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없어도 성범죄, 형사처벌 근거 마련
동의 없어도 성범죄, 형사처벌 근거 마련
  • 이진우 기자
  • 승인 2018.04.0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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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의원,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해야”…형법개정안 발의

[백세경제=이진우 기자] 현행법은 폭행이나 협박을 강간죄의 구성요건으로 하는 가운데, 법원은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에 이르러야 형사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되지 않는 ‘비동의간음’은 현행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다수의 성폭행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사회적 논란이 됐던 드라마 제작사 대표의 연기자 지망생 성폭행 사건도 단순 비동의 간음으로 간주돼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동안 여성단체들은 선진국과 달리 폭행이나 협박을 수반하지 않는 비동의간음을 형사처벌하지 않는 현행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현행 형법 강간죄, 강제추행죄 등의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 보다 ‘피해자의 자발적 동의 없이’라는 내용으로 수정할 것을 한국에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비동의간음’도 현행법상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신설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일 입법 발의했다.

형법 개정안은 형법 제303조의2에 ① 동의 없이 사람을 간음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동의 없이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천 의원은 “비동의간음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를 마련해 성폭력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충실히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개정안을 통해 성폭력범죄에 대한 처벌기준을 해외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최근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2017 상담 통계 및 상담 동향 분석’을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부분이 법적인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성인 성폭행 피해자(124건) 중 현행 강간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는 불과 12.1%(15건)에 그쳤다. 즉 가해자의 심각한 폭행과 협박이 존재하는 경우나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며 도망친 경우 등이다. 반면 피해자가 부동의를 표했으나 강간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사례는 54건으로 43.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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