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공장 가동 중단 소동… 이 와중에 노조는 기득권 지키기 급급
현대차 중국공장 가동 중단 소동… 이 와중에 노조는 기득권 지키기 급급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9.01 13:37
  • 호수 5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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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던 일이 기어코 현실로 들이닥쳤다. 현대자동차가 중국의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아 결국 4개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주일여 만에 재가동에는 성공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공장이 다시 멈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현지 1~4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5공장(충칭)이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 준공해 현재 시험 가동 중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중국 내 승용차 생산 공장이 모두 멈춘 것이다.
이는 베이징 현대차에 플라스틱 연료탱크를 독점 납품하는 프랑스와 중국의 합작회사인 ‘베이징잉루이제’가 부품대금 지급을 4개월이나 지연했다는 이유로 납품을 거부함으로써 비롯됐다. 자동차의 부품은 2만 여개에 달하나 이중 1개만이라도 공급이 안 되면 완성된 차를 만들 수 없는 취약점이 있다.
현재 부품업체가 받지 못한 대금은 약 1억1100만 위안(약 19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매년 100만대 가까이 팔아치우던 현대차에게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기 때문에 더욱 더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현지 업체인 베이징자동차(베이징기차)가 50대 50의 지분 구조로, 각각 생산과 재무를 주로 전담하고 있다. 한국 현대차 본사가 직접 협력업체 대금 지급을 하고 싶어도, 중국 정부의 입김이 닿는 베이징자동차가 난색을 표하면 집행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이번 가동 중단 사태는 단기간 내에 풀리긴 했지만, 아직 완전한 해결에 이르기 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사태가 일어난 근본 원인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에 의한 극심한 판매 부진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3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2만 대)보다 42.3%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 중국 판매 목표를 당초 125만 대에서 80만 대로 낮췄다. 하반기에 50만 대를 판매해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제품 불매가 확산되고 중국 업체들의 반한(反韓) 마케팅으로 시장을 급속히 잠식한 탓이다.
이와 더불어 중국에 현대차와 동반 진출한 140여 개 국내 부품업체도 고스란히 타격을 입고 있다. 현재 국내 부품업체의 가동률은 40% 이하 수준이고, 자금난도 심각한 상태다. 현대차의 해외 최대거점인 중국 생산과 판매망, 부품 공급망이 흔들리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제품 경쟁력 약화로 인한 실적 부진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현지 트렌드인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라인업 대응이 늦었고, 토종 업체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점유율이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사실은 현대차의 판매부진 이유가 중국의 사드보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 2012년 중‧일 영토분쟁 당시와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일 영토분쟁 당시인 2012년 9월, 10월, 11월 중국 내 토요타‧혼다 등 일본 차 판매는 각각 41.1%, 58.0%, 37.0% 빠졌다가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현지 모델 개발과 가격 인하 등에 주력해 경쟁력을 곧바로 회복해서다.
반면, 한국차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일본차에 밀려 중국 소비자들의 홀대를 받고 있으며, ‘지리’, ‘바오준’ 등 중국 현지 업체들의 제품들이 값은 낮아지면서도 품질과 안전도는 크게 높아져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차 노조는 지난 4월부터 진행돼온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지난 8월 29일 중단했다. 9월 새 집행부 선거 이후 교섭을 재개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월급 15만4993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요구를 내걸고 협상을 외면하면서 현재까지 8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한 피해만 3만8000대 생산 차질, 8000억원의 매출 손실이다.
현대차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은 9400만원으로 일본 도요타(7961만원), 독일 폭스바겐(8040만원) 보다 월등히 많다. 나라 안팎의 시장이 무너지고 공장이 멈춰도 내 몫만 더 챙기겠다는 노조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불 보듯 뻔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아니더라도 현대차는 급속하게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노조가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하면 쇠락의 길을 재촉할 뿐이다. 이제라도 회사를 살릴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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