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모니터링 펼치는 대한노인회 공주시지회 상록자원봉사클럽
의정모니터링 펼치는 대한노인회 공주시지회 상록자원봉사클럽
  • 양승일 공주시지회 상록자원봉사클럽 코치
  • 승인 2017.03.17 14:10
  • 호수 5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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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들이 우리 보면 말‧행동 조심해요”

대한노인회의 노인자원봉사클럽 대부분은 거리청소, 경로당 안전시설 점검 같은 봉사활동에 치중한다. 충남연합회 공주시지회(지회장 전대규) 상록자원봉사클럽은 이와는 색다르게 의정모니터링 활동을 펴 화제가 되고 있다. 클럽 회원들이 노란색 자원봉사조끼를 입고 시의회 방청석에 질서정연하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회의장 분위기가 바뀐다. 17명의 퇴직공무원들로 구성된 이 클럽의 운영자 양승일(72‧공주시 옥룡동) 코치의 수기를 싣는다.


▲ 충남연합회 공주시지회 상록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공주시의회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 의정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공주시청 등 퇴직공무원 17명 뜻 모아 결성… 도시락‧연탄배달도 해

우리가 앉아 있으면 순화된 말을 사용한다. 공주시의회 의원들 얘기다. 우리는 충남연합회 소속의 상록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다. 우리 클럽이 하는 봉사활동은 의정모니터링이다. 본회의가 열리는 기간에 시의회 방청석에 앉아 회의진행을 지켜본다. 이때는 공주시장을 비롯해 공무원들, 시의원 모두가 참석한다. 간혹 감정이 격해진 시의원 중 험한 말을 하거나 도중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이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방청석에 앉아 있으면 그런 말과 행동을 자제하고 점잖은 자세로 회의를 진행한다.
상록자원봉사클럽은 퇴직공무원들이 모여 만든 봉사단체이다. 나 역시 1966년부터 42년간 공주시청에서 근무했다. 2006년 12월 마지막 날, 공주시의회 사무국장(서기관)을 마지막으로 퇴직했다. 그리고 바로 지역의 봉사단체 ‘리더스봉사단’에 소속돼 봉사활동을 했다.
내가 봉사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0년 초, 사회복지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금강사회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다. 그때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면서 남은 생을 봉사에 바치기로 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자식 교육시키고 시집장가 보내는 등 지금껏 별 탈 없이 지내오면서 사회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어 보은의 의미에서 결심한 것이다.
70~80대의 퇴직공무원 17명으로 구성돼 있는 우리 클럽의 회원은 과거 직책도 면장, 과장, 국장 등 다양하다. 가장 나이가 많은 회원이 86세이다. 회원끼리는 가급적 과거 직책을 부르지 않는다. 윗사람에겐 ‘선배’란 호칭을 쓴다. 과거 같은 일터에서 일한 인연에다 봉사를 통해 이어진 끈끈한 정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모이게 된 건 퇴직공무원들의 친목 모임인 행정동우회를 통해서다. 그 곳에서 서로가 자연스럽게 봉사의 뜻을 내비쳤고 때마침 공무원 출신인 공주시지회 박공규 사무국장의 권유가 있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의정모니터링을 비롯해 환경보전, 문화재‧공원가꾸기, 방역, 행사지원, 집수리, 한문교육, 연탄배달 등이다. 우리 클럽은 못하는 일이 없다. 매주 화요일 점심 무렵 40여명의 독거노인들에게 점심 도시락을 전달한다. 공주시 신관동에 위치한 리더스봉사단 사무실에서 밥과 반찬을 만들어 도시락용기에 담아 4대의 승용차에 3명씩 나눠 타고 읍‧면‧동을 돈다. 멀리 떨어진 마을까지 배달을 마치면 주행거리가 100km 내외가 된다. 모기‧파리 방역을 할 때는 농약중독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상비약을 준비해놓는다. 지금까지 사고가 한 번도 없어 다행이다. 우리 회원들은 공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지원을 받아 매년 300장씩 연탄배달도 한다. 비록 몸은 지치지만 연탄을 건네받는 그들이 두 손을 감싸며 고맙다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힘든 걸 잊고 보람을 느낀다.
우리는 작년에 ‘일몰제’ 적용을 받아 지원을 못 받게 됐다. 그때 클럽 분위기가 잠시 움추러 들었지만 바로 정상을 되찾았다. 지역에 대한 효자노릇을 돈 때문에 그만 둘 수 없다고 결론냈다. 그 후로 3만원씩 회비를 내며 봉사를 계속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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