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관리기관, 누가 맡아야 하나
연명의료관리기관, 누가 맡아야 하나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12.09 14:09
  • 호수 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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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시행 앞둔 ‘연명의료법’… 관리주체 싸고 논란
▲ 연명의료법을 올바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연명의료관리기관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진은 지난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역할과 과제 정책토론회’의 모습.

서울대병원‧국립의료원 유력 후보 거론에 학회‧환자단체 반발
“사전의료의향서 수집·관리‧감독하려면 전문성‧독립성 갖춰야”

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강석(68)씨는 말기암에 걸리면 연명치료를 하지 말아달라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조만간 작성할 계획이다. 그는 몇 년 전에 아는 형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평소 술을 좋아했던 형은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는데, 회복될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계속해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환자 본인이 원하거나 가족 전원이 동의할 경우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연명의료법안이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는 2018년부터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인공적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의료시술을 받지 않고 생을 마감할 수 있게 됐다.
연명치료를 거부하기 위해선 평소 환자 본인이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게 중요하다.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히는 방법은 의료기관에서 의사에게 요청하는 방법이 있다. 담당의사에게 질병 상태나 치료방법, 연명의료 시행방법, 호스피스 이용법 등의 설명을 듣고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요청할 수 있다. 아프지 않더라도 아예 미리 의사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은 보건복지부가 정한 등록기관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이처럼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전의향서는 일정한 형식을 갖춰야 한다. 법에 따라 신설될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을 통해 사전의향서를 등록하거나 철회, 변경할 수 있다.
법에 명시된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역할은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관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 △제도 이행 현황에 대한 조사연구, 자료수집, 통계산출 등이다. 사실상 연명의료제도 운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셈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을 누가 맡아야 되느냐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이 중 서울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국‧공립의료기관들이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다수 전문가들은 전문성과 중립성, 업무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비의료기관’에서 해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명의료관리기관은 연명의료 결정과 이행에 대한 조사연구 정보 수집과 관련 통계 등을 산출해야 하므로 그 어떤 관련기관보다 우수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또한 환자의 죽음은 전 의료기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어느 의료기관에 속하거나 관련을 맺는 것은 그 공정성에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기관의 독립성(중립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사무총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역할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을 올바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연명의료관리기관의 공정성과 독립성, 객관성, 전문성을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를 의료기관에 맡기면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모든 업무가 의료계 내에서 이뤄진다. 이 경우 환자, 종교인, 학계, 국민 등 다양한 분야의 관련자들이 참여하기가 어려워지며, 의료인 중심의 폐쇄적 운영으로 업무의 객관성을 담보하기도 어려워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도 “연명의료관리기관에는 반드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병원 내에 설치하면 그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과 우려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법에 명시된 내용은 연명의료관리기관이 사전의향서를 관리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것이 전부이며, 그 외에 내용은 앞으로 논의를 통해 하위법령에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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