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원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회장
박철원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회장
  • 관리자
  • 승인 2008.05.2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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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침침하고 피곤하시겠지만 습관처럼 책 읽으세요"

농촌계몽운동가가 되고자 했던 소년이 지금은 책읽기 전도사, 교육사업가가 됐다면 꿈이 이뤄진 것일까?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박철원 회장의 삶을 바라보며 가져보는 생각이다. 농촌계몽운동을 부르짖던 저자들의 책을 읽으며 한국의 농촌발전을 목표로 서울대 수의과대학에 진학했던 그는, 계몽운동 대신 사회활동가로 활약하며 사회교육사업을 했다.

지금부터 20여년 전에 김형석, 김태길 등 당대 석학과 저명한 작가 박완서씨 등과 함께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를 설립해 독서운동에 투신했다. 독서운동을 전개하며 교육사업 모델을 개발해 현재 교육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박철원 회장을 만나 어르신 독서운동, 어르신 교육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노인사회에 독서운동이 전개되길 기대해 본다.


서울대생으로 4?9혁명에 참여했던 박철원 회장은 젊어서 사회활동을 했다. 그러다 1980년대에 이르러 ‘한국사회교육아카데미’를 설립하며 사회교육사업에 투신했다. 이때 ‘현대여성교양대학’이라는 이름의 강좌를 개설해 여성문화활동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 모델이 뒷날 동아일보사의 동아문화센터, 중앙겵떼굼瞿맛?문화센터다. 현대여성교양대학을 본받아 커리큘럼과 시설을 발전적으로 확장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유명 백화점에서 무수히 많은 문화센터 강좌가 개설돼 있는데 역시 원조는 현대여성교양대학이라는 것이 박철원 회장의 주장.


당시 주부들의 학구열과 취미생활에 도움을 줬던 강좌가 지금은 사회복지관,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어르신들께 계승되고 있다. 과거 강좌를 들었던 주부들이 현재 노인복지관의 수강생일 수도 있다. 각종 강좌의 성격이 그렇다는 얘기다.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를 시작하던 1989년만 해도 박철원 회장의 존재는 미미했다. 독서문화의 필요성을 절감해 시작한 운동이었기에 사회적 지명도가 높은 연세대 김형석교수, 서울대 김태길겷零∮?교수, 소설가 박완서씨 등을 영입했다. 우리 사회의 석학과 저명한 작가들을 받들면서 독서운동을 전개했기 때문에 알차고 성공적인 독서운동이 됐다는 것이 중론.


박 회장은 독서운동을 전개하다 문득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독서습관을 길러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예 부모를 독서지도사로 키우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평생교육을 위한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던 그가 독서지도사 양성과정 등 독서와 관련된 교육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독서지도사 교육 등 초겵?고교생의 독서논술프로그램을 구축, 운영하는 교육기업이 이렇게 탄생된 것이다. 전국적으로 많은 독서논술학원과 교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박 회장의 교육사업 아이디어는 이전까지는 없던 방식이었다. 학원사업의 주요 고객을 청소년에서 학부모로 전환시킨 것이다.


이런 사업을 바탕으로 박 회장은 사회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독서지도사들과 함께 매년 1000만원 정도의 기금으로 ‘독서지도 봉사단’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지난 10년간 150여명의 독서지도사들이 보육원, 소년원, 재활원을 방문해 책을 나눠주고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해주고 있다고 한다.

 

O 어르신들은 책을 읽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눈도 침침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습관처럼 텔레비전을 보십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책을 안 읽습니다. 아마 초등학생들이 책을 가장 많이 읽을 것입니다. 전에는 중고등학생들도 꽤 읽었는데 이제는 책을 멀리 하고, 대학생들도 요즘에는 취직 공부한다고 책을 거의 안 읽습니다. 어르신은 더하지요. 아마 주위를 둘러보면 책 읽는 어르신이 10%도 안 될 것입니다. 힘들더라도 책과 신문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무료해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르신들이 습관처럼 신문을 읽고 책을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O 어르신들의 독서운동을 전개하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있습니다. 사실 노년층을 구분할 때 55세에서 75세까지를 ‘영 올드 맨’이라고 하는데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적어도 60대까지는 아직 사회생활 경험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정신력에서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그런데도 정년이라는 사회제도와 은퇴하면 놀아야 한다는 통념 때문에 생산활동, 즉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일을 못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독서운동은 그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O 일자리창출을 위해서도 말씀하신 대로 ‘영 올드 맨’의 재교육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독서운동과 관련해서 길이 있지 않을까요?

저 말고도 공직자나 교육계에 종사했던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어요. 교육계의 경우 62세면 의무적으로 은퇴해야 하는데 정말 늙은 나이가 아닙니다. 그런데 심하게 말해 그런 인적자원을 쓰레기통에 담아버리는 것이나 같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일찍 인생을 끝내버리는 것이지요. 제대로 된 사회라면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O 백세시대이 추진하고 있는 ‘어린이 유괴·성범죄 추방 캠페인’도 그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우리 사회를 보살피는 역할을 자진해 맡아 진정한 어르신으로 거듭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지요.


맞습니다. 단지 그 골목길을 지나거나 혹은 서 계시기만 해도 그 동네 아이들이 안전합니다. 어르신의 역할은 그렇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엊그제 보도된 대구 어린이 성폭행 사건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린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우리 어르신들이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O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반사회적인 심성을 가진 청소년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앞으로 사회불안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아니지만, 사실 어쩔 수 없이 막 살아가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라고 봅니다. 그 청년층이 나이 들수록 그런 삶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세상이 뜻대로 안 되는 것 같으면 심한 경우 반사회적 성격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런 갈등은 빈부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문제입니다. 사회계층간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도 교육에 있습니다. 바로 그 일을 어르신들이 할 수 있다고 봅니다.

 

O 요즘 독서운동 여건은 어떤지요?

20년 전에 비해서 독서환경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독서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고요. 학교에 의무적인 독서시간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질적인 학교 독서활동이 이뤄지지 않아 문제입니다. 저는 초겵?고등학교 선생님들이 독서경험이 없는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학생들이 제대로 영향을 받지 못합니다. 독서교육은 체험학습의 일종입니다. 체험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독서여건은 좋아지고 있지만 그것이 문제입니다.

 

O 한국사회교육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여러 가지 사회교육 사업을 하셨습니다. 사회교육 차원에서 고령화시대를 맞아 앞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아직 구체적인 말씀을 드릴 단계가 아닙니다만, 분명한 것은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의 조직력, 사회교육 노하우를 활용해서 뭔가를 해보겠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사회교육 사업에서 기본은 ‘놀이’였습니다. 아파트 문화생활을 하게 되면서 주부들에게 여가시간이 풍부해졌을 때 저는 주부들의 일탈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현대여성교양대학을 고안해 냈습니다.

 

또 청소년들에게 레크리에이션 기회를 제공하고, 밝고 활발하게 놀아야 된다는 생각에서 레크리에이션 지도자를 양성했습니다. 독서지도사를 양성한 것도 그리해야 독서인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는 지금, 같은 맥락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강좌도 숙고하고 있는 것이지요. 복지관이나 노인대학 같은 곳에서 하는 방식과는 다른, 뜻 깊은 교육 비즈니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회장은 고령사회를 맞아 노인문제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확실한 방법으로 공부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며, 그런 제도가 도입되도록 하는 것도 독서활동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병로 기자 roparkk@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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