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사고로 수술한 뒤 이상행동… ‘섬망’ 가능성 커
낙상사고로 수술한 뒤 이상행동… ‘섬망’ 가능성 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2.03 14:18
  • 호수 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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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망 증상과 치료법

헛것 보이거나 가족도 못 알아봐 … 치매와 달리 증상 갑자기 나타나
밝은 분위기 꾸며주면 도움 … 미루지 않고 제때 치료받는 것이 중요

섬망은 다소 생소하지만 광범위한 뇌조직 기능의 저하로 나타나는 인지기능의 손상을 말한다. 전체 병원 입원 환자의 10~15%, 수술환자나 관상동맥 환자의 30%가 이 증상을 경험한다. 특히 어느 연령층에나 발병이 가능하지만 소아나 60세 이후 노인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감염, 열병, 저산소증, 저혈당증, 약물 중독, 약물 금단, 간성뇌증 등과 같은 대사 장애와 뇌종양,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등과 같은 중추신경계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나며 고령자가 골절, 외상 등으로 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 섬망 발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의식 장애 등 증상 보여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의식의 혼란이다. 이로 인해 지각장애 등이 생겨 착각, 환각 등이 나타나 소위 말하는 헛것이 보이고 헛소리를 한다. 또한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식은땀을 흘리고 동공이 확장되는 등의 자율신경계 증상도 동반된다.
언어 장애가 발생하기도 하며, 사고의 흐름이 체계가 없고 두서없는 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 더불어 가까운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장소나 시간 등을 알지 못하며 불안, 불면, 악몽 등과 같은 증상이 섬망 발생 수일 전에 나타난다.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커튼이나 벽에 있는 옷을 보고 ‘도둑이다’라고 외치거나 ‘남자가 저기 있다’고 하며 겁을 먹는 경우도 많다”며 “입원 환자의 경우 ‘의사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 ‘독극물을 주사한다’는 등의 피해망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같은 여러 증상들로 인해 환자는 적절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므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충동적인 돌발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면서 “주로 밤에 심해지고 낮 동안에는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섬망은 치매와 매우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증상이 시작되는 속도와 의식 수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치매의 경우는 만성적이고 서서히 발병해 발병시점을 잘 알기 어렵지만 섬망은 급성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부터 증상이 나타났는지 잘 알 수 있다.
또한 치매는 대개 진행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치매 증상이 점점 진행돼 황폐화에 이르게 되는 반면, 섬망은 하루 중에도 증상의 변동이 심한 편이며 증상이 급격히 발생하는 만큼 원인만 교정되면 수일 이내 호전되기도 한다.
이처럼 섬망의 증상 자체는 일시적이고 회복이 가능하지만 섬망이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신체 상태가 나쁘고 두뇌의 기능 또한 저하돼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증상이 호전된 다음에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실제로 섬망 환자의 절반 정도는 추후 치매로 이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섬망이 호전된 후에도 지속적인 관찰과 외래 진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섬망의 진단을 위해서는 자세한 병력 청취를 통해 증상의 발생 시점과 증상의 변화 양상 등을 의료진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며 다른 질환과의 감별을 위해 혈액검사, 요검사, 뇌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촬영(MRI), 뇌척수액검사, 뇌파검사 등을 실시한다.

◇환자 불안 감소 필요
섬망은 진단적 평가를 통해 섬망의 원인이 되는 질환을 밝혀내고,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를 하는 것이 근본적이다. 또한 환경적 요인을 조절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환자의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는 신경안정제 등의 약물이나 주사를 처방해야 하지만 이때 적절한 영양과 비타민도 함께 공급해야 한다. 다만, 섬망 환자는 약물 부작용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약물, 특히 진정제나 수면제는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은은한 조명을 통해 환자의 불안을 감소시켜 주거나 환자가 밤과 낮을 구별할 수 있도록 창문이 있는 방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 밀폐된 공간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친숙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이 간호하게 하거나 환자가 평소에 사용하는 물건을 병실에 두는 것도 좋다.
불필요한 외부 자극도 최소화해야 한다. 강한 불빛이나 그림자, 소음 등이 환자를 놀라게 하거나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환자 안정에 좋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섬망은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는 전신상태의 악화를 알리는 중요한 몸의 신호이기 때문에 섬망 증상이 나타나면 재빨리 건강상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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