘 사용하지 않는 반면 체조프로그램을 곧잘 따라하고 경로당 내에서 독립된 공간을 선호하는 등 어르신들의 특성을 파악했다. 여기서 착안한 것이 건강존과 힐링존이다.
‘건강존’은 출입구 또는 화장실 근처 벽에 손‧발바닥 스티커를 붙여 회원들이 오가다가 손발을 짚으며 운동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힐링존’은 음악을 들으며 혼자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경로당에 1인용 의자와 CD플레이어, 헤드폰 등을 마련한 공간이다.
서울시는 어르신들의 반응을 살피고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서울 서초구 기녕당경로당에 시범운영을 실시하기도 했다.
5월 23일 방문한 기녕당경로당에서는 다른 경로당에서 볼 수 없는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경로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힐링존에 마련된 1인용 암체어(팔걸이의자)에 누운 손무순 회장이 머리에 헤드폰을 쓰고 음악 감상을 하고 있었다. 트로트 음악을 듣는 듯 콧소리로 내며 흥겹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화장실 옆에 마련된 건강존에서는 김정숙(86) 어르신이 손발운동을 하고 있었다. 벽면에는 1~10까지 적힌 손바닥이, 바닥에도 1~10까지 적힌 발바닥이 붙어있었다. 김 어르신은 벽면에 붙은 운동방법에 따라 1~10까지 순서대로 양손발을 움직였고 이후에는 반대 순서로 같은 절차를 반복했다. 10여분간 진행된 운동을 마친 김 어르신은 “틈 날 때마다 하다보니 전보다 훨씬 건강해진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초창기엔 경로당 거실 중앙에 테이블을 놓고, 그림 그리기, 만들기, 글쓰기 등을 하는 재미존도 기획했으나 바닥에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프다는어르신들의 의견을 반영해 과감히 폐지했다.
대신 탄생한 것이 ‘고향나들이’와 ‘나들이북’이다. ‘고향나들이’는 고향 지도를 그려보는 집단 미술활동이다. ‘나들이북’은 어르신의 인생사를 한 권으로 묶는 일종의 스토리북이다. 회원들이 좋아하는 것, 친구들과의 일상,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등을 인터뷰하고 이를 토대로 책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손무순 회장은 직접 만든 고향 지도와 나들이북을 보여주며 동심으로 돌아간 듯 밝은 미소를 지었다. 손 회장은 “평소에 잘 하지 않은 놀이를 즐기면서 평소보다 활기찬 경로당 생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너나들이’ 매뉴얼 등 관련 자료는 ‘1‧2‧d’ 홈페이지(12design.co.kr)를 통해 누구나내려 받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