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노인복지용구시장, 블루오션인가 ③
[특별기획] 노인복지용구시장, 블루오션인가 ③
  • 이미정
  • 승인 2007.07.20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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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친화용품 황금알?… 섣부른 단기성 투자는 禁物

내년 7월 1일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전국적으로 본격 시행되면 노인성질환에 걸린 어르신들의 수발에 필요한 침구·목욕·배변용품 등 이른바 ‘노인복지용구’가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노인복지용구 대여 및 판매 업체가 급증하고 있고, 시장진입을 준비하는 업체도 크게 늘고 있다. 이미 초기단계에 진입한 노인복지용구시장은 차별화 및 저비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노인복지용구, 과연 블루오션이 될 것인가  본지는 제77, 78호에 이어 마지막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시범사업 지역의 사례를 통해 노인복지용구시장의 현황과 발전과제를 분석했다.

 

환자 욕구 부합한 품목 개발 자부담 비율 낮춰야
저가 중국산·中古 일본산 상륙 국내 제조업체 위협


보건복지부는 내년 7월 전국적으로 본격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비, 현재 전국 1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3차에 걸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부터는 시범사업과 병행, 어르신들에게 복지용구를 조달키 위해 ‘복지용구 대여 및 판매 시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복지용구 대여 및 판매 시범사업은 13곳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시범사업 지역 가운데 대도시에 속하는 광주 남구, 수원시, 부산 북구 등 3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광주는‘탑헬스케어’‘하나의료기’ ‘(주)디에스메디텍’등 3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고, 수원은‘그린케어’‘아주의료기’‘(주)쌩스넷’‘에이원케어’ 등 4개 업체가 시범사업에 뛰어들었다. 부산은 ‘(주)Myes헬스케어’‘엠씨텍 시니어플라자’‘한독실버스’‘DYE매닉스(주)’ 등 4곳.

 

▶보험급여 품목 재설정해야

 

11개 업체 가운데 일부 업체들은 복지부가 선정, 발표한 보험급여 품목이 어르신 환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수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 업체 관계자의 지적이다.


광주 ‘(주)디에스메디텍’ 김상곤 대표는 “누워 지내야 하는 1~2등급 어르신들의 경우 거동이 불가능해 침대, 욕창방지 매트리스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품목이 필요 없다”며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어르신들에게는 침대, 변기 등 대부분의 용품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수원 ‘쌩스넷’ 권재환 대표는 “국내 어르신들의 현실과 문화 등을 고려, 환자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품목을 보험급여 대상으로 정했어야 했다”며 “특히 30~40년씩 의료기기를 판매하며 소비자의 욕구를 가장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의료기기판매업자들의 의견이 누락된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료기기판매협회 이선구 부회장도 “40~50년 동안 의료기기 판매업에 종사하며 국민의 기호를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의료기기판매업계의 의견은 제도도입 단계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했다”며 품목선정의 잘못을 꼬집었다.

 

▶대부분 중국·일본산…제조업 목 졸라

 

노인복지용구 제조업과 관련, 가장 힘들게 넘어야 할 산은 중국과 일본에서 밀려들어오는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산 저가 제품과 일본의 중고제품이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국산품의 설자리가 급속히 좁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설상가상, 최근 중국산 제품들의 품질이 몰라보게 향상돼 ‘저가고품질’ 전략으로 국내 노인복지용구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유럽 등 이미 고령화와 장기요양보험을 경험한 선진국 업체들의 국내시장 공략도 가시화되고 있다.

 

부산 ‘엠씨텍 시니어플라자’ 최종철 팀장은 “휠체어의 경우 스웨덴 제품은 최고 300만원에서 최저 30~40만원까지 다양한 제품이 마련돼 있다”며 “특히 일본산은 20~30만원, 국산 10~20만원, 중국산 10만원 이하의 가격대가 형성돼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중국산의 경우 일본산보다 품질은 현저히 떨어져도 가격이 10% 대에도 미치지 않아 주요 구매 품목을 석권하고 있다. 침대, 휠체어, 욕창방지 매트리스 등을 제외하면 국산품은 생산되지 않아 중국산 제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종철 팀장은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대해 “국내에는 세부 제조기준 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는데 과연 어느 업체가 노인복지용품 제조업에 뛰어들겠냐”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가하는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원 ‘쌩스넷’ 권재환 대표도 “노인복지용구를 포함한 의료기기 시장은 IMF 이후 지나친 정부규제로 인해 제조업의 씨가 마르고 있다”며 “이를 틈타 중국 업체들이 고품질로 국내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데다 장기요양보험을 노린 일본 업체들마저 여러 팀이 방문했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노인복지용구시장은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최근 개원한 서울시립 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의 기계욕실

 

▶“블루오션? 글쎄….”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9개월째 해당지역에서 장기요양보험 대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노인복지용구 대여 및 판매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이들 11개 업체의 반응은 일단 부정적이다.

 
한마디로 적어도 2~3년, 길게는 10년 이후 제도가 정착되기 전에는 노인복지용구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들 업체를 관리 감독하는 각 지역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들도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속단할 수 없다’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건보공단 광주지역본부 동부지사에 따르면 광주 남구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2만여명 가운데 장기요양보험 1~3등급 판정을 받은 어르신은 890여명이다.


이 가운데 장기요양보험 급여가 개시된 지난해 11월 이후 현재까지 150여명(16.8%)의 어르신들이 340개 품목의 노인복지용구를 구입 또는 대여한 것이 전부다.


주로 찾은 품목은 지팡이 등 저렴한 보행보조기에 집중됐다. 이어 욕창방지 매트리스, 이동형 좌변기, 미끄럼방지매트리스 등 소수 품목에 대해서만 수요가 발생했다.


광주 ‘(주)디에스메디텍’ 김상곤 대표는 “항상 누워 지내야 하는 1~2등급 어르신들의 경우 가정봉사파견원 등의 권유로 욕창방지 매트리스 정도만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 품목에 걸쳐 대여 및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수원 ‘쌩스넷’ 권재환 대표이사는 “지팡이, 미끄럼방지매트리스 등이 소량 판매될 뿐 나머지 용품에 대해서는 문의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당초 예상했던 매출이 100%라면 현재는 1%도 안 되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Myes헬스케어’ 상미숙 부장은 “현재로서는 수요층이 두텁지 않고, 15%의 자부담 비율도 수요창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어느 업체가 향후 5~10년 이후까지 적자를 견뎌내느냐가 사업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건보공단 부산 북부지사 김윤기 차장은 “노인복지용구시장을 당장 블루오션으로 인식하면 곤란하다”며 “2~3년 이후 제도가 안착된 이후 대상자와 대상지역이 전국 규모로 확대되는 시점에서 전망가능하다”고 말했다.

 

▶블루오션으로 향하는 길은.

 

그렇다면 노인복지용구를 비롯한 고령친화용품산업의 해법은 무엇인가. 분명한 사실은 노인인구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고령친화용품산업의 현주소는 태동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20여년전부터 고령화를 경험한데다 고령친화산업을 미리 육성시켜 착실한 성장단계를 거쳤다. 유럽 선진국의 경우도 마찬가지.

 

건보공단 광주 동부지사 김동석 노인장기요양보험센터장은 “노인복지용구사업자는 제품 생산의 고비용, 수요의 다양성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용품의 원가 및 제품의 적정성 검증 등 품목별 고시가 필요하며 내구연한, 이용제한 규정 등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 수원 동부지사 오성근 차장은 “장기요양보험제도와 복지용구에 대한 대국민 홍보강화가 가장 절실한 단기 처방”이라며 “특히 당장 복지용구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만큼 별도의 수익모델 개발도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수원지역 시범사업소 가운데 이전부터 의료기기를 판매했던 ‘아주의료기’와 ‘쌩스넷’은 부대사업으로 노인복지용구 대여 및 판매를 시작해 전체 수익률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노인복지용구만 취급하는 ‘그린케어’는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 오 차장의 전언이다.


수원 ‘그린케어’ 임창송 대표는 “노인복지용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현재까지는 수익성이 높지 않지만 앞으로 2년 이상 지나면 점진적으로 수익이 생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탑헬스케어’ 김명수 이사는 “고령화 추세에 비춰볼 때 장기적으로 노인복지용구를 비롯한 고령친화용품시장은 분명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제약조건과 선결과제가 산적해 섣불리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충고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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