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바짝 조여… 다주택자 대출 힘들어져
가계부채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바짝 조여… 다주택자 대출 힘들어져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10.27 13:59
  • 호수 5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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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

정부가 내년부터 다주택자의 투기성 추가 대출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수도권과 부산 해운대구 등 청약조정대상 지역 40곳을 대상으로 대출 심사 시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기로 했다. 더불어 내년 하반기에는 전체 빚 규모를 따져 대출한도를 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국토해양부는 지난 10월 24일 신DTI, DSR 도입과 금리 인상기 빚 부담에 시달릴 수 있는 취약차주 맞춤형 지원 등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내년 1월부터 신DTI를 시행한다. DTI는 연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장치다. 신DTI는 현 DTI와 달리 기존 주택대출 원금까지 합산해 대출한도를 계산한다. 따라서 기존 주택대출을 보유한 다주택자일수록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원리금 비중이 커져 DTI가 높게 산출된다.

이에 따라 기존 주택대출 2억원을 갖고 있는 연소득 7000만원의 회사원이 투기지역에서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현재는 1억5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내년 1월부턴 대출 가능액이 8260만원으로 떨어진다. 연소득이 6000만원이면 대출 가능 금액은 1억2820만원에서 4750만원으로 62%나 급감한다.

아울러 내년 하반기에는 전체 빚 규모를 따져 대출한도를 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도입하기로 했다. DSR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계산할 때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전세자금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반영한다. 기존의 주택담보대출 이외에 신용대출 등 대출자의 모든 대출을 깐깐하게 따지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DSR에 포함할 부채를 어떻게 산정할 지에 대해서는 올해 안에 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장 691만명의 다주택자와 다중채무자가 규제의 영향권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나이스평가정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은행과 보험사, 여신전문회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금융권에서 개인 명의로 부채가 있는 전체 채무자는 691만명이며, 이 중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는 총 662만명이다.

주택담보대출을 가진 이들의 1인당 평균 연소득은 4193만원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을 모두 합해 1918만원을 매달 갚고 있었다. 즉, DSR이 이미 45.8%에 달하는 상태여서 DTI 규제를 받는 대다수 지역에서 더 이상 빚을 늘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DTI 규제를 전국으로 확대하지는 않기로 했다. 현재는 DTI 규제가 서울·수도권,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부산과 대구의 일부 자치구에만 적용되고 있다. 다만 향후 시행사항을 보며 DTI 적용 범위를 확대할지 검토하겠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집단대출 문턱도 더 높아졌다.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의 중도금 대출 보증한도(수도권·광역시·세종)를 6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추고, 보증비율도 90%에서 10%p 낮추기로 했다.
가계 빚의 숨은 뇌관으로 지목된 자영업자 대출은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으며, 최근 급증세인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에 대해서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원리금을 나눠 갚는 분할상환 방식을 유도해 갭투자(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 차이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실업으로 당장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차주에 대해선 대출원금 상환을 최대 3년 유예해주고 장기연체자 40만명은 소득심사를 거쳐 아예 빚을 탕감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11월 빚탕감 세부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부채 총량을 줄이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넘어 침체되거나 대출과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투자든, 투기 목적이든 부동산을 살 사람은 이미 대출을 받아 강화된 대출 기준이 서민이나 실수요자의 발목만 잡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는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보완해 나가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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