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들이 봉기해 외적에 항거한 정신 기린다
의병들이 봉기해 외적에 항거한 정신 기린다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05.27 14:05
  • 호수 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월 1일 ‘의병의 날’ 계기로 본 의병의 역사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첫 의병 봉기한 날을 기념일로 제정
전국 37곳 의병도시협의회 결성… ‘의병도시 자전거 순례’ 실시

▲ ‘의병의 날’이 올해 제6회 기념일을 맞았다. 사진은 임진왜란 때 활약한 곽재우 의병장의 동상.

‘호국보훈의 달’ 6월이 되면 국토방위에 목숨 바친 군인들의 활약이 재조명 된다. 하지만 위기에 빠진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건 군인뿐만이 아니다. 전란이 일어나거나 외적에 의해 침략당할 때 평범한 백성들도 생업을 포기한 채 외적에 맞서 싸웠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외적의 침략이 많았다. 이때 자발적으로 구성된 민간 무장 조직을 의병이라고 한다. 조선시대를 거쳐 대한제국 시기까지의 의병들은 모두 이러한 형태로 조직돼 활동했다. 6월 1일 ‘의병의 날’은 이런 역사적 의의와 의병들의 애국·애족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대표적인 의병장으로 임진왜란 당시 경상도 의령에서 의병을 일으켜 크게 활약한 곽재우 장군이 있다. 의병의 날인 6월 1일은 그가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1592년 4월 22일(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이다. 이 날의 봉기는 이후 일어난 전국적인 의병활동 효시가 됐다. 이에 따라 제1회 의병의 날 기념식은 2011년 6월 1일 곽재우 장군의 고장 경북 의령군에서 열렸다.
곽재우 장군은 붉은 비단으로 된 갑옷을 입고 활동해 ‘홍의장군’이란 별명을 얻었으며, 2000명에 달하는 의병단을 지휘했다. 당시 경상 우도(성주·의령 등 28개 군현)는 그의 수호아래 있었으며, 전라도로 향하는 왜군도 정암진에서 차단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같은 시기 경상 좌도(울산·양산 등 37개 군현)에선 권응수가 의병을 이끌고 영천을 탈환했다. 이후 예천·문경 등에서도 연전연승해 왜군들이 두려움에 떨었다고 전해진다.
호남에선 김천일·고경명이 의병을 일으켰다. 경상도 도사를 지내다 고향인 전라도 나주로 낙향했던 김천일은 한양이 왜군에게 함락됐다는 소식을 듣고 송제민·양산숙·박 환 등과 의병 300명을 모아 북진했다. 고경명도 전라도 담양에서 의병장이 돼 6000여명의 의병을 이끌고 북상했다.
충청도에선 조 헌이 10여명의 유생과 함께 공주와 청주를 왕래하며 의병을 모집한 뒤, 곽재우와 같은 때에 옥천에서 봉기했다. 사명대사는 스승인 서산대사와 합세해 승려들로 이뤄진 ‘의승병’을 이끌고 평양성 탈환, 한양 수복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대한제국 시기 항일의병활동은 1895년 명성왕후 시해 사건을 계기로 촉발했다. 동학농민운동 세력을 기반으로 충청도 제천에서부터 봉기가 시작됐으며, 유인석·이소응 등이 의병단을 이끌었다. 이들은 지방의 주요 도시를 공략해 친일 관리와 일본인을 처단했다.

1905년 일본의 강압에 의해 을사조약이 맺어지자 최익현(호남 지역), 민종식(충청도), 신돌석(경상도 북부, 강원도 태백산맥 일대) 등이 주축이 돼 을사의병이 일어났다. 을사조약의 파기를 주장하며 친일 관료들을 축출했다. 이런 활동들은 후에 정미의병으로 이어졌고,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안중근 의사 등으로 대표되는 항일무장독립운동 세력의 근간이 됐다.
지난해 9월엔 의병들의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한 ‘대한민국 의병도시협의회’(이하 의병도시협의회)가 조직됐다. 충북 제천시의 주도로 결성된 이 협의회는 임진왜란과 구한말 당시 의병 격전지였거나 의병 선양사업을 하는 37개 의병거점지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제천시를 비롯해 충북 충주, 충남 공주, 강원 횡성, 경기 이천·안산, 경북 문경·영주, 전북 순창·고창, 전남 영암, 서울 성북구, 인천 남구 등이 참여했다.
의병도시협의회는 올해 제6회 의병의 날을 맞아 ‘의병도시 자전거 순례’ 행사를 실시했다. 자전거로 전국 각지에서 봉기한 의병들의 발자취를 더듬고 6월 1일 제6회 의병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충남 청양에 모여 하나가 된다는 구상이다.
순례단으로 선발된 인원은 협의회 소속 15개 시군 자전거 동호인 등 총 100명. 이들은 지난 2월 22일 발대식 후 코스를 답사해보는 등 꼼꼼히 준비했다.
5월 26일 순례단은 ‘북부순례단’, ‘동부순례단’, ‘서부순례단’으로 나뉘어 각각 충북 제천시, 울산 북구, 충남 아산시에서 대장정을 시작했다. 총 코스는 1500km로, 구한말 의병 활동이 활발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돌았다.
5개 시군이 참여하는 ‘북부순례단’은 충북 제천·충주·단양, 강원 횡성·원주, 경기 여주·이천·용인·안산·화성·평택, 충남 예산을 거쳤다. ‘동부순례단’은 총 4개 시군이 함께 했다. 이들은 울산 북구부터 경북 청송·안동·영주·예천·문경, 충북 괴산·증평·청주, 충남 공주·세종시를 돌았다. 3개 시군으로 구성된 ‘서부순례단’은 충남 아산, 경기 이천, 전북 무주·완주를 달렸다.
의병도시협의회 관계자는 “의병의 날은 국가기념일임에도 아직 덜 알려진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자전거 순례가 의병의 날의 취지와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스러졌던 수많은 의병들의 희생을 다시금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