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체조로 유명… 이젠 마을 소통의 장으로 변신
건강체조로 유명… 이젠 마을 소통의 장으로 변신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09.02 14:14
  • 호수 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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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이 경로당 <18> 경기 이천시 대월면 대대1리 경로당
▲ 경기 이천시 대월면 대대1리 경로당이 농장 등 사업을 통해 자생력을 높여감과 동시에 마을 소통의 장으로도 변신하고 있다. 사진은 경로당 블루베리 농장을 손보는 최의주 회장(앞에서 오른쪽), 최재병 사무장(앞에서 왼쪽)과 회원들.

건강체조 8년째 운영… 60대 초반 주민 ‘특별회원’으로 유치해 성공
경기도 지원 받아 블루베리 농장 등 운영… 열대작물 재배도
경로당 2층엔 학생들 ‘공부방’ 조성… 매월 주민과 분리수거 작업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대대1리 경로당은 건강체조로 유명하다. 지난 5월 경기도가 주관한 제2회 경로당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았고, 지난해엔 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런 경로당이 지난해 8월 ‘예향의 한터’란 이름을 얻고 마을 소통의 장으로, 학생들의 공부방으로 애용 되고 있다. 게다가 자체 사업장 운영을 통해 자생력도 높여가고 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 8월 29일 오후 1시, 대대1리 경로당 별관이 북적거렸다. 9월 중순에 열리는 ‘9988 톡톡쇼’를 대비한 건강체조 연습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유니폼을 갖춰 입고 날랜 몸놀림을 선보였다.
건강체조는 대대1리 경로당의 핵심 사업이다. 8년 전 당시 사무장이었던 최의주 경로당 회장(81)이 회원들의 건강과 단합을 위해 추진했다. 1년 뒤, 회장이 된 그는 경로당을 대표하는 건강체조 선수 육성을 위해 60대 초반의 마을 주민 8명을 ‘특별회원’으로 가입시켰다.
그들은 지금 60대 후반~70대 초반의 정식 회원이 돼 다른 회원들을 이끌고 있다. 현재는 30대 후반의 다문화가정 주부 박효진씨가 특별회원으로 활약 중이다.
최의주 회장은 “대한노인회 이천시지회의 후원으로 매주 월·수·금요일 교육이 열리고 있다”며 “그전까진 경로당에서 직접 강사를 초빙해왔던 관계로 많아야 한 해 2개월간의 교육만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한 시간의 운동을 마친 회원들은 곧 블루베리 농장(660㎡)과 들깨 밭(1320㎡)으로 향했다. 지난해부터 경로당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전 회원들이 함께 가꿔가는 공간이다. 지금은 수확이 끝난 상태지만, 회원들은 잡초를 뽑고 관수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수시로 농장에 들른다.
특히 블루베리 농장은 총 700만원을 투입한 경로당의 역점 사업이다. 지난해 10월 블루베리 195주를 식재해 올 여름 첫 수확에 성공했고, 이를 판매해 150여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농장을 나와 경로당 본관을 거쳐 나오면 들깨 밭이 보인다. 이 지역 출신 인사가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헌사한 부지이다. 겨울에는 이곳에 보리가 자란다.
요즘은 열대작물 재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모링가(영양분이 풍부한 나무), 알프스 오토메(미니 사과), 패션프루츠(시계꽃과의 열대과일) 등을 들깨 밭 주변 공간에 심었다. 10월 초엔 또 다른 경로당 소유의 밭에 체리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이 같은 사업들은 지난해 8월, 대대1리 경로당이 경기도 시범사업 ‘아침이 기다려지는 경로당’ 1호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그러면서 경로당 예명을 ‘예향의 한터’로 정했다. ‘예향’은 예절과 예술을 즐기는 마을임을 의미하고, ‘한터’는 대대리의 옛 지명이다.
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사업비 2000만원은 경로당 2층 ‘공부방’ 조성에도 사용됐다. 학원 등에 들어가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1·3세대간의 교류를 확대시키자는 취지로 만든 공간이었다.
경로당과 가까운 ‘한터교회’에서 400여권의 도서, 대월농협에서 인터넷 강의용 컴퓨터 5대를 지원받아 공부방에 비치했다. 한터교회 최재식 목사는 수시로 밤 10시까지 경로당에 남아 학생들의 공부를 지도한다.
그 결과 인근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가 파하기 무섭게 학원에 가는 대신 경로당으로 모여들었다. 몇몇 학생들은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 20점대였던 수학 성적이 90점대로 껑충 뛴 이 마을 최형업군(16)은 친구들에게 “공부하러 경로당에 간다”고 자랑한단다.
최재병 사무장은 “현재 마을에 사는 학생 17명 중 12명이 매일같이 공부방에 나온다”며 “방학 때는 오전 10시만 되면 학업에 매진하는 학생들로 꽉 찬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로당이 변화하자 농사일과 가사에 쫓겨 얼굴 한번 마주하기 어렵던 주민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경로당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매달 첫 번째 화요일 경로당의 재활용품 수거장에서 실시 중인 분리수거 작업엔 30 ~40명의 주민들이 참여한다. 분리수거 공동작업은 5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나온 재활용품 판매 수익금으로 지역 홀몸어르신들을 돕고 있다.
김형식 대한노인회 이천시지회장은 “대대1리는 마을일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아주 높은 지역이라 경로당 사업들이 잘 이뤄질 수 있었다”며 “성과가 좋아 대대1리 경로당은 경기도로부터 내년도 지원까지 약속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의주 회장은 “앞으로도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 경로당이 주민들의 구심체로, 세대 간 화합의 장소로 발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연 기자
lees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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