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많아 치명적 부작용 우려
가짜 많아 치명적 부작용 우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7.01 10:43
  • 호수 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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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치료제 등 온라인 불법거래 성행

#1. 강원도 강릉에 사는 최모씨(44)는 가격이 저렴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했다. 하지만 복용 후 가슴 두근거림과 두통이 심해져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복약지도가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지만 최씨가 구입한 발기부전 치료제는 중국에서 제조된 불법 의약품이었기 때문이다.
#2. “여드름 치료제 ‘로아큐탄’ 10mg 100알 싸게 팝니다. 한창 여드름 때문에 고생해서 로아큐탄 약을 복용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많이 나아져서 한 박스 분량이 그냥 있네요. 여드름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면서 고생하시는 분 연락주세요.”(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의약품 불법거래 게시물)

약국에서만 구입이 가능한 일반약은 물론 의사의 처방전이 필수적인 전문의약품까지 온라인상에서 불법적으로 거래돼 적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식욕억제제‧여드름치료제‧발기부전치료제 등의 검색어만 입력해도 쉽게 의약품 불법거래 글을 찾을 수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의도적으로 감시망을 피해 음성적으로 유통하는 의약품뿐만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가 불법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거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개인 간 의약품 거래는 불법이다. 약사법 제 44조에 따르면, 약국개설자(약사 또는 한약사) 및 의약품판매업자가 아니면 약국 또는 점포 이외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된다.

▲ 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여드름치료제인 ‘로아큐탄’이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다.

복용하다 남은 고가 처방약 팔려고 내놓기도

하지만 현재 이를 위반한 불법 전문의약품 거래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해 새누리당 이종진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상 의약품 불법판매 게시물 적발 건수는 2011년 2409건에서 2014년 1만6394건으로 급증했다. 2014년 적발된 의약품 판매 게시물은 발기부전치료제(4722건), 종합영양제(2115건), 스테로이드제(1048건), 발모제(902건) 순이었다.
그럼 의약품을 불법으로 구매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먼저 의사에게 처방전을 받지 못한 환자다. 전문의약품은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약국에서 살 수 있는데 처방전을 받지 못하거나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처방전 비용 값이 부담이 되면 불법거래에 손을 뻗게 된다.
실제로 기자가 약품명을 넣어 ‘OOO 후기’라는 키워드로 검색했더니 판매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글은 중고거래 사이트나 해당 약품이 필요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로 연결됐다.
판매 글에는 대부분 “약을 복용하고 어느 정도 나아져서 남았다”며 “해당 질환으로 스트레스 받고 고민되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 적혀있다.
글 아래 달린 댓글은 물론 커뮤니티 운영자도 의약품 판매 글에 문제를 제기한 흔적은 없었다. 인터넷을 통하면 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을 벗어나 누구나 의약품을 사고 팔 수 있는 것이다.
비싼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인터넷을 찾는 사람도 있다. 최근 등장한 소발디, 하보니 등의 C형간염 치료제는 최근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전 3개월 약값만 3000만~4000만원에 달했다. 비용이 고가이다 보니 자신이 처방받아 복용하고 난 뒤 남은 약을 버리지 못하고 필요한 환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이주영 녹색소비자연대 의약품안전사용운동본부 본부장은 “예전에는 고가의 항암제를 환자들끼리 거래했다는 말도 들었다”며 “환자 입장에선 비싼 값을 치르고 약이 남았는데, 반품은 안 되고 버리기는 아까우니 다른 환자에게 돈을 받고 양도할 생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판매가 중단된 약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 거래를 하는 이들도 있다. 약국에서 팔아도 불법인 제품을 인터넷에서 버젓이 팔고 있는 것. 비만치료제인 ‘리덕틸’의 경우 지난 2010년 당시 유럽의약품기구와 미국 식품의약국이 주성분인 ‘시부트라민’이 심장 발작이나 뇌졸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판매 및 사용중지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리덕틸 뿐만이 아니라 국내 제약사가 만든 시부트라민 성분의 모든 의약품의 판매가 중지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온라인에서는 리덕틸 판매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이같이 온라인에서 불법 거래되는 의약품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우선 복약지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남용 우려가 크다. 의약품은 의사나 약사의 복약지도가 반드시 필요한데 온라인 의약품 구매는 이런 복약 지도가 아예 생략되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여드름 치료제인 ‘로아큐탄’의 경우 처방 전 환자들에게 부작용 가능성을 설명하는 시간이 진료 시간보다 길다. 전문의약품은 그만큼 신중히 처방해야 하는 약”이라며 “이 약을 잘못 복용하면 간 기능 저하나 고지혈증 등을 초래하거나 복용 후 2년 내 임신하면 기형아를 출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짜 약을 구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주영 본부장은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치료제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상품을 수거해 조사해봤을 때 성분함량이 맞지 않은 가짜약이 상당수였다”며 “이같은 약물을 함부로 구입해 진단 없이 복용하게 되면 지병이 있는 분들의 경우 심혈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짜 약을 구매 후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소비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법은 없다.
이 본부장은 “약은 쉽고 편하게 구하면 안 된다. 의사를 만나고 약국을 가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안전하게 쓰고 덜 쓰는 게 목적이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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