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치매 시작?” 증상 잘 살피세요
“혹시 치매 시작?” 증상 잘 살피세요
  • 황경진
  • 승인 2008.06.1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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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평소와 다른 행동시 의심을

치매도 조기발견˙치료하면 극복가능


돈 있으면 남김없이 쓴다
구리시에 사는 최모 어르신(70·남)은 1년 전부터 아내가 몇 푼이라도 주머니에 돈만 있다하면 전부 쓰고 다녀 비상이다. 일흔을 바라보는 두 노인네만 살고 있는데 장바구니 가득 식료품을 사들고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꽃핀, 머리 방울, 참빗, 레이스 달린 양말, 손지갑 같은 것들도 사들인다.


슬하에 남매를 두었는데 손자만 낳아 선물할 손녀딸도 없다. 그런데도 아내가 소녀 취향의 물품을 계속 사들이는 것이다. “대체 이런 것들은 어디 쓸 거야?”하고 물으면 “나중에 하고 다닐 거야. 예쁘지”하며 배시시 웃는다.


소득 없이 자식들이 주는 용돈만으로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는 집안 형편을 아내가 모르지 않을 텐데, 젊은 시절부터 배인 절약정신은 간데없고 돈을 쓰고 다니니 최 어르신은 고개가 갸우뚱 거려진다.


필요없는 물건들 집으로 나른다
“쓸데없는 나무 판대기는 왜 또 집어들고 와요? 둘 데도 없는데.”
김모(67·여) 할머니는 아침에 등산을 간다고 나간 남편이 양손 가득 나무 조각들을 들고 들어오자 짜증부터 났다. 하지만 남편은 “아깝잖아”하며 아무렇지도 않아한다.


종이 박스, 스티로폼, 술병, 쇠꼬챙이… 등 좁은 주택 곳곳을 돌아보면 남편이 주워 들인 잡동사니로 포화상태다. 어떨 때는 평범한 돌들을 주워들고 들어와 반다지 위에 놓아두기도 한다. “이게 뭐예요?” 물으면 “값나가는 것 같지 않아?” 하고 반문한다. 아무리 봐도 돈 될 만 한 돌은 아닌데 수석이라며 좋아한다.

 

물건을 자꾸 감춘다
쌍문동에 사는 양모 주부(47)는 최근 시어머니 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중요한 우편물이 오기로 해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오지를 않아, 전화를 했더니 “보낸 지가 언제 인데요”했다. “죄송하지만 한번만 더 보내 달라”고 사정을 하고 또 기다리고 있는데 여전히 우편물이 오질 않았다. 다시 전화를 해보니 이번엔 등기로 부쳤다고 했다. 우체국에 문의를 해보니 수신이 돼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 담당직원을 확인해 물어보니 “여든 되신 시어머니께서 수령을 하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어머니에게 물으니 “그런 거 받은 적이 없다”고 딱 잡아뗐다. 시어머니의 대답이 너무 단호해 더 이상 물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한날 시어머니가 집을 비우게 돼 도리는 아니나 시어머니의 장롱 서랍을 열어봤다. 그랬더니 우편물이 그 속에 들어 있는 게 아닌가. 그녀가 애타게 찾던 우편물뿐이 아니었다. 세금이나 공과금 고지서, 서류 뭉치 같은 것도 그 속에 들어있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치매발병률은 약 7~8%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뇌가 노화된 가장 극단적인 경우인 치매는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발병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평균수명이 늘면 느는 만큼 치매로 고생하는 어르신들도 늘게 된다. 대부분 치매는 서서히 발생하고 차츰차츰 악화되기 때문에 함께 사는 가족들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 으레 그러려니…’ 간과했던 것이 치매의 중요한 증상일 수 있다. 어떤 병이든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하면 그만큼 치료도 빠른데 치매도 예외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어르신들이 말수가 적어지고 외출을 꺼린다거나,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하거나, 식욕부진, 불면, 우울증 등의 증상과 함께 평소와 다른 이상 행동을 보인다면 한번쯤 치매를 의심하고 진찰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깔끔하던 사람이 주방을 마구 어지럽혀 놓고 지내거나, 수돗물을 틀어놓은 채 방치를 하거나, 더운데도 문을 꼭꼭 닫고 지내거나, 언제나 같은 메뉴의 식사를 만든다거나 하는 식으로 예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을 간과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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