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석 경북 청송군지회장 “노인은 돈 쓰기 딱 좋은 나이… 경로당에 나가 대접 좀 하세요”
문재석 경북 청송군지회장 “노인은 돈 쓰기 딱 좋은 나이… 경로당에 나가 대접 좀 하세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12.23 13:57
  • 호수 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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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역 8개 저수지 만들었고, 마을 길 닦아주는 등 봉사활동도
재능나눔활동 탁월한 성과 교육 덕분… 노인의 날‧신년회에서도 강연

경북 청송군지회가 뜨고 있다. 별다른 관심을 받지 않다가 올해 재능나눔활동사업 성과보고대회에서 국회보건복지위원장상 수상을 계기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문재석(79) 청송군지회장은 “교육이 큰 효과를 본 것 같다”고 간단히 말했지만 그간에 있었던 일들은 간단치 않았던 듯싶다. 12월 16일, 올겨울 가장 추웠던 날, 청송읍 노인여성회관에서 문 지회장을 만나 지회 운영과 살아온 얘기를 들었다.

-재능나눔활동사업에 탁월한 성과를 올렸다.
“지회에서 80명이 참여했어요. 사업 평가하던 날 보건복지부 담당자와 중앙회 노인지원재단 실무자가 이곳에 와 참여자 30여명에게 전화를 일일이 걸어 묻더라고요. 이분들이 다른 지회에서도 똑같이 했다고 그랬는데 그쪽 참여자들은 ‘재능이 뭐요?’ ‘나눔이 뭐요?’라고 되묻더랍니다. 우리는 바로 알아듣고 대답을 잘 했어요.”
-비결이 무언가.
“지회 산하에 8개 읍․면이 있어요. 제가 한달에 한 번 분회에 모이라고 해 교육을 시키고 면마다 돌아다니며 현장지도를 했어요. 현서면 같은 경우는 백리나 떨어진 곳인데도 옵니다. 단돈 9만원을 받더라도 그만한 값을 해야 하잖아요. 다른 복지단체에서는 20만원 주는데 거기 활동하는 거 보면 5만원 값도 못해요. 내년에는 300명을 신청하려고 합니다.”
-교육을 중요시 하는 것 같다.
“맞아요. 노인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해요. 저희 지회는 행사 때마다 교육을 합니다. 올해 군민체육관에서 개최한 ‘노인의 날’ 행사에 700명이 모였는데 거기서도 했고 신년회에서도 할 예정입니다.”
-무엇을 강조하는가.
“건강 얘기 하고, 노인들이 과거에 못 먹고 커서 그런지 돈을 갖고 있어도 발발 떨고 쓰지를 않아요. 돈도 좀 쓰라는 얘기를 합니다.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가 아니고 ‘돈 쓰기 딱 좋은 나이’라고 하면서요. 경로당에 나가 (회원들에게)대접도 좀 하고 회원끼리 단합‧화합하라고 말합니다.”
-남들에게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본인은 말할 나위도 없겠다.
“집사람이 맨날 돌아다니면서 돈 가져오는 일 없고 갖다 쓰기만 한다고 뭐라 해요(웃음).”
문재석 지회장은 활동비를 모아 1월에 그 돈으로 경로당 회장과 사무장에게 줄 선물을 구입한다. 처음에 경로당 회장에게만 돌렸더니 사무장들이 “실제로 우리가 하는 일이 많은데 왜 빼느냐”는 항의가 들어와 사무장 것도 준비한다고 했다. 또, 1년에 한 번씩 지회 부회장, 이사, 감사 등 임원 30여명에게 여행을 보내준다.
-노인들의 생활수준은 어떤가.
“청송군 인구 2만6000명 중 노인은 8300여명으로 32%를 차지해 초고령 군이지요. 205개 경로당에 회원이 6000여명입니다. 여기 노인들은 비교적 사정이 괜찮아요. 청송사과 브랜드 덕분이지요. 사과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 서울의 백화점에서 높은 가격을 받아요.”

▲ 경북 청송군지회 건물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문재석 청송군지회장(중앙)과 윤필순 사무국장, 김우옥 센터장(오른쪽).

문재석 지회장은 청송 출신으로 어릴 적 집안형편이 어려워 고생을 많이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겨우 쌀밥을 먹었을 정도였다. 대구대학 사회개발대학원을 나왔다. 정미소를 운영하다 건설업에 손을 댔다. 청송군을 비롯 경북도의 토목공사를 도맡았다. 이때 큰돈을 만졌고 자원봉사도 많이 했다. 재건국민운동청송군위원장을 거쳐 새마을운동청송군지회장과 새마을금고청송군협의회장을 20년 가까이 했다. 경북도의회 의원(산업위원장 역임)도 지냈다. 진보면 경로당 회장을 거쳐 2014년 4월, 청송군지회장이 됐다.
-토목공사로 큰돈을 벌었다고.
“청송군과 영양‧영덕 등지의 8개 저수지를 제가 만들었어요. 1개 공사를 입찰 받아 완공하기까지 5년 정도 걸립니다. 10억원대 공사는 기술사 1명과 1급 기사 5명이 있어야 해요.”
-저수지는 어떻게 만드나.
“큰 개울 바닥을 암(돌)이 나올 때 까지 팝니다. 그 위에 진흙을 붓고 다져요. 아스팔트 깔 때 커다란 쇠바퀴 달린 차 본 적 있지요. 그 차로 진흙을 30cm 두께로 다지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둑은 돌을 쌓고 돌 사이에 밤자갈(작은 자갈)을 넣고 진흙으로 채워요.”
-자원봉사를 많이 했다는데.
“청송군에서 절 싫어하는 사람 없을 겁니다. 제 손이 안 닿은 길이 별로 없을 정도예요. 직원도 있고 장비도 있으니까 어디서 부탁을 해오면 불도저와 포클레인, 차 몇 대 동원해 훤하게 닦아줍니다.”
-대한노인회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진보면의 경로당 회장을 2년 했어요. 전임 경로당 회장으로부터 644만원을 받아 2년만에 2400만원을 만들어놓고 나왔어요. 지회장 선거에 나설 마음은 없었지만 주위에서 제 사회봉사 경력을 보고 나가야 한다며 등록까지 해주었어요. 그러자 3명의 후보들이 바로 포기하더라고요.”
-경로당 적립금을 4배 가까이 불린 비결은.
“진보면이 다른 면에 비해 인구가 많아요. 지역의 돈 좀 있는 이를 찾아가 ‘아버지, 엄마 위해 좀 기부하라’고 했지요.”
-경로당 사정은 어떤가.
“청송은 서울보다 면적이 크지만 실제로는 산이 70%, 하천이 15%, 나머지가 전답이에요. 예를 들어 청송읍 부곡리라고 하면 부곡리에 경로당 하나가 있는 게 아니고 분산돼 있어요. 20호가 사는 골짜기의 자연부락에 경로당이 하나씩 있는 식입니다. 오늘 경로당 두 군데 개원식에 군수와 함께 참석했어요. 한 곳당 회원이 50명 정도 됩니다.”
-새 경로당 건축비는 어디서 마련했는가.
“건물은 군에서 지어주고 부지는 주민 5명이 1백만원씩 내 구입했어요. 3백만원 낸 이도 있고요. 콘크리트로 잘 지었어요. 자재가 좋아져 방도 훈훈하고 튼튼해요.”
-경로당 특색이라면.
“경로당 회원의 70%가 여성들이지만 책임자가 없어 중구난방이더라고요. 그래서 모든 경로당에 여성부회장을 두게 했습니다. 남자회장 밑에 있지만 실질적으로 일은 그이들이 다해요. 남자들이 어디 경제권이 있나요. 부회장들이 돈도 잘 써요. 지회에도 여성부회장을 두었고 분회장 중에도 여성이 있어요.”
-군과는 협조가 원활한가.
“이곳 출신인 군수(한동수‧67)가 노인들에게 잘 해줍니다. 예산 얘기하면 척척 들어줘요. 내년에 문을 여는 무주 노인연수원 교육비 예산도 벌써 확보해놓았어요. 여기선 노인표가 없으면 당선되기 힘들어요. 도의원 경력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군에서 예산이 없다고 해 도에 부탁해 분회장 사무실도 작년에 하나 지었어요”
-지회 운영 원칙은.
“와서 보니 빚도 있고 사정이 열악했어요. 이제는 본궤도에 올려놓았어요. 제가 그럴 권한은 없지만 이름만 걸어놓고 일을 안 하는 지도자들은 그만 두라고 해요. 제가 무슨 돈이나 권력이 있나요. 지회장에 불과하지만 임기 동안은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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