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액제 개선 더 늦춰선 안돼”
“노인정액제 개선 더 늦춰선 안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6.23 10:42
  • 호수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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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의원급 초진료 1만5000원 넘어서

내년부터 어르신들이 동네 의원에서 첫 외래 진료를 받을 경우 본인부담금이 현재의 3배로 크게 오르게 될 전망이다. 최근 내년도 의원급 초진료가 1만5310원으로 결정되면서 기준금액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6월 2일 재정운영위원회를 열고 의원 등 7개 의약단체와 2018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된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는 3.1% (450원) 인상된 1만5310원이다. 재진료는 1만950원이다.

▲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노인정액제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공청회’ 장면.

노인 환자 진료비 부담 늘어… 국회에 개정안 3건 발의 중
의협 “정액 상한선 인상돼야”… 복지부 “서둘러 진행하겠다”

이에 따라 의원을 방문하는 65세 이상 노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노인정액제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가 인상 속도는 빠른 반면 정액 본인부담금 상승속도는 16년째 변함이 없다보니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노인정액제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이면 1500원의 본인부담금만 내면 되는 제도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초진료 자체가 1만5000원이 넘기 때문에 무조건 노인들도 진찰료의 30%를 부담해야 한다. 즉, 본인부담금이 1500원에서 4500원 이상으로 3배 이상 껑충 뛰게 되는 것이다.
재진료는 정액구간 이내이긴 하지만 주사 처방 또는 물리치료만 시행해도 진료비가 이미 1만5000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진료를 받고도 최소 4500원 이상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노인 의료비를 줄여준다는 제도 취지가 무색해져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1500원만 내는 노인 환자의 비중은 2012년 77.3%에서 2015년 66.3%까지 10%p 줄었고, 진료비 30%를 내는 노인 환자는 늘어났다. 그만큼 노인 진료비 부담이 커졌다는 얘기다.
개원가에서는 진료비가 갑자기 3배씩 뛰게 되는 상황이 오면 노인 환자들의 불만은 불 보듯 뻔해 결국 민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경기도의 A의원 원장은 “내년부터 초진 노인 환자는 진찰료만으로도 최소 4590원을 내야 한다”면서 “1500원을 내다가 3배씩 오른 비용을 내라고 하면 당연히 반발이 나올 텐데 그 대응은 의원이 전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영세한 개원가는 진찰료 비중이 크기 때문에 노인 환자의 반발에 부딪힐 확률이 더 높은 상황”이라며 “특히 고령 환자가 많은 지방 개원가는 민원 발생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이같은 점을 우려해 노인정액제 적용 구간을 최소 2만원이상으로 높이거나 아예 정률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일단 적용 구간만 올릴 경우 수가가 인상되면 또다시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점에서 우려가 있고 정률제로 전환하는 것은 노인 환자층의 경제적 부담을 키운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어서다.
현재 국회에는 노인정액제를 개선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3건 발의돼 있는 상태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노인정액제를 법제화하고 기준 금액과 부담 금액을 수가 인상률과 물가상승률과 연동하는 안을 냈으며,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은 정액 기준을 2만원으로 올리고 이를 초과했을 때 적용되는 정률제 기준을 30%에서 20%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인 환자가 외래진료를 받은 후 급여진료비가 2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 그 10%만 본인이 부담하고, 2만원을 초과하면 총 진료비의 20%를 부담해야 한다는 식이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인 환자가 외래진료 시 본인부담금이 기준금액 이하인 경우에는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준금액 이상인 경우는 기준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에 기준금액을 초과한 요양급여비용의 30%를 더한 금액을 부담토록 하는 개정안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1만5000원이 기준금액인 현재 진료비가 2만원이 나왔다면 기준금액의 10%인 1500원과 기준금액에서 초과된 비용(5000원)의 30%인 1500원을 합해 3000원만 내면 되는 식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기준금액 2만5000원 상향 조정 △정액제+정률제 혼합 △국고 보조 전제된 정률제 전환 △연령별 본인부담금 차등 등 4개 안을 복지부에 전달한 상태다.
이와 관련, 의협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노인정액제를 개선해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 수년째이고, 지난해부터는 의료정책발전협의체의 주요 안건으로 올라와 정부와 계속 논의를 해왔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노인정액제 관련 법안들이 통과돼 내년도 수가인상과 묶여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의료계의 우려를 해소해줬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또한 수가 인상으로 내년부터는 노인정액제로서의 의미가 없어지는 만큼 개선에 속도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단순히 노인의료비를 절감하는 것을 넘어 급증하는 노인 인구가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라며 “현재는 초진 환자만 정액 구간을 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고 의료수가 인상이 적용되는 내년 1월까진 시간이 있다. 그때까지 서둘러 논의를 진행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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