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사진‧유화 등 노년 예술의 향기가 가득
서예‧사진‧유화 등 노년 예술의 향기가 가득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11.25 14:22
  • 호수 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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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노인복지센터 탑골대동제
▲ 아마추어 어르신들의 솜씨를 뽐내는 학예회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탑골대동제가 개막했다. 10회를 맞은 올해 축제에는 서울노인복지센터의 38개 동아리와 55개 취미수업반 어르신들이 참여해 실력을 뽐냈다. 사진은 탑골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어르신들의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탑골문화예술학교, 동아리 활동 등으로 갈고 닦은 솜씨 뽐내
‘꽃, 피우다’ 전에 역대 최다 150여명 참여… 8주 동안 진행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던 장정자(여‧75) 어르신은 70세가 되던 해 아들로부터 고가의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를 선물로 받았다. 하지만 많은 기능을 사용하기 어려웠고 이를 잘 다루기 위해 지난 3월 서울노인복지센터 취미교실 사진반에 등록했다. 사진 강사의 지도 아래 매일 카메라를 들고 산과 들로 나선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사계절을 담았다. 장 어르신은 자신이 포착한 수천 장 중 ‘꽃향유’를 찍은 사진을 지난 11월 23일 서울 종로구 탑골미술관에 내걸었다. 장 어르신은 “신경통과 우울증에 좋다는 꽃향유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치유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노인복지관 학예회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탑골대동제’가 개막했다. 11월 9일부터 12월 30일까지 8주간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진행되는 이번 축제에는 서울노인복지센터 38개 동아리와 3년간 심화예술공동체로 활동하는 탑골문화예술학교 학생들, 그리고 55개의 취미수업반 어르신들이 1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낸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11~12월 사이 전국 노인복지관에서는 동아리 혹은 교양강좌에서 쌓은 실력을 뽐내는 전시회가 열린다. 하지만 대부분 전시기간도 2~3일 이내로 짧고 전시공간도 복지관 내 일부 공간을 할애해서 진행된다. 반면 탑골대동제는 수백명이 참여해 탑골미술관 등 전용 공간을 마련해 전시회를 열고 있다. 무엇보다 한 달 넘게 장기간 전시회를 열면서 어르신들 문화 활동의 외연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 축제는 공연행사인 ‘하나되는 축제’와 ‘꽃, 피우다’를 주제로 한 전시회 등 2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11월 10~1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진행된 ‘하나되는 축제’에서는 동아리와 교실프로그램, 탑골문화예술학교 참여 어르신들의 춤, 노래, 악기 연주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졌다. 이틀간 총 1000여명의 어르신이 참여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에 앞서 11월 9일 탑골미술관에서 개막한 ‘꽃, 피우다’ 전에서는 서예‧유화‧서화‧사진 등 시각예술분야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어르신들의 작품이 내걸렸다.
역대 최대인 150여명의 어르신이 참여한 전시는 총 3파트로 나뉘어 진행됐다. 11월 9~18일까지 진행된 1전시에서는 3년 과정인 탑골문화예술학교에서 행서, 한글서예, 한국화, 사군자를 갈고 닦은 어르신 40여명의 작품이 소개됐다.
탑골미술관을 가득 메운 어르신들의 작품에는 전문 예술가 못잖은 진정성이 느껴졌다. 전시장 초입에 걸린 ‘기본(基本)과 원칙(原則)을 준수하는 우리 복지관’이란 글자를 정성스레 적은 최강택(73) 어르신의 서예작품은 전시가 추구하는 방향을 잘 보여준다. 40여점이 넘는 어르신들의 작품은 요행을 쓰지 않으면서도 각자 개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미적 감각도 뛰어났다. 박증웅 어르신의 ‘매화’와 최광언 어르신의 ‘연’ 등은 운치가 살아 있는 한국화의 매력을 고스란히 잘 표현하고 있다.

▲ 한 어르신이 해서(楷書)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11월 23일~12월 2일까지 진행되는 2전시에서는 탑골문화예술학교에서 유화, 아크릴화, 해서를 익힌 어르신들의 작품과 취미교실 사진반 어르신이 포착한 사진이 소개된다. 이중 눈길을 끈 건 12명의 어르신으로 구성된 사진반의 작품들이다.
8개월 동안 실력을 쌓은 어르신들의 작품은 사진 전문가 못지않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유영자(75) 어르신의 ‘타워’와 권명안(76) 어르신의 ‘절규’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준공을 앞둔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를 담고 있는 유 어르신의 ‘타워’는 웅장함과 동시에 바벨탑을 연상시켜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또 잔뜩 구멍이 난 채로 뒤틀려 마치 뭉크의 ‘절규’를 연상케 하는 권 어르신의 ‘절규’ 역시 사진 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12월 7~30일까지 진행되는 3전시에서는 안묵회‧선묵회‧서우회‧한글서예 동아리의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희유스님은 “많은 어르신들이 동아리, 학교, 수업교실에 소속되어 매년 그 재능을 펼치며 다채로운 노인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어르신 스스로에게는 자긍심을 높일 수 있고, 관람객에게는 역동적인 노인문화를 발견할 기회가 되므로 이번 행사에 많은 관람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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