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화 (사)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장
이춘화 (사)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장
  • 관리자
  • 승인 2008.06.0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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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실향민들 북한 돕고 싶어해"

실향민 사회를 대표하는 민간 조직은 이북도민회다.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황해도를 비롯해 휴전선으로 잘린 미수복 경기 북부, 강원 북부를 합해 통칭 실향7도라고 한다. 행정기관으로는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를 제외한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황해도의 5도청이 있고 정부예산도 지원받는다. 실향민 수는 통상 800만이라고 하는데 650만에서 700만쯤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950년 6·25전쟁 때로부터 치면 실향한 지 60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 실향민들이 많이 작고했으나 2세, 3세, 4세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계산이 가능하다. 이들 실향민들을 대표하는 이춘화 (사)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장을 만나 실향민사회 현안, 이명박 정부의 통일정책, 대북지원활동 등에 대해 들어봤다.

 

60여년 전 이춘화 회장은 평안남도 중화군의 3대 거부로 꼽히는 부유한 집안에서 11남매의 9째로 태어났다. 6·25로 월남을 해 실향민이 됐을 때 그런 부유한 집안의 후광을 웬만큼 누렸다. 그래서 젊어서부터 자신보다 윗세대 실향민들과 교유했고, 50대에 이르러 중화군 군민회장으로 천거되기도 했다. 회장으로 천거됐을 때 그는 수락하는 조건으로 30대인 당시 실향 2세들 중에서 부회장으로 임명하겠다고 제시했다. 실향 후계세대의 실향민 사회에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뜻이었다. 실향민 1세대가 급속히 감소하는 요즘에 새삼 그 판단이 선견지명이었다고 느껴진다.


중화군수를 역임한 뒤 실향민 사회에서 여러 중책을 맡아 열정적인 활동을 한 이춘화 회장은 2005년 평안남도민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올해 1월 마침내 평안남도민회장에 올랐다.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장은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맡게 되는데, 올해는 평안남도의 차례다. 평안남도민회는 이 회장이 이북도민회를 이끌 최적임자로 판단해, 올해 경선없이 그에게 중임을 맡긴 것이다.


“미래지향적 도민사회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한 이춘화 회장은 남북교류, 통일후계세대 육성 등 이북도민회가 할 일이 산적했다고 말했다.

 

O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장 취임 일성으로 후계세대의 이북도민회에 대한 적극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실향 2세들이 60세 가까이 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관리해야 할 연령입니다. 머지않아 1세들이 타계하게 되면 실향사회 조직이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한 1세들은 후견인으로 돕고 2세, 3세를 참여시켜 실향사회 조직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습니다.

 

O 원래 인쇄·출판사업으로 크게 성공했고 이 분야에서도 중책을 맡고 계시지요 


저는 인쇄·출판인입니다. 사실 요즘 제 사업체를 경영하는 데도 벅찰 정도로 바쁩니다. 인터넷과 영상매체의 발달, 휴대폰 등 시장 환경이 전례 없이 열악해져서 제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많습니다. 호황일 때는 적당히 해도 되지만 어려울 땐 몰입해야 하고 바쁜 법이지요. 그런데다, 인쇄·출판과 연관된 이런저런 공직을 맡아 봉사하고 있고, 영등포상공회의소 상공회장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제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에도 48시간이라도 모자랄 판입니다.

 

O 그런데 평남도민회장·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장을 맡으셨습니다. 어떤 자리입니까.

평남도민회장으로서의 임무는 당연하고, 800만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장으로서 실향사회를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역할과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 외에도 파주에 있는 실향민들의 묘역으로 조성한 동화경모공원의 재단이사장을 겸임하고 있고, 오두산 통일전망대 관리관계 업무도 수행합니다. 그리고 이북도민회가 만드는 두 신문의 방행인을 맡고 있지요.

 

O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를 어떻게 운영하실 계획입니까.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자유민주체제 수호와 국가정체성 확립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둘째는 연합회와 각 이북도위원회의 미래지향적 협력체계를 정립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통일후계 세대의 육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O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지원문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실향사회의 최대 목표이지요. 당연히 최대한 노력할 것입니다. 이산가족 상면이 이뤄지면 경제, 문화, 사회 등의 교류가 가능합니다. 저는 그래서 DMZ든 어디든 만남의 장소를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북한을 지원하는 문제도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북지원은 실향인들이 누구보다 적극적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대북지원 물품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투명성이 보장되고 법적으로 조건이 마련돼 하루빨리 북한 동포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합니다. 지원금이 미사일이나 핵을 개발하는 데 쓰이고, 쌀이 군량미로 사용돼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돌아온 데 대해서는 분개합니다. 그래서 도울래야 도울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O 북한이 우리 도움을 별로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형제지간에도 빈부격차가 있으면 가정불화가 있습니다. 북한도 남한이 잘 사는 것을 보면 자존심이랄까, 자격지심이랄까 그런 게 있겠지요. 하지만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어쩌겠습니까. 인도주의적으로 도움이 지금 필요합니다. 북한이 허용한 한정된 시야로만 봐도 북한이 극도로 빈곤한 것이 현실입니다. 실향민들은 죽기 전에 고향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우리끼리 하는 말이 있습니다. ‘고 이병철, 정주영 회장이 저승까지 온라인 송금 못했다’는 말입니다. 나는 극우도 별로 안 좋아하고, 극좌는 더 안 좋아하지만 북한에 도움 주는 데 대한 시각은 그렇습니다.

 

O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 3000달러를 골자로 한 통일정책은 어찌 생각하는지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대다수 실향민들은 북한을 고사시키면 통일이 저절로 된다고 생각했던 일부 인사도 있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북한이 정권 유지가 어려워지면 중국이 영향을 미칠 것이고, 자칫하다가 북한 땅을 중국이 점유하게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핵무기만 없다면 3000달러든 5000달러든 키워줘야 합니다. 개성은 여기서 한 시간 거리입니다. 비핵화만 어느 정도 하게 되면 경제교류 하기 좋습니다. 돈벌이 되는데 왜 중국에 줍니까.

 
O 이북도민회의 대북정책에 대한 시각과 정부의 정책이 조화로운지요.

저는 도지사와 도민회장이 동석하는 자리에서 도정 시책이나 지침이 하달되거나, 아니면 도민회장과 도지사가 겸임했으면 합니다. 이북7도민사회를 대표해서 하의상달을 제대로 못했고, 할 말과 권리행사를 하지 못해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O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입니다.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네. 현충일은 매년 참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북7도청년회 간부들을 초청해서 임진왜란 등 모든 호국영령을 위해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서 망향 영혼제를 지내는 등 아무래도 행사가 많습니다. 통일 백일장도 동화경모공원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O 실향민 원로를 모시는 잔치도 있습니까.

일년에 두 번 합니다. 5월 5일은 각 도별 도민의 날 행사를 하며 경로잔치를 합니다. 또 10월에는 7도 전체가 모여 대통령기 체육대회를 끝내고 나서 행사를 갖습니다. 각 도의 시군 단위로 시민의 날 군민의 날에 고령자들을 별도 예우하는 행사도 있지요.

 

O 탈북자에 대한 지원도 하지요.

우리는 일찍 나왔고 새터민은 늦게 나왔다는 차이가 있을 뿐, 실향민인 것은 같습니다. 그래서 1년에 한두 번씩 교류를 갖고 있습니다. 취업을 시킬 때도 자기 군민을 우선 배속해 취업하게 하기도 합니다.

 

O 마지막으로 이북도민회의 향후 계획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대 회장님들이 잘 했습니다만 저는 한 서너 가지 계획이 있습니다. 그 첫째는 7도민 사회와 정부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실향 2세, 3세 교육을 통해 실향사회의 조직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지방 군청 건물만도 못한 이북7도 청사를 이북도민회가 양도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넷째는 동화은행 파산의 원인 규명과 책임소재를 밝히는 것입니다. 동화은행을 미숙하게 운영한 면도 있으나, 정치권 잘못으로 많은 사람들이 금전적으로 손실을 입었습니다. 명확히 규명하지 않으면 비슷한 일이 있을 때 ‘동화은행 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이춘화 회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통상 나라가 분단 됐다가 합치는 데 대개 100년쯤 걸리는데 이제 60여년 지났으니 곧 통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병로 기자 ropark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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