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64]아들에게 바란다
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64]아들에게 바란다
  • 이 규 옥 한국고전번역원
  • 승인 2018.07.06 11:22
  • 호수 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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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바란다

공정하면 사심이 없으니, 

마음이 맑아 욕심이 없다.

모든 일을 합당하게 하니, 

이것을 정직이라고 한다.

公則不私(공즉불사), 

心淸無欲(심청무욕). 

事出至當(사출지당), 

是謂正直(시위정직).

-권근(權近, 1352~1409), 『양촌집(陽村集)』 권23「제사자명시아자길천군규(題四字銘示兒子吉川君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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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자 학자인 양촌(陽村) 권근(權近)이 자신의 셋째 아들 길천군(吉川君) 권규(權跬)에게 준 명문(銘文)입니다. 그는 아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마음에 새기고 살기를 바라는 네 가지를 글로 지어 주었는데, 이것은 공정함[公], 부지런함[勤], 너그러움[寬], 신의[信]입니다. 위의 글은 그 중 첫 번째 덕목인 ‘공정함’입니다. 

세상에 나가 여러 가지 일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능력이 필요합니다. 독서를 많이 해서 견문을 넓혀야 하고,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강한 의지력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심 없는 공정한 마음입니다. 사심 없이 공정한 마음으로 일할 때 결과적으로 모든 일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법이니까요. 

오늘날 우리 부모들은 자식 교육을 위해 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유학 간 자식을 위해 몇 년씩 기러기 부부로 살기도 하고, 자식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모가 힘든 일을 마다치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희생 위에 자란 자녀는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것만 가지고 바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옛날 분들은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를 더 강조하였습니다. 바른 인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공정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일하며, 남들에게 너그럽고 미더운 사람이 되는 것이 바로 바른 인간이 되는 바탕입니다. 아버지에게 이런 올바른 교육을 받은 덕분일까요? 권규의 바른 행실을 눈여겨본 태종(太宗)은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셋째 딸 경안공주(慶安公主)를 그와 혼인시켜 부마(駙馬)로 삼았습니다. (하략)     

이 규 옥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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