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이시형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 관리자
  • 승인 2008.04.15 0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명 이기 버리고 2박3일 자연느끼는 체험해보세요”

‘배짱으로 삽시다’라는 베스트셀러 책을 쓰기도 했고,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 가장 대표적인 정신과 의사로 거론되던 이시형 박사. 이 박사가 지난해 9월, 강원도 홍천에 들어가 ‘힐리언스 선마을’이라는 이름의 ‘자연치유’ 캠프를 설립하고 ‘느리게 살기’와 ‘자연과 더불어 사는 건강한 생활’을 주창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생명보험회사들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을 맡아 뉴스의 초점이 되기도 했다. 이시형 박사를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만났다.

이시형 박사는 …

1934년 대구 출생
경북대 의대 졸업
예일대 신경정신과학 박사
강북삼성병원장
대한신경정신학회 벽봉학술상 수상
환경부 환경홍보사절
건강100세연구소 초대소장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현)
저서 ‘배짱으로삽시다’ 등 52권의 저서 

 

 

이시형 박사는 번잡한 문명사회, 즉 도시를 떠나 강원도 홍천의 첩첩산중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그는 느리게 살기, 자연에 동화하기, 자연을 느끼기 등 문명에 찌든 고단한 몸과 마음의 자연치유를 위한 캠프,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모범적인 삶을 선보이고 있다.


구불구불 홍천 가는 큰길을 타고 가면서 ‘힐리언스 선마을’ 입간판을 발견하고 절벽처럼 가파른 약 2km의 산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니 산비탈이 꽃처럼 겹쳐 빙 둘러싼 듯 한 분지형의 너른 공간이 나타났다.

 

공간에 캠프 시설이 자연과 조화롭게 숲에 묻힌 듯이 서 있다. 이곳 23만여 평이 힐리언스 선마을이다. 촌장인 이 박사의 엄명에 따라 1만여 평의 캠프시설을 제외하고는 어떤 인공적 구조물이나 시설도 갖추지 않은 자연 그 자체로 모셔지고( ) 있었다.

 

강북 삼성병원장, 매스컴의 스타 정신과 의사, 베스트셀러 저술가로 그동안 대단히 바쁜 생활을 하셨습니다. 이곳 ‘힐리언스 선마을’에 오신 것은 은퇴 시기가 됐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연과 더불어 쉬고자 하는 생각에서인지요 


구상을 한 것은 1980년 초반부터였습니다. 당시 저는 건강진단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을 처음으로 실행에 옮겨 병원 경영에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대부분의 병원들이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하고 있지요. 그런 것처럼 앞으로는 아파서 병원에 오는 시대는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프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올해가 2008년이니 그 생각을 한 지 벌써 30년이 다 돼갑니다.

 

취지가 이해는 갑니다만, 의외다 싶은 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암이라고 하면 깜짝 놀랍니다. 그러나 배가 나왔다거나 혈압이 오르락내리락 한다거나 하는 생활습관병에 대해서는 미련할 정도로 낙천적입니다. 강연을 할 때나 텔레비전에 나갈 때 그런 얘기를 많이 했지만 대개 들을 때뿐이에요.

 

그래서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며칠간 여기서 머물면서 생활습관을 바꾸고 자연치유가 가능하도록 교육하고 이끌어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그동안 약 1000여명이 다녀갔는데 다들 좋아합니다. 이런 일은 병원에서는 못합니다. 보험료도 감당 못하고, 예방이라는 것도 생각하기 쉽지 않지요.


이곳에서 어떻게 지내다 가는지요 


여기 오시는 분들은 각 분야에서 정말 치열하게 살아온 경우입니다. 이젠 자연과 가까이 하면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을 합니다. 최소한의 과학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지만 적어도 건강을 해칠 만큼은 하지 말자고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텔레비전, 노트북 컴퓨터, 휴대폰 같은 문명은 사용금지입니다.


바쁜 용무가 있거나 어쩔 수 없이 볼일을 볼 사람들을 위해 비즈니스 센터를 열어놓았으나 그 센터 표지판 아래에는 ‘스트레스를 받는 지역’이라고 써 놨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곳에서는 비즈니스센터가 곧 스트레스가 생겨나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생활습관병이라면 


생활습관이라 하면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하루의 생활 리듬입니다. 서울근교의 직장인들 50%가 밤 열두시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습니다. 그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모릅니다. 어떤 일이 있든지 12시 전에는 자야 합니다. 식습관은 소식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자연스럽게 운동하도록 합니다. 식당에서 숙소까지 거리가 먼데, 하루 동안 밥을 먹기 위해서 걷는 거리가 2km가 넘습니다. 마음 습관도 개선하도록 합니다. 명상은 그 좋은 방법입니다. 숲속을 산책하다가도 아무 곳에나 앉거나 누워 명상을 합니다. 방 천장이 유리로 돼 있어 누워서 하늘을 볼 수 있지요. 한 템포 느리게 생활합니다. 자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이 다녀가는지요 

의사들이 한 50명 정도 다녀갔고, 각 대학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에 있는 40~50대 이상의 CEO나 오너들도 많이 오십니다. 이런 식의 생활습관을 2박3일 정도 하고 돌아가서 계속 할 수 있도록 약속을 받고 개선하도록 돕습니다. 이곳에 왔다가 내려가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지 않도록 1년 동안 사후관리를 합니다. 지금까지 1000여명이 다녀갔는데, 아직은 목표에 턱없이 미치지 못합니다.


선마을을 안내하는 책자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노인사회에서 아주 익숙한 용어가 있다. ‘9988234’가 그것. 힐리언스 선마을의 캐치프레이즈가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만 앓다가 사(죽음)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문명의 편리함을 버리는 일이다. 자연치유능력을 향상시킴으로서 가능하다는 뜻이다.


자연치유라 하니 비 의료과학 같기도 합니다. 첨단 과학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요 


이거야 말로 최첨단의학입니다. OECD(오이씨디) 국가들도 다 이 방향으로 갑니다. 독일은 의사의 15%, 3만명이 자연 의사입니다. 앞으로 의료과학이 첨단화되고 더욱 발전한다면 이 분야가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병원이 없어질 날이 있을 것입니다.

 

정신과 의사로써 우리나라 노인의 자살문제에 대해 조언해 주신다면.


몇 해 전에 한중일 비교 문화정신의학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그때 일본은 자식에게 추한 꼴 보이기 싫어서 자살하고, 한국인은 서러워서 자살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이놈들이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하면서 자살한다는 것입니다. 어르신들께서 섭섭한 기분이 많을 것입니다. 자식, 사회, 이웃, 친구 등 자기가 완전히 소외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효라는 것은요, 아이를 낳아 기를 때 방긋방긋 웃고, 자작자작 걸음 내딛고, 말 배울 때 그 놈을 사이에 두고 박수치고 즐거워한 것으로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부모에게 갚을 빚은 다 갚았다, 이렇게 생각해요. 그 다음 우리한테 잘 하면 덤으로 생각했으면 합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서운한 데가 있습니다. 직장, 부부, 자식, 친구 사이도 다 그렇습니다. 남에게 한 것만큼 자신한테 돌아오지 않습니다. 인간의 기본이 그것입니다. 자식이 잘해줄 때 덤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것입니다.

 

지난 2월 29일인가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을 맡으셨는데.


재단 설립 취지가 좋았습니다. 나도 늙어가는 의사로서 그런 기회가 주어져 기꺼이 응했습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으로서의 포부는 


치매, 중풍 등 어려운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일은 개인보다 사회가 정책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재단이 앞으로 그런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물론 정부도 많이 노력했지만 상당히 미흡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민간단체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없을까 생각해왔고, 또 오래 그런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재단에 출연된 자금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고심하고 심사하는 기준, 즉 요강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재단에서 불우한 어르신들을 잘 돕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곳 힐리언스 선마을과 같은 자연치유캠프가 전국에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책도 더 써서 국민들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책으로 써서 사회에 환원하려고 합니다.


박병로 기자 roparkk@100ssd.co.kr

 

사진설명

낯익은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가 느리게, 자연을 느끼고, 자연에 동화돼 사는
삶을 제안하며 지난해 9월 강원도 홍천에 세운 자연치유캠프 ‘힐리언스 선마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