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사돈이 가장 가까운 친구예요”
“이젠 사돈이 가장 가까운 친구예요”
  • 이미정
  • 승인 2008.01.28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자손녀 양육하며 감정적 공감대 형성

사돈(査頓) 사이가 점점 돈독해지고 있다. 과거 어렵기만 했던 사돈 사이가 최근 친구처럼 편안한 사이로 변하고 있는 것. 외로울 때 말벗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 몸이 불편한 사돈을 위해 병간호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은 비슷한 연배끼리 느끼는 동질감 뿐만 아니라 핵가족화에 따라 형성되는 새로운 가족관계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딸과 며느리들의 경제활동을 돕기 위한 공동양육도 한 몫 하고 있다. 사돈관계가 변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사진>치매에 걸린 사돈 홍종균씨(왼쪽)를 위해 병수발을 하고 있는 곽윤생씨.

 

경남 밀양에 사는 곽윤생(70)씨는 일주일에 닷새 이상 울산의 딸집을 방문한다. 딸이 아닌, 치매에 걸린 사돈 홍종균(70)씨를 돌보기 위해서다. 홍씨는 3년전 갑자기 쓰러진 뒤 치매에 걸려 현재 거동이 불편한 상태. 곽씨는 두 아들 뒷치닥거리에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수발하는 딸이 안쓰러워 지난 2월부터 딸집을 찾았다.

 

처음에는 딸을 돕자고 시작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곽씨는 사돈이 대소변을 볼 때 도와주고, 밥을 떠먹여주고, 잠도 함께 잔다. 두 사람은 어딜 가든 손을 꼭 잡고 다녀 주위에서 ‘사돈짝꿍’이란 불명까지 붙었다.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이유에 대해 곽씨는 “딸도 딸이지만 무엇보다 늙은이 서러운 심정은 같은 늙은이가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곽씨와 홍씨처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돈이 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사돈사이는 그다지 편안한 관계가 아니었다. 자녀의 혼사를 통해 맺어진 관계니 행여 집안의 ‘흉’이 잡힐까봐 말 한번 섞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돈=가깝고도 먼 사이’라는 등식이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사돈 관계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관심영역을 함께 즐기거나 고민을 공유는 등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는 것. 이 같은 변화에는 독신가구도 가족으로 인정하는 현 세태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좋은가정연구소 문은주 소장은 “과거 대가족 체계의 가족구조가 핵가족으로 변화하면서 가족에 대한 관심의 폭이 넓어지기 시작했다”며 “사돈과의 왕래를 통해 새로운 가족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어르신들이 손자손녀의 양육을 맡아 사돈끼리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영랑(68?천안 안서동)씨는 “직장 생활을 하는 딸 대신 손자를 돌보다 사돈과 친해져 지금은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미용실이나 찜질방을 함께 다닐 정도”라고 말했다. 


문 소장은 “기존에는 대부분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 둘 중 한 분께 아이를 맡기고 일을 했지만 최근엔 그 틀이 사라졌다”며 “딸 혹은 며느리가 빠지고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사이의 왕래가 잦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돈 관계의 친분을 두텁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동연배 끼리 느끼는 동질감을 빼 놓을 수 없다.


비슷한 시대를 함께 살아온 이력을 갖고 있어 그 어떤 가족구성원보다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해주고, 공유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한다.


문은주 소장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화로 안부를 묻거나 자주 만나 식사를 나누는 등 함께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약 서운한 일이 생기더라도 토라지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