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스키어 “설원 달리는 기분 느껴보세요!”
백발의 스키어 “설원 달리는 기분 느껴보세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1.20 10:32
  • 호수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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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시니어 스키대회 곤지암서 열려

“기문(旗門) 사이를 오가는 회전 경기를 처음 해봤는데 큰 실수 없이 완주해서 기쁩니다.”
지난 1월 18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할배들의 행복나눔썰매대회’에서 1번 주자로 경기를 치른 장수자(63) 씨는 이렇게 말했다. 10여년 전 폐운동을 위해 남편과 스키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참가한 대회여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표정은 아이처럼 천진난만했다. 장 씨는 “눈 위를 스키에 의지해 내려오면 폐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며 스키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드러냈다.

▲ 국내에서 처음 열린 이번 시니어 스키대회에는 70여명이 참가해 젊은 사람들 못지 않은 실력을 뽐내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사진은 한 참가자가 경기를 마치고 피니시라인을 지나치는 모습.

최초 시니어 스키클럽 오파스 주최… 75세 어르신등 70여명 열전
전주자로 나선 1호 스키 국가대표 임경순 교수 등 노익장 과시

60세 이상 스키어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최초의 시니어 스키대회가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첫 스타트를 끊었다. 이번 대회는 역시 국내 첫 시니어클럽인 오파스(OPAS, Old People with Active Skiing)의 주최로 진행됐다. 오파스는 김자호(72) 간삼건축 회장이 회장을 맡고, 민복기(56) 카파코리아 사장, 신병준(63) 순천향대 교수 등이 참여해 시니어 스키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현재 국내 스키인구는 57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10%는 60대 이상이 차지하고 있다. 시니어 스키어들은 스키가 대중화되던 90년대 전후로 스틱을 잡은 30~50대들로 세월이 지났음에도 젊은 시절 못지않은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스키가 대중에게 보급된 일본처럼 국내에서도 점차 시니어 스키 인구가 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점에서 이번 대회는 의미가 크다.
진행을 맡은 신병준 교수는 “국내에서 열리는 스키 대회가 주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정작 스키를 좋아하는 60대 이상이 참가할만한 경기가 없었다”며 “시니어들이 스키 실력을 겨루며 나눔도 실천하고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는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스키 국가대표 선수였던 임경순(88) 단국대 명예교수와 제13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알파인스키 시각장애인 부문 여자 대회전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한 최사라‧최길라(14) 쌍둥이 자매가 전주자로 나서 감동을 더했다. 전주자란 야구의 시구와 비슷한 개념으로 대회 시 실제 참가선수들보다 앞서 출발해 코스, 경기장 눈 상태 등을 점검하는 스키어를 말한다.

▲ 경기 준비를 하고 있는 시니어 스키어.

임 명예교수는 구순을 앞둔 고령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자세로 기문 사이를 오갔고 실수 없이 슬로프를 내려와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전주자로 나선 최 자매는 각자 자신의 가이드러너(선수 앞에서 코스를 이끌어주는 도우미)와 완벽한 호흡을 펼치며 장애가 있어도 스키를 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큰 감동을 선사했다.
전주자들의 활주에 이어 치러진 대회에는 70여명의 선수가 참여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1957년 입춘 이전 출생자(만 60세 이상)가운데 나이에 따라 영 시니어(60~64세), 리얼 시니어(65~69세), 슈퍼 시니어(70세 이상), 시니어 레이디스(60세 이상 여성) 등 네 부문으로 나눠 진행했다. 실제 참가자 중 최고령은 75세였다.
경기는 알파인 스키 회전 경기 방식으로 치러졌다. 회전 경기는 기문으로 표시한 코스를 지그재그로 회전해 최단 시간에 미끄러져 내려오는 경기를 말한다. 기문을 하나라도 빼놓고 통과하거나 두 발이 기문을 통과하지 않은 선수는 실격으로 처리된다. 기문의 위치를 바꾸어 2차례 경기를 실시하고 그 시간을 합산해 빠른 순서대로 순위를 정한다. 수많은 기문을 통과하기 위해 수시로 자세를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고난도의 기술과 유연성 그리고 순발력을 필요로 한다.
종종 실수를 하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취미로 즐기다 정식 코스를 처음 뛴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실력이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프로 선수에 버금가는 속도로 피니시라인을 끊어 큰 환호를 받았다.
최고령 참가자인 이기택(75) 어르신은 “다른 스포츠는 경쟁이 심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스키는 이런 것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탈 수 있다”고 스키의 장점을 밝혔다.
또한 이날 참가자들은 장애인 스키선수를 지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금했고 이렇게 모인 금액은 대한장애인스키협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김자호 회장은 “스키는 혼자 타도 즐겁지만 함께 타면 더 재미있는 스포츠”라면서 “전문가에게 제대로 배운다면 70대 이상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사진 조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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