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들, 과도한 PPL은 거절합시다
방송들, 과도한 PPL은 거절합시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2.03 13:22
  • 호수 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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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1일 방영된 JTBC 예능 ‘님과 함께 시즌2 - 최고의 사랑’을 시청하다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식을 하고 말았다. 이날 방송에선 불미스럽게 하차한 여성 S씨가 출연한 내용이 그대로 방영됐다. 이 S씨는 촬영 도중 제작진과 갈등을 겪다가 욕설을 하는 바람에 급작스럽게 하차를 했고 이 동영상이 유출되는 바람에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방송에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이 여성 출연자의 출연분을 내보낸 것이다. 이유는 하나였다. 이날 S씨는 상대 남성 출연자와 함께 두바이로 호화 신혼여행을 갔는데 이 여행 전체를 두바이 관광청에서 ‘협찬’해줘 통편집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두바이 명소 곳곳을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찬사를 늘어놓는 출연자들의 모습으로 인해 방송은 한순간에 홈쇼핑으로 전락해버렸다. 출연자도 제작진도 시청자도 모두 상처를 받은 간접광고인 PPL(Product PLacement)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몇 해 전부터 방송 제작비가 많이 들면서 PPL시장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초기에는 한 회에 한두 번 등장할까 말까한 PPL이 최근엔 방송 흐름을 크게 훼손할 만큼 자주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케이블드라마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tvN의 ‘도깨비’다. 마지막회에서 시청률 20%를 돌파한 이 작품은 1회부터 16회까지 총 270개의 PPL이 등장했다. 시청자들은 1회 방송분을 시청할 때마다 약 17건의 PPL장면을 본 셈이다. 5회의 경우 무려 33차례의 PPL장면이 노출되기도 했다. 종류도 다양했다. 음료수, 가구, 아이스크림 등 거의 모든 상품이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녹아들면 상관없지만 대부분 극의 흐름과 무관하게 등장하면서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5회에서는 주연배우들이 쇼핑을 하던 와중에 “5.5인치 QHD 디스플레이에, 엑시노트 8890, 옥타코어 프로세서로 램4기가바이트, 강화유리 소재로 더 가볍고 슬림한 바디를 자랑하는”이라며 갑자기 한 휴대폰의 기능을 읊는 뜬금없는 장면도 등장했다.
PPL을 효과적으로 엮어낸 작품도 있었다. 2014년 방영한 ‘미생’에선 극중 영업부 직원이 접대에 나서기 전 한 숙취해소음료를 마시는 장면이 등장했는데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시청자들에게 되레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고 대부분은 뜬금없이 등장한다.
상업 드라마이기에 수익을 쫓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선 연출자를 비롯한 제작진이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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