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前 국회의장
박관용 前 국회의장
  • 관리자
  • 승인 2008.05.24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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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탄핵 사건 어물쩍 넘겨 토론 정리 않는 건 큰 오점”

너무 바쁘게 산 탓일까. 박관용 전 의장에게서는 세월의 흔적이 별로 안 보인다. 머리카락은 숱이 많으면서도 새까맣고, 주름이 거의 없는 얼굴은 약한 구리 빛으로 건강미가 넘쳤다.

 

스스로 70이 넘었다니 그런가보다 할뿐 누가 40대 후반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고령화 시대에 늙지 않는 노년세대의 전형적인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난 2004년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났으나 박관용 전 의장은 은퇴자가 아니라 현역이다. 대북문제 전문가로, 동아대 석좌교수, 21세기발전위원회 이사장으로 연구활동과 강의를 하느라고 여념이 없다.

 

대학과 각종 포럼, 기관 단체에서 초빙을 받고 있고, 언론으로부터도 인터뷰와 코멘트가 쇄도하고 있다. 1938년생, 즉 71세인 박 전 의장이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은 고령화 사회의 영 올드 맨의 전형적인 삶의 방식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11월 박 의장은 KBS 라디오 ‘박인규입니다’에 출연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10월 9일)한 것은 북한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얘기를 했다. 그의 저서 ‘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에 대해 설명하면서다. 박 의장은 또 “핵실험으로 국제적인 봉쇄,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그것이 내부의 어려움을 대단히 가중시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지난 5월 12일 회동한 직후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친박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문제에 대해서도 당 원로로서 의견을 내놓았다.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한나라당이 안정을 찾아야 한다”며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선 친박, 친이(親李) 할 것없이 하나 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입당을 희망하는 사람은 받아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현실 정치에 대해서, 대북정책에 대해서 박 의장은 이렇게 막힘이 없이 의견을 내고 훈수를 한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와 훈수, 노인복지정책, 대북문제 등에 대해서도 그는 명쾌한 논리로 풀어나갔다.

 

최근 근황을 보면 21세기국가발전연구소 이사장으로 연구와 강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 부산 동아대학 석좌교수이시기도 하고. 여기저기 특강을 하시는 데가 많은데 주로 무슨 내용인지요 


정치생활을 하면서 겪은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또 후배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바를 말하는 셈이기도 하지요. 우리한테 남북통일문제가 무엇입니까. 북한을 알고 대화하고 교류해야 한다고 나는 말합니다. 북한 실체에 관한 이야기, 왜 핵을 가지려고 하는가, 과연 핵은 없앨 수 있는가 이런 얘기지요. 북이 핵을 포기하고도 존재할 수 있는가, 이런 데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또 한국정치가 국민에게 불신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얘기하지요. 국회운영에 대해서도 후배들에게 조언을 합니다. 헌법개정 필요성은 뭐가 있고 권력구조는 어때야 하는가, 이런 얘기도 합니다.


O 얼마 전 어버이날에는 어떻게 보냈는지


집집마다 어버이날 보내는 형태가 있습니다. 나는 친목계가 있는데, 8년 전에 친구들과 함께 자식세대들끼리 교류하도록 이른바 주니어모임이라고 해서 모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부모 잘 만난 덕에 공부하고 웬만큼 누리고 사는 아이들이니 사회를 위해서 봉사도 하라고 했어요. 일년에 몇 차례 독거노인 연탄배달도 하고, 양로원 어르신들 목욕도 시키고 고아원도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어버이날 저녁이면 우리를 초청합니다. 거기서 재롱잔치도 보고 카네이션도 받고 밥도 먹고 했습니다.

 

O 우리나라 노인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있는 것일까요  복지정책을 평가하신다면.

우리 사회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신생아의 출산율이 0.98퍼센트입니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어야 하는데,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해서 1명이 아니라 0.98명이 태어나는 것입니다. 인구구조 삼각형이 거꾸로 선 삼각형이 됐어요. 이런 사회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를 나도 고심하고 있습니다.

 

MB정부의 조직개편 과정에 내가 잠시 조언을 했습니다만, 어쨌든 이 정부 들어서 고령화시대 대책을 위한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고 근접해 가고 있다고 봅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할 일과 노인 스스로 일을 찾아나서는 것 이 두 가지 양면성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노인들이 일을 찾아나선다는 얘기는 다시 말해 은퇴했고, 자식들 결혼도 했으니 ‘논다’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수익성이 있으면 좋고 그것이 없다면 봉사활동 같은 일을 스스로 찾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노인들의 생각이 전환돼야 합니다.

 

O MB정부는 성장과 실용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앞선 정권의 복지와 새정부의 성장은 상충되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요 

우리 정부가 가진 재원과 세수가 빤합니다.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성장이 없는 분배는 사상누각입니다. 파이를 키우지 않고는 나누지 못합니다. 지난 일세기를 거쳐 사회주의에서 경험했지 않습니까. 성장이 죽으면 분배해 줄 것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성장 있는 곳에 분배, 세금 있는 곳에 복지 있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다만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문제가 있습니다.

 

O 대우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60~80세대는 건국되고 난 후 대한민국을 건국 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겪었고, 6.25때 나라를 지켰고, 새마을 운동과 산업화 과정에서 주역이었습니다. 지금의 2만달러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젊은 사람들한테 이분들이 너무 고마운 존재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노인들과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역사를 이룩한 사람들의 공을 젊은이들이 너무 모릅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 노인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역사를 잘못 가르쳤고, 어떻게 살았는지도 알려주었어야 합니다. 일본에 갔을 때의 얘긴데, 공원 같은 데서 젊은이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할 때 노인들이 가차없이 혼냅니다. 우리도 그래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O 이명박 정부가 초반부 몇 가지 시행착오가 있고 지지도가 낮습니다.

우선 우리는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에게 많은 권한이 주어져 있어요. 절대군주시대는 아니지만 너무 권한이 치우쳐 있어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라가 흔들흔들합니다.


MB 정부가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우리 국민이 믿고 뽑았으니 적극 지원하고 협력하는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집권하고 백일이 안 됐는데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인사검증에서 심도 있어야 했고, 쇠고기수입 같은 정책사항을 신중하게 추진했어야 합니다. 쇠고기 수입문제는 한미정상회담과는 분리했어야 옳았습니다.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야 했습니다.

 

O 국회나 정부에 경륜이 있는 인사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인사는 지혜와 경험, 패기와 젊음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라는 노련하고 경험 많은 사람이 우리 선수를 지휘했습니다. 홍명보처럼 오랜 선수생활을 한 노장과 박지성 이천수 등 불같은 청년을 조화롭게 구성하지 않았습니까. 경륜과 역사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늙은 쥐가 독 뚫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O MB 정부가 추진하는 대운하건설이 국론분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데요.


대운하 건설에 대해 개개인의 찬반을 묻는 것은 곤란합니다. MB는 필요하다고 약속했고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해주었어요. 그렇다고 바로 집행해서는 안  됩니다. 국토해양부, 정부의 관련 연구소 등 공식기구가 운하 건설을 집행하기 전에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대통령 공약이니 정책화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모든 인재를 가동해서 6개월이든 1년이든 토론하고, 연구하고 그런 다음 결론이 나오면 대의기구인 국회에 가서 설명하고, 국회가 동의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설득이 된 뒤에 포기하든 시행하든 결정을 해야 합니다.

 

O 지금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박정희 대통령은 선건설 후통일을 주장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이었고요. 노태우 대통령부터 이른바 대북정책이 틀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노태우 대통령이나 YS, DJ의 대북정책은 비슷했습니다. 다만 방법이 달랐지요. DJ와 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면서 지나치게 북쪽을 의식하는 성향이 생겼고, 민족의 통일 대통령이 돼야겠다는 소영웅적 심리가 작동을 한 것 같습니다. 기조에 별 차이가 없음에도 방법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 방법 차이 때문에 한미관계가 나쁘고 국제공조가 깨지는 등 일이 생긴 것입니다.


MB 정부가 그것은 바로잡아야겠다고 하고 있고, 국제공조를 통해서 핵을 포기해야 지원한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균형잡힌 정책으로 돌아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얼마나 구체적으로 하느냐는 더 지켜보아야 합니다. 쌀, 의약품, 건설자재, 이런 것을 전부 우리가 지원했습니다. 남북이 만나 협상하면 주도권은 거의 북이 갖고 있었습니다. 북이 하자고 하는 회담이 안 된 경우가 없고 남쪽이 하자고 해서 된 회담이 없습니다. 왜 그랬냐 하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통일겢類 문제를 정치에 이용할 생각을 버려야 당당하고 의연한 자세가 됩니다. 나는 그것을 요구합니다. 

 

O 북한을 지원해서 국민소득 3000달러가 되게 한다는 등의 MB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의장님이 쓴 ‘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라는 책에서 갑작스런 북한붕괴를 대비해야 한다고 한 것과 다른 것 같습니다만.

북한에 대해 비핵 3000달러라고 했지요. 핵을 포기한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경제교류를 통해서 가능할 겁니다. 개성공단이 활성화 되고 중국이나 베트남에 갈 기업이 북한에 진출한다면 가능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북핵이 폐기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북한을 지원해서 살리는 것이 좋은지 고립시켜 붕괴시키는 것이 좋은지 판단이 어렵습니다.
그것은 하나로 명쾌하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지원하려고 해도 핵을 가지려고 고집하면 어렵고, 망하는 것입니다. 핵을 폐기하고 지원을 받으면 망하지 않습니다.


이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고 묻는다면 곤란합니다. 북한은 군대가 거대합니다. 급변사태가 될 때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해오고 있고요. 붕괴할 때 친중정부를 세운다거나 한다면 영영 분단이 됩니다.


따라서 목표를 개방 개혁으로 분명히 하고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간단한 논리로 지원해야 한다 안 된다를 말할 수가 없어요. 이 문제를 두고 보수와 진보가 싸우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하나의 결론을 얻어낼 수 있는 통합된 사회로 가야 합니다. 남남갈등도 풀지 못하면서 어떻게 통일을 할 수 있습니까.


O 국회의장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했습니다. 소회를 말씀하신다면.


건국 4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민주주의 역사에서 그 예가 흔치 않습니다. 왜 탄핵이 됐는가, 정치적 교훈은 무엇인가, 이것이 진지하고 깊이있게 논의돼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정치적 쓰나미가 쓸고 간 것처럼 끝나버렸습니다. 이런 나라는 세계에 없습니다. 대통령의 잘못을 어떻게 견제하느냐, 권력 분립의 원칙이 무엇이냐, 국회가 무엇을 하느냐 이것을 따져보는 좋은 기회인데 그것을 못한 것입니다.

 

여야가 협상도 안 하고, 국회의장이 대통령과 만나 이 문제를 풀자고 해도 안 만나주고, 방송이 왜곡해서 탄핵 후폭풍을 만들고 국민이 탄핵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 것은 두고두고 역사에 남을 일입니다. 국민주권을 완전히 날조해 버린 사건이라는 얘기입니다. 언론학회가 어떤 잣대를 갖다 대도 탄핵 이후 방송의 자세는 잘못된 것이라고 해도 누가 말 한마디 없습니다.


이것은 다시 정리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탄핵되던 날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 성명을 발표했는데 대한민국 어느 텔레비전 라디오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하게 언론을 동원해서 계산된 방법에 의해 국민여론을 왜곡했지요.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로 몰고 가서 3분의 1도 안 될 여당이 과반수가 넘는 의석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철저하게 다시 점검하고 밝혀져야 합니다. 나는 이 시간 국회의장이라고 해도, 탄핵소추안이 올라오면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에게 자유롭게 탄핵을 토론하게 하고, 그 토론의 결과가 만장일치가 되지 않을 경우 투표를 통해 의사를 결정해내는 그런 책무를 저버리지 않을 겁니다.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탄핵소추안을 내면 나는 지금도 단상에 올라가면 방망이를 쥐겠습니다. 얘기를 하자면 길어지지만 그런 절차에 의해 탄핵이 됐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월권을 했습니다. 헌법정신을 위배했느냐 만을 따져야 할 헌법재판소가 형량을 운운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이 재토론에 붙여지고 역사에 정확하게 기록돼야 합니다. 재론을 해서 대통령도 ‘아 내가 법 앞에 똑 같은 위치에 있구나’하는 것을 알게 하고, 대화를 하고 협상을 하고 국회의장도 만나 의논도 하고 각당 대표를 불러 얘기도 하고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갖게 해야 합니다. 그것을 재론하는 역사적 의미는 엄청납니다.

 

O 그래도 우리 정치는 상당히 발전했지요 


글세요. 나는 아직도 우리 정치를 삼류라고 봅니다. 정치는 대화인데 대화가 안 되니까요. 토론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이고, 이해관계를 조정해내고 갈등과 대립에서 통합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정치인데 그걸 전혀 못하고 있습니다.

 

O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말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까지 후학을 가르칠 것입니다. 대북정책에 관심을 갖고 연구활동을 할 것이고요. 조찬 세미나나 각 대학에서 요청이 있으면 강의와 강연을 할 것입니다.

 


 

 

 

 

 

 

 

 

 

 

 

 

 

 

 

 

 

 

 

 

 

 

 

 

 

 

 

 

 

박병로 기자 roparkk@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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