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주사로 회춘한다? 글쎄…”
“보약주사로 회춘한다? 글쎄…”
  • 황경진
  • 승인 2008.06.10 2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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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노인 사이서 ‘회춘주사’ 은밀히 인기

태반˙감초˙마늘˙호르몬 주사 100만원 안팎
심각한 부작용 우려… 입소문 맹신은 금물

서울 연희동에 사는 박모(69)씨. 친구에게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요즘 몸이 안 좋다”고 말했더니 “너도 보약주사 한 번 맞아 봐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가 “보약주사가 뭐냐”고 묻자, 친구는 “마늘 좋은 거 알지? 마늘에서 좋은 성분을 뽑아 주사로 놓아주는 건데, 기력회복에 아주 좋다고 해서 애들이 준 용돈으로 맞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주사의 약효를 떠나 친구가 맞았다니 호기심부터 생겼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사는 우모(68)씨. 상처(喪妻)하고 수년간 홀로지내다 올봄 열 살 연하의 여성과 새 살림을 차린 친구의 집들이에 갔다가 ‘젊어진다’는 주사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늙은 신랑이 홀로 지낼 때와 다르게 혈색이 돌고, 싱글벙글 웃음을 주체하지 못해 친구들이 다그쳐 물었더니 실토를 한 것이다.


친구는 오랜 동안 성생활을 하지 않은데다, 신부와 나이 차이가 많아 고민을 하다 아는 사람 소개로 젊어지는 주사로 통하는 호르몬주사를 맞았다는 것. 친구는 “호르몬 주사 덕분인지 활력이 솟구친다”고 말했다. 머리카락도 다시 나고 기억력도 좋아지면서 불면증도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 돌아온 우씨 역시 귀가 솔깃해졌다.


질병은 물론 피로회복과 기력에 좋다는 호르몬 주사가 남성노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보약주사’ 또는 ‘정력주사’ 등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 주사를 맞았다는 어르신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 주사의 정체는 태반주사, 감초주사, 마늘주사, 호르몬 주사 등이다. 비용은 태반주사가 1회에 약 5만원, 마늘주사는 약 10만원 정도. 태반주사의 경우 보통 주 2회, 10주 동안 맞는데 전 과정의 비용을 합치면 약 100만원이 든다. 적은 돈이 아니기에 경제력 있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주사를 맞았다”는 것이 자랑거리로 회자된다.


일부 재력가로 통하는 어르신 중에는 아예 바다 건너 일본으로 건너가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자연치유법으로 사용하는 ‘면역세포주사’를 맞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면역세포주사는 자신의 혈액을 채혈, 직접 면역세포를 채취해 체외 배양을 통해 면역세포의 수를 늘리거나 기능을 강화시킨 뒤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방법.


면역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배양하는 과정에서 체내에서 면역세포 간에 작용하는 신호전달 물질 등을 이용해 강력한 활성화 자극을 줌으로써, 원래 체내에서 수행하던 면역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면역세포의 수를 수백 배 내지 수천 배로 늘린 후에 몸으로 되돌려 치료하는 원리다.


세포를 배양하는 데 2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두 번 정도 현해탄을 건너야 한다. 처치료와 항공료, 체류비 등을 포함하면 주사 한 번 맞는 데 약 500여만원 이상이 든다. 100여만원을 웃도는 고가의 주사지만, 동창회나 모임 등에서 ‘주사를 맞았느냐, 안 맞았느냐’에 따라 은근히 노년기의 재력을 판가름하는 하나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이들 보약주사들이 가격만큼 효과적일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진단검사의학 전문의인 김형일 박사는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감소할 수 있는 호르몬을 주사나 알약 형태로 공급하는 호르몬요법의 경우 성장 호르몬이나 에스트로겐, 멜라토닌, DHEA 등을 공급하는데 반드시 긍정적이진 않다고 한다. 피부를 팽팽하게 해주고 젊음을 되살리는 한편 성기능이 살아나서 갱년기 무기력증을 극복할 수 있는 장점 등이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심할 수 있고, 숨어 있던 암 세포가 더 빨리 퍼질 수도 있으며 수명 연장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크다.


면역세포주사의 경우도 면역세포만 따로 뽑아내 배양한다고 하지만 배양 과정에서 면역세포가 다른 세포로 분화하면서 면역반응 균형이 깨질 수 있는데다 면역반응이 너무 강하면 없던 알레르기 질환이나 천식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보약주사가 피로해소, 질병예방 등의 용도로 사용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닌 만큼 확인되지 않은 입소문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글/장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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