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년생활-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활기찬 노년생활-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 super
  • 승인 2006.08.26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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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마음도 돈도 엇박자… 인생이 씁쓸해요”

얼마 전 서울 외곽의 한 모텔 주인이 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제보내용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사람이 심하게 싸우고 있으니 와서 중재해 달라는 것이었다. 경찰이 출동해서 보니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았다.


배우자 사별 후 자식과 함께 살고 있던 김모(71) 할아버지는 출근하는 아들로부터 용돈을 받았다. 십만원짜리 수표 한 장이 생기자 기분이 좋아진 할아버지는 노인정에 나가서 자랑을 했다.


그런데 그 노인정의 정모(65) 할머니는 김 할아버지가 꺼내든 수표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다가 남이 안 볼 때 은근히 다가가 “돈 좀 나눠 줄 수 없겠느냐”는 제의를 했다. 정 할머니 역시 배우자 사별 후 혼자 살고 있었는데, 아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 용돈을 받기는커녕 손자들 간식거리라도 보태줘야 하는 형편이었다.


정 할머니의 제안을 받은 김 할아버지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승낙’을 했다. 조건은 절반이었다. 두 노인네는 노인정 문을 나서 둘만이 있을 수 있는 장소를 찾다가 인근 모텔로 들어갔다.
그런데 일은 자연스럽게 성사가 되지 않았다.

 

김 할아버지가 서너 번 시도를 해도 불발이었다. 처참한 심정이 된 김 할아버지는 조금 시간을 보낸 후 더 시도를 해보자고 했으나, 정 할머니는 “손자가 학교에서 올 시간이 되어 시간이 없다”고 했다. 화가 난 김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시원치 않아서 일이 성사되지 못했다”며 화풀이를 했다.


그 말에 발끈해진 정 할머니는 “빨리 돈이나 달라”고 했고 김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일이 성사되지 않아 돈을 줄 수 없다”고 버텼다.


사태는 심한 언쟁으로 번졌고 급기야 할머니는 모텔복도에서 건물이 떠나가라 엉엉 울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주인이 중재에 나섰으나, 김 할아버지는 “줄 수 없다”, 정 할머니는 “돈을 줄 때까진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서 주인은 결국 영업방해로 두 노인네를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한 순간의 춘정 못 이겨 꽃뱀에게 걸리고 협박 당해


정년퇴직 후 모 기업체에서 고문역할을 하며 비정기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한모(67) 할아버지. 주말이면 근교의 산을 찾아 정상까지 오르며 건강관리를 하는데 작년 가을 이후부터는 절대 산에 가지 않는다. 돌이키고 싶지 않은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이었다. 산행을 하는데 예쁘장하게 생긴 중년 여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은 각자 일행이 없이 혼자 산행을 나선 처지여서 산길을 오르며 이 얘기 저 얘기 자연스럽게 주고받게 되었다.

 

두 시간 남짓 길동무가 되는 사이 여인은 “남편이 외도를 해서 이혼을 하고 지금은 혼자 살고 있다”며 처지를 털어놓았다.


사근사근한 여인의 태도에 동정심까지 겹친 한 할아버지는 산을 내려와 “막걸리 한 잔하며 뒤풀이를 하자”고 제안했고 두 사람은 인근 식당으로 들어갔다. 파전과 막걸리가 들어가자 여인은 신세타령을 하며 외로움을 호소했다.


여인의 ‘사인’을 감지한 한 할아버지는 집에 있는 부인을 생각하며 잠시 망설였으나, 어차피 한번 뿐이고 이런 기회도 흔치 않겠다는 생각에 여인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산 밑의 러브호텔로 향한 한 할아버지.

 

여인과는 그날 이후로 끝이었고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아, 차비만 남기고 지갑에 있던 돈을 모두 털어 그녀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날 일은 잊어버렸다.


그리고 한달여 시간이 지났을까,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웬 남자가 “OO고문님이 되시죠?”하더니 “그날의 일을 알고 있다.

 

여인과 러브호텔로 들어가는 사진을 가지고 있다”면서, “회사와 사모님께 알린다”고 했다. 꽃뱀에게 걸려들었음을 느꼈지만 뒤늦은 자각이었다.


남자는 입금할 돈과 계좌번호를 일러주고 전화를 끊었다. 통화를 끝내고 발신자 번호를 추적해보니 공중전화로 나왔다. 주도면밀한 일당에게 걸려 한 할아버지는 그 해의 연봉을 모두 뜯기게 되었다.


수면제 먹이고 한탕 털어 가


조용한 주택가에 앰뷸런스 소리가 ‘윙윙’거리더니 119 구급대가 들어서는 소리가 황급했다. 예순 아홉의 양모 할아버지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었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평상시 시내의 공원에 나가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들어오던 양 할아버지는 얼마 전 그곳에서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열 살 연하의 그녀는 양 할아버지에겐 ‘너무 예쁜 당신’이었다. 젊은 연인들처럼 집에 데려와 함께 요리도 만들어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으나, 자식 눈치가 보여 그러지를 못했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아들이 해외출장을 가며 며느리와 손자들까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 것. 여행에 따라 나서지 못하는 5박6일 동안 할아버지는 집을 지키게 된 것이다. 떠나는 날 며느리는 인사치레로 “죄송합니다”라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여자친구와 고대하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닷새 동안의 달콤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할아버지는 소원대로 여자친구인 할머니와 시장도 보고 음식도 해 먹으며 신혼부부 같은 기분을 만끽했다.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다음날이면 아들 내외가 돌아와 이런 시간을 갖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 할아버지는 아쉬움 속에 여자친구와 밤을 보냈다.

 

그녀가 주는 자양강장제를 들이키고 푹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깨어나 보니 이게 웬걸, 여자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집안의 세간은 대폭 줄어 운동장처럼 텅텅 비어있었다.


홈시어터, 벽걸이 TV, 컴퓨터, 김치 냉장고는 물론 아들이 취미로 모아둔 양주들까지 모두 간데없이 사라졌다. 어떻게 된 일인지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해보니 그동안 알고 있던 번호가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

 

밖으로 나가 동네사람에게 물어보니 어제 밤늦게 용달차가 대문 앞에 세워진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제서야 양 할아버지는 여자친구를 단지 공원에서 만났을 뿐, 신원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핑’ 현기증이 돌고 뒤통수가 무거워진 양 할아버지는 그대로 쓰러졌고 놀란 이웃이 119 구급대를 부르기에 이르렀다.


쏟아지는 사건·사고들 속에서 노인들과 연관된 사건·사고는 거의 보도가 안 되거나 보도가 되어도 한쪽 귀퉁이에 가볍게 취급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노인이 연관된 사건·사고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기나 분쟁사건에 있어 노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며 노인일수록 더욱 꼼꼼히 헤아려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노인들은 심리와 신체적 특성이 이성적인 사고보다는 감성에 치우치고 젊었을 때는 까다로울 만큼 논리적인 사람도 객관적인 시각을 잃기 쉬워 그만큼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피해사건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나이를 불문하고 분별력이 필요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장옥경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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