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의 연령주의 실태 연구’ 분석
[창간기획]‘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의 연령주의 실태 연구’ 분석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8.04.13 14:08
  • 호수 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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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0대 근로자의 67% “노인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응답

[백세시대=조종도기자]우리나라는 2017년 주민등록부 기준 고령사회(노인 인구비율 14% 이상)로 이미 진입했으며, 생산가능인구(15 ~64세)의 비율이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인구절벽을 맞이하고 있다. 고령화가 심각할수록 건강하고 능력 있는 고령 인력의 가치와 중요성은 커진다. 하지만 노동현장에는 고령자를 차별하는 연령주의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를 극복하지 않고는 노동력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에 백세시대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해 실시한 ‘우리나라 연령주의 실태에 관한 조사 연구’를  입수해 소개하고 연령주의 극복방안을 알아본다.


76.3% ‘노인은 보수성향이 강하다’ 응답… 시대 변해도 편견 여전

‘노인은 경제적 생산성이 낮다’는 문항에 대해선 43.7%만 동의

연령차별 극복하려면 노인 채용 늘리고 젊은이와 접촉 확대해야

우리나라 근로자들(20~69세)이 노인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강하다는 것은 사실로 나타났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가장 활동이 왕성한 30~50대에서 고령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예상과 다른 결과도 나왔다. 근로자의 절반 이상은 60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적 생산성이 낮다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또한 근로자의 67%는 ‘노인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점에 동의했다. 

이같은 내용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지은정 부연구위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우리나라 연령주의 실태에 대한 조사연구-노동시장을 중심으로’에 따른 것이다. 설문조사는 전국 20~69세 근로자 3500명을 대상으로 2017년 11월 실시됐으며, 20~49세는 온라인 조사를 중심으로, 50~69세는 면접조사를 중심으로 실시됐다.

이번 연구는 노동시장의 연령주의가 얼마나 심각한지 조사하고 이를 근거로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 근로능력과 근로의사가 있는 60세 이상의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연령주의’(Ageism)란 연령을 이유로 개인의 기회를 박탈하거나 소외시키는 사상이나 태도를 말한다.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발생하며 ‘연령차별’이라고도 한다.

◇연령주의 실태=고령자의 특성이나 이미지에 대한 근로자들의 인식은 부정적인 면이 강했다. ‘노인은 권위적인 성향이 강하다’에 대해 7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노인은 다른 사람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에 대해선 71.7%가 공감했으며 ‘노인은 실력보다 나이·경력·직위 등으로 권위를 세우려 한다’에는 63.7%가 ‘그렇다’고 말했다.

또 76.3%가 ‘노인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에 동의해 고령자에 대한 편견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에 대한 회피현상도 나타났다. 59%는 ‘젊은 사람들은 노인이 자주 가는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에 동의했으며,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3.1%에 머물렀다. 28%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또 ‘젊은 사람들은 노인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에 동의하는 사람은 56.2%였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6.9%였고, 27%는 중립적인 입장이었다.

‘노인이 되면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끼리 같은 지역에 사는 것이 낫다’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은 50.2%였다.

노인의 인권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경향이 강했다. 국민이라면 연령과 상관없이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대표적으로 ‘노인은 다른 사회구성원과 같은 권리가 있다’는 설문에 근로자의 77.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노인들 스스로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낮은 65%가 ‘자연스런 일’로 동의했다. 

노인들의 능력이나 사회기여 및 사회활동에 대해서는 예상 외로 긍정적인 답변이 높았다. ‘노인들은 능력이 떨어지므로 단순한 일을 하는 것이 좋다’에 대해 45.5%만 동의했으며, ‘노인은 판단력이 좋지 않다’는 문항에는 37.3%만 ‘그렇다’고 말했다. 반면, 67%가 ‘노인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에 공감했으며, ‘노인은 경제적 생산성이 낮다’는 문항에는 43.7%만 동의했다.

지은정 위원은 “젊음에 가치를 부여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노인이 젊은 사람에 비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뒤떨어지므로 사회에서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일 것이라고 예측한다”면서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상당수가 노인의 경제적 생산성이 낮다는데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령자에 대한 호칭=60세 이상에 적합한 호칭으로는 ‘장년’이라는 응답이 21.8%로 가장 높았다. ‘신중년’은 18.1%, ‘시니어’ 17.1%로 조사됐다. 이밖에 ‘어르신’ 14.3%, ‘은퇴자’ 9.6%, ‘실버세대’ 8.5% 순이었다. 

반면 현재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노인’이라는 호칭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3.2%에 불과했다. 노인은 ‘나이가 많이 들어 늙은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오랫동안 그 의미가 부정적으로 사용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70세 이상에 적합한 호칭으로는 ‘어르신’이 31.9%로 가장 높고 ‘실버세대’ 17.9%, ‘노인’ 14.2%, ‘고령자’ 13.1%, ‘시니어’ 10.9% 순으로 조사됐다. 

◇연령주의 극복 방안=연령주의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60세 이상과  접할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국내외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인과 생활해 본 경험이 없는 경우 노인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거나 차별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노인과 접촉하는 빈도가 높고 친밀한 교류를 경험한 경우 노인에 대한 차별수준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0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은 고령자의 생산성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고령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더라도 고령자와의 접촉기회를 늘리면, 즉 고령자를 채용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연령차별이 감소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더구나 60세 이상을 채용하고 있는 사업체의 64.3%는 정부가 지원할 경우 60세 이상 고령자를 추가로 채용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주의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노화 혹은 나이듦에 대한 올바른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 잘못된 고정관념은 어렸을 때부터 생기기 때문이다. 

지은정 연구위원은 “교과서에 수록된 노화, 노인에 대한 모습은 육체적인 쇠약함이나 병약함으로 표현되고 있다”면서 “직업을 가지거나 경제활동을 하는 노인에 대한 모습을 교과서에 수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령주의를 극복하려면 고령 근로자 자신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병순 대한노인회 교육총괄본부장 겸 우정연수원장은 “유엔의 생애주기별 정의에 따르면, 노인은 86~95세이고 66~75세가 중년, 76~85세가 장년으로 정의되고 있다”면서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할 때 진짜 노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어르신들도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여생을 이웃을 위해 봉사하자는 생각으로 살아야 연령주의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근로자들 “노인 기준연령은 68.9세… 복지혜택은 66.6세부터”

◇노인기준연령=근로자들이 꼽은 노인 기준연령의 평균은 68.9세다. ‘몇 세부터 노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3.8%는 ‘나이와 상관없다’고 응답했고,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평균 68.9세가 적절하다고 응답한 것.

설문 참여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노인으로 인식하는 연령이 높아졌다. 20대는 ‘노인은 67.7세부터’라고 응답했지만, 이미 60대에 진입한 사람들은 70.2세라고 응답했다. 자신이 60대이지만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에 실시된 인천시 노인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명 중 1명이 노인 연령을 ‘70~74세’라고 응답했다. ‘75~79세’를 노인 기준연령으로 보는 고령자들도 많았다.

노인 기준연령은 지난 2016년 5월 대한노인회가 공론화를 제안한 이후 사회적 논의의 물꼬가 트였다. 물론 노인 기준연령 조정은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 기초연금이 지급되고 있는데, 기준연령이 높아지면 상당수가 혜택에서 제외된다. 또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지하철 무료이용 등도 영향을 받는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초연금이나 지하철 무료승차 등은 몇 세부터가 적절한지도 질문했다. 그 결과 정부 노인복지정책의 수혜연령은 평균 66.6세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노인 연령의 시작을 69세로 보면서도, 노인복지의 수혜는 2년 먼저 시행돼야 한다는 시각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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