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앞바다서 규모 5.0 지진 발생… 내진 설계, 지진대피 교육 강화해야
울산 앞바다서 규모 5.0 지진 발생… 내진 설계, 지진대피 교육 강화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7.08 11:27
  • 호수 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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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앞바다에서 지난 7월 5일 저녁 규모 5.0의 지진이 일어났다. 같은 방면의 41km 해역에서 한 차례 여진도 발생했다. 1991년 이후 울산 인근에서 발생한 40여 차례 지진 중 가장 큰 규모이며, 우리나라에서 지진 계기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다섯 번째로 강력한 지진이다.
이번 지진은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진앙과 가까운 울산과 부산, 양산 등지에서는 건물과 아파트가 흔들려 주민들이 놀라고, 영화상영이 중단되면서 관객들이 상영관을 빠져나오는 소동이 빚어졌다.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야간 자율학습을 하던 학생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지진 발생 이후 30분 만에 모두 7000여 건에 가까운 신고가 들어왔으나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한반도는 그동안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지진대에서 벗어나 있어 안전지대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특히 이번 지진은 원자력발전소 밀집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진의 진앙은 부산, 울산 등 대도시 인근일 뿐 아니라 고리 원전과 가깝고, 경주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과도 인접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또 울산의 석유화학단지도 직접 영향권에 있다.
만약 지진의 규모가 더 컸을 경우 상상하지 못할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방폐장을 운영하는 원자력환경공단은 지진 발생 직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으며, 원전과 방폐장 모두 지진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원전이 20기나 가동되고 있는 부산, 울산, 경북에서 올해 들어서만 10차례의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진의 원인으로 일본 쓰시마에서 동해까지 길게 뻗은 거대한 활성 단층을 지적한다. 수백km 이상에 달하는 이 활성 단층이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 현에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으로 인해 더욱 불안정해졌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에 정부는 국내 원전의 내진 설계는 규모 6.5까지 견딜 수 있게 돼 있으니 괜찮다고 주장했지만 이것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 지진 해일이나 진앙과의 거리에 따라 피해 규모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진재해 예방 시스템인 ‘조기 경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기상청이 전국에 설치한 지진계는 총 145곳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50초 이내에 경보가 발령된다. 반면 일본 등 선진국은 10초 내에 경보가 나간다.
또한 일본은 건축물의 내진 설계가 보편화돼 있는 반면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시설 내진 설계율은 평균 42.4%에 불과하다. 학교시설은 22.8%, 철도시설은 40.1%에 머물고 있다. 서울의 경우 민간시설까지 포함하면 내진설계 건물이 20%를 밑돈다. 만약 서울에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하면 11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내진설계 대상을 3층 이상 건물에서 2층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신규 건물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 기존 건물에 대해서는 건폐율을 완화해주고 재산세·취득세 감면의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지만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고층건물의 경우 뼈대는 내진설계가 돼 있으나 유리창·타일 등은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아 건물이 크게 흔들릴 경우 유리창 등이 파손돼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런 비구조물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또한 전 국민이 지진 대피 요령과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 우리는 지진 대응책과 대피 교육에 소홀하다. 지진 발생 시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몸을 피하고,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대피 방법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 국민안전처는 일반 국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훈련을 실시해 일상적인 대피 요령부터 익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나친 공포심 또한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진 등 자연재해에 둔감한 것도 문제지만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또 다른 재앙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 6월 일본 이와테현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중국에선 7만명, 일본에선 10명이 사망했다. 국가적 대응 태세가 이 같은 차이를 낳는 것이다. 우리도 이번 지진을 자연의 경고로 알고 대비 태세를 서둘러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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