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외부인출입 문제 등 대화 통해 해결의 길 터
소음·외부인출입 문제 등 대화 통해 해결의 길 터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11.04 14:16
  • 호수 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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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원종경로당, 다세대주택 입주하려 하자 주민들 반발
▲ 경기 부천시 원종경로당이 한 다세대주택으로 이전하려 하자 입주자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으나, 최근엔 부천시와 대한노인회 부천시 오정지회가 입주자들과 꾸준히 접촉해 해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진은 해당 다세대주택 벽에 붙은 ‘경로당 입주 반대’ 문구.

주민들 “집값 떨어진다” 반대… 시·부천 오정지회 등 나서 설득
소음 안 나게 시설 보강… 경로당 회원들 금연·금주 약속도

‘입주민의 의사를 묻지 않는 경로당 이전 결사반대.’
경기 부천시 원종1동 한 다세대주택 건물 외벽엔 이렇게 적힌 문구가 붙어있다. 건물 1층으로 이전하기로 한 경로당의 입주를 반대하는 입주민들이 게시해놓은 것이다.
부천시는 지난 10월, 1억4000만원의 예산으로 이 다세대주택 1층을 매입했다. 그간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던 ‘원종경로당’을 인근의 다세대주택으로 이전하려는 계획에서였다. 총 12세대가 거주하는 이 다세대주택은 한 층에 4가구가 입주해 있고, 한 가구당 25평(82,6㎡) 규모이다.
원종경로당은 지난 15년간 임시 건물의 6평(19.8㎡) 남짓한 공간에 입주해 있었다. 이 협소한 공간에 싱크대, 냉장고 등 세간까지 자리하고 있어 20여명의 회원들이 생활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내부에 화장실이 없어 경로당 밖 임시 화장실을 사용했고, 노후한 건물이라 단열도 잘 되지 않아 한겨울엔 추위에 떨어야만 했다. 경로당 천장엔 쥐가 다녀 위생문제도 지적되던 상태였다.
이에 김만연 원종경로당 회장이 3년 전부터 부천시에 경로당 이전을 건의했고, 드디어 올해에 그 결실을 맺게 됐다. 부천시는 기존 원종경로당과 가까운 다세대주택 1층을 새로운 경로당으로 선택하고, 매입 계약과 관련한 절차를 진행했다. 계약 당시엔 다세대주택 소유자 12명 중 8명의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10월 경,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입주민들이 시에 경로당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로당이 입주하면 집값이 떨어지고, 외지인이 들락거리면서 불안하고 불편한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경로당 입소에 반발하는 입주자들에게 부천시는 시립 경로당이 연립주택 및 다세대주택에 입주하는 과정은 관련 절차에 의해 적법하게 처리되기 때문에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11월 2일, 경로당이 새로 입주할 건물 앞에서 김만연 회장을 만났다. 수심 가득한 얼굴을 예상했으나, 그의 표정은 예상보다 밝았다. 김만연 회장은 “입주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회의를 한 결과, 주민들의 반발이 점차 사그라지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10월부터 현재까지 부천시, 대한노인회 부천시 오정지회 및 원종경로당, 입주자들은 총 네 차례의 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했다. 처음엔 ‘경로당 입주 절대반대’를 외쳤던 입주자들이 최근엔 그들이 제시하는 요구사항을 수용해달라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고, 경로당은 이들의 요구를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반영키로 했다.
경로당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에 따라 경로당 현관문은 물론 창문, 주방의 커다란 미닫이문까지 열고 닫을 때 소리가 적은 것들로 교체했다. 음주로 인한 고성 등 문제는 대한노인회 산하 경로당들이 내부에서의 금주와 금연을 기본 방침으로 삼고 있어 원천 차단된다는 점을 알렸다. 부천시 오정지회는 원종경로당에서 다른 세대로 소리가 전달될만한 노래교실 등 프로그램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경로당 회원이 아닌 외지인이 들락거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김만연 회장은 “제가 7년 전 회장직을 맡은 후 사적인 용무로 외부인이 경로당에 출입하는 걸 항상 금지해왔기 때문에 회원들이 지인을 경로당으로 들이는 일은 절대 없다”고 힘줘 말했다.
노인들의 아동 성범죄 문제에 대해선 “20여명의 회원 중 남성은 2명에 불과하고, 실제로 경로당에 출입하는 회원들은 거의 여성들”이라며 “프로그램이 없는 토요일, 일요일엔 아예 경로당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또한 “이 건물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직장인·학생들이라 회원들이 경로당에 있는 시간(오전 10시~오후 5시)엔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연립주택 및 다세대주택 입주자들이 본인들의 건물로 경로당이 입주하는 것에 반대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이소현 부천시 노인장애인과 주무관은 “현재 부천시엔 연립주택 및 다세대주택에 입소한 경로당이 총 8곳이 있는데, 대부분 입소 전에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오정동 연립주택 지하에 위치한 형제사랑방 경로당도 13년 전 개소 당시에 주민들이 입주를 거세게 반발했다. 앞선 원종경로당의 사례처럼 노인시설이 들어섬으로써 다양한 문제들이 생겨 집값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당시 경로당 개소를 담당한 오정구는 주민들의 추천을 받은 조순조 어르신에게 초대 회장직을 맡겼고, 주취자의 소란행위 및 고성 등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여성 경로당으로 개소했다.
조순조 회장은 경로당 안에서 술·담배하는 행위를 일체 금지시키고, 경로당 관계자가 아닌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차단했다. 5년 전 오정구가 경로당 내부를 깔끔하게 리모델링 하며 방음에도 신경을 써 노래교실 등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이후 경로당은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했다.
서병춘 대한노인회 부천시 오정지회장은 “형제사랑방 경로당처럼 원종경로당도 시간이 지나면 경로당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쪽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경로당은 여러 복지시설 중에 조용한 시설에 속해 일부 지역에선 개소를 반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음문제, 범죄위험 등의 이유로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입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노인시설은 ‘혐오시설’이 아닌 노인복지를 위해 꼭 필요한 시설임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상연 기자 lees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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