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지나친 관심 며느리는 괴롭다
시아버지 지나친 관심 며느리는 괴롭다
  • 이미정
  • 승인 2007.08.10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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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 사위 사랑은 장모’는 옛말

고부갈등의 의미가 변하고 있다. 시어머니 대 며느리의 갈등 구조에서 시아버지 대 며느리, 장모 대 사위 등과 같은 이른바 ‘신(新)고부 갈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며느리와 사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시아버지와 장모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가족갈등으로 커지기도 한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 사위 사랑은 장모’는 옛말이 된 요즘. 이번 호에는 신 고부갈등의 원인과 대안을 찾아본다.


충남 서산에 사는 김씨(68·남)는 큰며느리만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큰며느리는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제사를 챙길 줄 모른다.

 

시어머니가 계신데 굳이 내려가야 하냐며 매번 바쁘다고 핑계를 대곤 한다. 해도 너무 한다 싶어 싫은 소리를 했더니 “제가 제사를 모시러 시집 온건 아니잖아요”라며 한 마디도 지지 않는다.


서울에 사는 박씨(65·여)는 사위 때문에 속이 터진다. 변변치 않은 직장에 근성도 부족해 마음에 들지 않아 처음부터 결혼을 반대 했었다.

 

딸의 성화에 못 이겨 결혼을 시켰지만 사위가 딸에게 함부로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 사위에서 한마디 던지면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 사위 대접해 줬냐”며 서운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김씨와 박씨처럼 며느리와 사위 사이에서 ‘신(新)고부갈등’을 겪고 있는 시아버지, 장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며느리를 꾸짖는 시아버지, 시아버지에게 당당한 며느리, 사위를 구박하는 장모, 장모에게 서운함을 내색하는 사위 등 그동안 돈독했던 관계로 여겨졌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가정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은 “1980년대만 해도 90%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고부갈등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엔 시아버지와 며느리, 장모와 사위 간의 갈등이 40~50%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의 고부갈등의 이유는 매우 다양하지만 최근 퇴직한 시아버지가 며느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며느리들의 경제활동 증가와 독립적인 생활방식에서 오는 당당함으로 분석된다.


곽 소장은 “고학력에 경제력을 갖춘 며느리들은 옛날처럼 숨죽이며 살지 않는다”며 “젊은 며느리는 변하는데 시아버지는 고정관념을 고집하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며느리들의 마음고생도 만만치 않다. 과거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은 요즘 며느리에게 옛말이 됐다. 퇴직 이후 집에서 생활하는 시아버지들이 며느리의 행동을 사사건건 지적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괴로움을 호소하는 며느리도 늘고 있다.


한국가정경영연구소 김현정 상담사는 “상담 사례 가운데 시아버지의 참견 때문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며느리들이 늘고 있다”며 “비교적 관대해진 시어머니에 비해 퇴직 후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아버지와 사사건건 부딪쳐 더 힘든 사이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가 늘고 경제적 문제로 처가살이를 하는 사위가 늘어나면서 장모와 사위 간 갈등도 새로운 가정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처가살이를 하며 아이의 양육을 장모에게 맡기는 가정이 늘다보니 친정 부모들의 발언권이 강화되면서 갈등양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김현정 상담사는 “장모가 사위의 경제력이나 성격 등을 못 마땅해 하거나 가사 일을 돕지 않는다고 구박하는 경우도 많다”며 “최근 늘어나고 있는 처가살이도 장모와 사위의 갈등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 장모와 사위 사이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을 선택하는 부부도 늘고 있다.


곽배희 소장은 “배우자의 가족 사이에서 겪는 갈등은 부부 둘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혼을 선택하는 부부도 과거에 비해 10~20%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 고부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사회환경을 인식하고 서로에 대한 기대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인의 전화 강병만 사무국장은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서서 갈등을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며 “서로에게 기대가 클수록 서로에 대한 불신이나 갈등이 생기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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