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는 공간 주민들에게 양보하는 경로당들
안 쓰는 공간 주민들에게 양보하는 경로당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1.20 14:00
  • 호수 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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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경로당들이 안 쓰는 유휴공간을 마을 사람들을 위해 양보하면서 지역사회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은 청능마을경로당 2층에 들어선 체력달련실의 모습.

인천 청능마을경로당 남성어르신 공간 내줘 체력단련실로 조성
노원 월성경로당 지하에 활동방 등 꾸며 마을주민 취미교실 운영

인천 연수구 청학동 청능마을경로당은 지난 연말과 올초 잇따라 훈훈한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12월 20일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불우이웃에게 기부한 것도 모자라 지난 1월 4일에는 자신들의 공간을 마을주민들이 체력단련실로 쓰도록 내준 것이다. 각각 40평에 달하는 1층과 2층 공간을 남녀 어르신들이 따로 썼는데 남성어르신이 쓰던 2층을 흔쾌히 양보했다. 류재림 청능마을경로당 회장은 “회원 대부분이 여성이어서 1층을 함께 쓰고 2층은 주민들 건강을 위해 사용토록 했다”고 말했다.
최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경로당 유휴공간을 마을 주민들이 사용토록 내주는 경로당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에 감동을 주고 있다. 이 공간들은 체력단련실, 마을카페, 사랑방 등 여가시설로 사용되거나 텃밭으로 운영돼 아이들 정서 교육에도 유익하다.
이달 초 청능마을경로당 2층에 들어선 체력단련실은 초기임에도 새해 목표로 건강을 선택한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지난해까지 남성어르신방으로 사용되던 공간이 체력단련실로 바뀐데는 회원들의 양보정신이 있었다. 청학동 주민센터가 제한된 공간과 빗발치는 여가 공간 확대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청능마을경로당이 나선 것이다.
류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적은 남성회원 수로 인해 비어 있는 시간이 많은 145㎡(약 43평)에 달하는 공간을 과감히 포기했다. 이후 동주민센터에서 리모델링을 거쳐 러닝머신·사이클·벤치프레스 등 최신 운동기구를 들여놓았고 운동을 하려는 주민들이 하나둘씩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창고로 사용됐던 3층 역시 마을 북카페로 탈바꿈한다. 이달 중 시설정비와 도서구입을 완료해 오는 2월 문을 열 예정이다.
이용도 주민자치위원장은 “어르신들의 양보로 체력단련실과 북카페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주민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친근한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월성경로당도 최근 마을주민을 위해 안 쓰던 지하공간을 내줬다. 노원구의 지원을 받아 67㎡(약 20평)에 달하는 공간에 어르신과 아이들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 공간인 월계행복발전소 ‘달빛 마실’을 조성한 것이다. 공간을 재배치하고 시설을 리모델링해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공동체 모임 및 프로그램 운영을 하는 거점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소모임을 할 수 있는 활동방 3개와 마을카페, 사랑방, 다용도방 등으로 구성했는데, 활동방 3곳은 접이식문인 폴딩도어를 설치해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활동도 가능하게 했다.
현재 활동방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문해교실, 주부를 위한 취미·생활 강좌, 육아 및 교육 등 소모임과 어린이들을 위한 책놀이 및 창작 교실 등이 운영되고 있다. 또 대학생 멘토를 활용한 청소년 프로그램, 가족이 참여하는 건강 프로그램을 비롯해 주말에는 가족 영화 상영, 연극 동아리 활동 등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이영 월성경로당 회장은 “노인들만 있던 공간에 젊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함께 소통하면서 마을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좋아졌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참새공원경로당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3동경로당 등은 노는 공간을 텃밭으로 구성해 1·3세대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참새공원경로당은 경로당 내 공터를 텃밭으로 꾸몄다. 주변 어린이집과 결연을 맺고 지난해부터 상추, 치커리, 토마토, 가지, 오이 등 비교적 재배가 쉬운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텃밭 수확물은 어린이집에 기부해 식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답십리3동경로당은 사용하지 않던 옥상에 텃밭을 조성해 아이들을 위한 자연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역시 경로당 주변 어린이집 및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상추, 치커리 등을 키우며 정서적으로 교감을 나눴다.
정진애 답십리3동경로당 회장은 “남는 공간에 조성한 텃밭 덕분에 아이들 재롱도 보고 수확물도 함께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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