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43] 선물은 이미 뇌물이다
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43] 선물은 이미 뇌물이다
  • 신 부 순 구리여고 교사(한국고전번역원 공모전 당선작)
  • 승인 2018.02.0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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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은 이미 뇌물이다

 

선물로 보내온 물건은

비록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은정(恩情)이 맺어졌으니

이미 사적으로 행해진 것이다. 

 

饋遺之物 (궤유지물), 

雖若微小 (수약미소), 

恩情旣結 (은정기결), 

私已行矣 (사이행의).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목민심서(牧民心書)』 권2   「율기(律己)」 6조(條) 중 「청심(淸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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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은 관리가 받아도 되는 선물은 없다고 단언하였다. 관리들이 받은 선물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이미 뇌물이다. 정약용은 호의로 주는 작은 선물이 거대한 부패로 이어질 수 있음을 너무나 잘 알았다. 그래서 목민관은 좀 미련해 보일지라도 대추 한 알이라도 그냥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약용이 목민관의 자질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덕목이 바로 청심(淸心), 청렴함이었다. 목민심서의 율기(律己) 중에 1조가 목민관의 절제되고 엄숙한 생활을 말하는 칙궁(飭躬)이라면 그 다음이 청심(淸心)이었다. 

“청렴은 수령의 본무로, 모든 선(善)의 근원이요 모든 덕(德)의 뿌리이니, 청렴하지 않고서 수령 노릇 할 수 있는 자는 없다.[廉者 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而能牧者 未之有也]” 

목민(牧民)이란 백성을 기른다는 말이다. 백성을 기르는 목민관은 백성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백성을 편안히 할 방법을 강구해야 하며, 지성으로 잘되기를 바라야 한다. 인간의 본성을 하늘에서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유학자들 중에 백성을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냥 두면 물욕(物慾)에 빠져서 금수와 가까워지므로 인의예지를 가르치고 실천하도록 인도하는 것이 목민이라 생각했다. 

정약용은 이런 이상을 가지고 백성을 다스리고 싶었지만 몸은 유배지에 매인 몸, 그리하여 목민의 꿈은 그저 마음에만 담아두는 심서(心書)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가 백성을 기르는 관리들에게 당부하는 말은 지금 들어도 절절하다. 

“요즈음의 사목(司牧)이란 자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급급하고 어떻게 목민해야 할 것인가는 모르고 있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곤궁하고 병들어 줄을 지어 구렁텅이에 떨어져 죽는데도 그들을 기르는 자들은 바야흐로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에 자기만 살찌고 있으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今之司牧者 唯征利是急 而不知所以牧之 於是下民羸困 乃瘰乃瘯相顚連以實溝壑 而爲牧者 方且鮮衣美食以自肥 豈不悲哉]” 

예나 지금이나 지위가 높아지면, 자기가 원치 않아도 좋은 차,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작은 편의를 봐주거나 알고 있는 정보를 살짝 흘려주기만 해도 답례가 쏟아진다. 이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결국 우리 시대에는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처벌한다’는 형벌로 청렴을 수호하기에 나섰다. 이 법이 그 동안 마음에만 간직한 청렴의 이상을 실현할 마지막 보루가 될까? 아니면 법에 걸리지 않도록 온갖 편법을 써서 법마저 공허하게 만들까? 청렴은 관리의 덕목만이 아니라 사실 우리 모두의 덕목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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