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고령여성에게 일자리를 ①
기획-고령여성에게 일자리를 ①
  • 이미정
  • 승인 2007.07.2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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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보장 자립기반 마련 대책 절실

빈곤한 노후를 보내는 여성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노년세대에 편입된 여성노인들은 과거 경제활동 기회를 갖지 못한 데다 남편 또는 자녀에 의지해 생활해 온 탓에 마땅한 노후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국민연금 등 사회적 부조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최소한의 사회복지서비스에서도 여성노인은 소외되고 있다. 방치할 수 없는 여성노인의 자립을 위해 여성에 특화된 일자리를 마련하자는 움직임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본지는 여성노인의 빈곤 실태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일산에서 홀로 사는 이남기(75) 할머니는 매일 복지관을 찾는다.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할머니가 복지관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무료로 제공되는 점심식사. 이 할머니는 끼니 해결이 힘들 만큼 경제적으로 어렵다. IMF 당시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가정은 풍비박산 났다.


남편은 사업 실패의 충격으로 시름시름 앓다 5년 전 세상을 떠났고, 고스란히 빚을 떠안은 아들 부부는 빚쟁이에 시달리다 외국으로 도피했다. 생활이 막막해진 이 할머니는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노인복지시설을 전전하고 있다.


이남기 할머니처럼 남편과 자녀에 의지해 생활하면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여성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젊은 시절 전업주부로 생활해 경제력을 원천적으로 상실한 대부분의 여성노인들은 남편 사망, 별거 등의 이유로 자녀에 의지해 ‘눈칫밥’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특화된 일자리 마련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여성노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곤란’(44.7%)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한국씨니어연합이 중고령여성 일자리 마련을 위해 보육도우미교육을 실시, 어린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보육교사 어르신이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동화구연을 하는 모습.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긴 데다 노부부의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한 뒤 남편이 사망했을 경우 최소한의 경제력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전문적 사회경험 부족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 참여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평균연령은 남성 74.2세 여성 81.5세로 여성이 평균 7~8년 이상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06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 460여만명 가운데 남성은 190만명(40%), 여성은 270만명(60%)으로 여성노인인구가 월등히 많았다.


지난해 재단법인 서울여성이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월소득을 조사해 발간한 ‘2006 통계로 보는 서울여성’ 자료에 따르면 월소득이 전무한 노인은 남성이 9.5%인데 반해 여성노인은 23%에 달했다.


서울시가 집계한 65세 이상 취업자 180만명 가운데 남성은 115만명(63%)에 달했지만 여성은 65만명으로 전체의 37%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서울대 최성재 교수(사회복지학)는 젊은 시절 경제활동에서 철저히 배제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최 교수는 “현재 65세 이상 여성노인의 경우 사회활동을 포기하고 남편의 경제활동에 의지하며 전업주부로 지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남편이 사망하거나 이혼할 경우 수입원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은퇴 후 부양자가 없을 경우 국민연금 등 사회적 부양을 받아야 하지만 현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경우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 당시 연금 가입대상이 아니어서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원칙적으로 20년 이상 연금을 납부한 가입자(대부분 남편)에 대해 60세부터 노령연금을 지급하고, 연금 납부기간이 10년 이상 20년 미만일 경우 연금지급액을 삭감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가입자인 남편이 사망했을 경우 배우자, 자녀 등이 받는 유족연금은 가입기간이 10년 미만일 경우는 정상적인 연금액의 40%, 10년 이상~20년 미만일 경우 50% 밖에 지급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남편 명의로 월 100만원의 연금을 받아 생활하다 남편이 사망할 경우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지만 가입기간이 10년 미만이면 월 40만원, 10년 이상~20년 미만일 경우 월 50만원으로 대폭 삭감된다.


7월 12일부터 집을 담보로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일정액의 노후생활자금을 지원 받는 주택연금제도가 실시됐지만 집과 땅은 자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우리나라 상속문화에 가려 빛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한국주택금융공사와 대출업무 협약을 맺은 시중 은행에는 주택연금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고 있지만 실제로 계약을 맺는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성재 교수는 “구조적으로 빈곤에 노출된 여성노인들의 삶의 질 및 복지 향상을 위해서는 기초생활수급권자에 대한 지원과 내년부터 시행될 기초노령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성노인들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일자리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일자리를 통해 고령여성의 자립기반을 마련해 주고, 이에 더해 기초노령연금이 개별 지급될 경우 일정 수준의 자립생활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이와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인일자리사업에는 남성보다 여성들의 취업 참여가 훨씬 높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총 구직자 9만여명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56%로 남성(44%)을 앞질렀다.


한국씨니어연합 신용자 상임대표는 “기존의 사회제도가 남성중심으로 편성돼 상대적으로 여성노인이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많지만 보육교사 등 최근 고령여성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며 “여성노인에 특화된 일자리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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