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대통령, 유엔총회서 ‘북한 파괴’ 발언… 정부는 800만 달러 대북지원 결정
美 트럼프 대통령, 유엔총회서 ‘북한 파괴’ 발언… 정부는 800만 달러 대북지원 결정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9.22 13:30
  • 호수 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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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현지시간) 열렸던 유엔총회에서 북한을 ‘깡패 정권’, ‘타락한 국가’로 규정하는 것과 더불어 ‘북한 완전 파괴’라는 수위 높은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유례없는 말 폭탄을 터뜨렸다. 이는 평화를 장려해야 하는 유엔 주요 행사에서의 전쟁을 시사하는 강경발언이어서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강력한 힘과 함께 인내심을 갖고 있지만, 만약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공식 석상에서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Rocket Man)이라고 부르며 “로켓맨이 자신과 정권에 대해 자살 임무를 하고 있다”고 맹폭했다.
물론 북한을 향한 그의 거친 표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에는 “북한이 위협을 계속하면 화염과 분노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러나 ‘화염과 분노’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북 정권에 초점을 맞춘 데 반해 이번 ‘완전 파괴’는 말 그대로 북한 주민 전체가 김정은과 함께 절멸하는 상황을 상정한 극한의 위협이라는 점에서 궤를 달리하고 있다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이에 다음날 미국에 입국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며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반박했다. ‘로켓맨’ 발언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이 불쌍하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극단적인 발언을 즐겨 사용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즉흥적인 발언이 아니라 참모진과 협의 끝에 나온 연설문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세계 평화를 존재의 이유로 삼고 있는 유엔에서 전 세계 지도자들을 앞에 두고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트럼프는 이란을 향해서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 타결된 핵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란 정부는 거짓된 민주주의를 가장한 부패한 독재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핵 합의가 국제정치의 ‘불량배 풋내기’에 의해 파괴되면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되받아치면서 그가 초짜 정치인임을 조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의 연설은 곳곳에서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라 할 ‘미국 우선주의’와 ‘힘의 우위’가 더욱 공고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연설에서도 트럼프는 각국의 주권을 강조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거듭 천명했다.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이를 위협하는 그 어떤 도전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동맹이라는 것도 공동의 이익이 아니라 일방의 이익으로 작동한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폐기 또는 변용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현재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취임 후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전초전 격이었던 첫 정상회담에 비해 높은 긴장 속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강의 대북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평화’를 강조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다시 긴밀한 호흡을 과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도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한 규탄과 대북제재의 이행을 강조하면서 평화적 방식의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통과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강력한 이행을 국제사회에 호소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영유아와 임산부 등 북한 취약계층을 돕는 사업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21일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북지원이다. 정부는 이날 조명균 통일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유엔아동기금과 세계식량계획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사업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안을 심의‧의결했다.
그러나 이는 한‧미‧일 등 국제사회의 대북공조 흐름과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우회적으로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계획에 부정적 인식을 내비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 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 추진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간 대치가 고조될수록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커지고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각별한 대응이 중요하다. 이제부터라도 미국과의 채널을 모두 가동해 시시각각 상황 변화에 따른 긴밀한 대화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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