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승 세종문화회관 사장
이청승 세종문화회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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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28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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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문화가 고부가 가치 창출 최고걸작 엄선 시민들께 선물"

서울의 한 복판 광화문로의 가장 두드러진 랜드마크이자 한국문화의 상징인 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은 보다 넓은 의미의 최고급 문화가 숨쉬고, 꽃피워지는 공간이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의 새 수장(首長)이 된 이청승 신임 사장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그는 화가로서 한중일 문화교류에 앞장서며 3국간 문화공동체와 문화활동 전반에 관심을 기울여온 다양한 경력의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청승 사장으로부터 ‘디자인 서울’, 제2의 르네상스 진원지가 될 ‘세종문화회관’ 경영계획 등 소감과 포부를 들어봤다.

세종문화회관은 척박했던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1978년 4월 개관됐다.

 

서울 한복판, 광화문 일대에서 가장 웅장한 건축물로 세워져 우리나라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상징적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이청승 신임 사장은 설립목적에 충실하게 세종문화회관을 운영하겠다는 일차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 사장은 “그러자면 최고예술의 산실로서 고급공연, 대한민국을 대표할만한 작품들을 시민에게 선물하고 서비스해야 한다”고 말했다.

 

O 화가이자 문화전문가로서 한강 르네상스의 진원지가 될 세종문화회관을 이끌게 된다는 점에서 적절한 인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리드한다기보다 문화, 예술인들을 기분 좋게 모시는 청지기의 역할과 어딘가 막힌 곳을 뚫는 일을 할 생각입니다.

 

르네상스는 중세 종교로부터 인간중심의 자각을 시작한데서 출발했지요. 그런데 지금 제2의 르네상스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의 발달과 컴퓨터를 통한 신지식의 홍수 속에서 인간의 자아와 본질을 되찾고자 하는 자각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O 인문 지리적 여건도 제2의 르네상스 진원지로서 한국을 설명할 수 있겠군요.


세계의 중심축이 동쪽으로 옮겨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그 동쪽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대륙과 대양의 길목을 지키고 있지요. 저는 르네상스의 진원지로서 서울을 ‘아시안 소울’(Seoul, Asian Soul), 즉 아시아의 ‘혼’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경과 북경이 크다고 하지만 서울은 그 나름의 정체성과 강하고 확실한 개성을 갖추고 있어요. 말하자면 대륙과 해양의 교차점이라는 것은 중요한 중심축의 역할이 내재돼 있는 것이지요. 서구의 문화와 문명은 발전할 만큼 했고, 한계점에 이르렀습니다.

 

제2의 르네상스는 동양의 정신과 자연관, 또는 여백의 문화예술을 가미하고, 인간의 가치와 본질에 가까이 가는 삶을 찾거나 재생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O 베세토(BESETO) 회장, 미술전공자로서의 경험이 그러한 철학의 바탕인가요?

막연하나마 1970년부터 일본을 대상으로 사업을 했고, 1988년부터는 중국과 일해 오면서 한중일 관계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한중일 세 나라의 다르면서 같고, 같으면서 다른 면을 느끼면서 베이징, 서울, 도쿄, 즉 베세토(BESETO) 교류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사실 한국은 일본, 중국에 비해 국토면적이 아주 작지만 나란히 세워놓으면 1:1:1 관계로서 중심축이 됩니다. 이어령 선생의 말씀대로 가위 바위 보로 동심원을 그리며 상승작용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세종문화회관의 공간 일부를 중국과 일본에 할애해 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베이징과 도쿄에 그만한 공간을 요구할 생각입니다. 우리끼리 얘기지만, 몇 배나 남는 장사라 할 수 있지요. 이질적 문화가 부딪칠 때 거기서 도전과 영감을 받으면서 문화의 진짜 꽃이 피어납니다. 문화는 샘물과 같아서 퍼낼수록 더 신선한 물이 솟아나는 것이지요.

 

O 문화회관 경영에서 콘텐츠와 수익성 중 방점(주안점)은 무엇인지요?


문화는 그 자체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또 고급문화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어떤 것이 우선이 아니라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한동안 수익성을 요구한 때가 있었으나, 근래에는 수익보다 작품성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 대세입니다. 저는 어느 것이 우선이 아니라 둘 다 동시에 수렴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고급문화가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O 뮤지컬 전성기이고, 고급문화인 오페라가 퇴조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공감합니다. 오페라는 오래된 서구 예술로 인류의 대단한 금자탑입니다. 뮤지컬은 최근 급격하게 부흥하고 있지요. 우리의 사물놀이나 남사당놀이에도 어떤 면에서는 뮤지컬과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뮤지컬을 전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뮤지컬을 전 세계적으로 발전시킬 요소가 많습니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나 ‘점프’ ‘난타’ 같은 작품이 좋은 예지요.
 
O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의 역할, 경쟁의식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지요?


1993년 개관된 예술의전당은 새로운 전용시설을 바탕으로 의욕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맏형이자, 문화1번지 역할을 하면서도 다소 보수적으로 운영되면서 정체된 부분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연장 규모와 위치 등은 세종문화회관이 월등히 낫지만 프로그램 운영은 예술의전당이 상당 부분 앞서 있지요. 미술 전시도 예술의전당이 더 전문적이면서 적극적이었고요.


전임 김주성 사장께서 세종문화회관의 기틀을 재정비한 부분이 많아, 제가 좋은 선임자의 뒤를 이어 이제부터 정말 제대로 도약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중이지요. 앞으로 세종문화회관 공연은 고급화 돼야 하고, 세계를 대상으로 세계를 대표할만한 작품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년 5월에 개장되는 광화문광장을 대중적이면서 도전적인 젊은 작가들의 실험무대화 하는 것을 구상 중에 있지요. 또 서울갤러리가 없어졌기 때문에 세종미술관이 권위 있는 미술관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앞으로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은 강남북에서 ‘문화 쌍끌이’가 돼서 제2의 르네상스를 함께 이끄는 동반자가 돼야 할 것입니다. 예술의전당 사장이 곧 선임될 것이라 하는데 가장 먼저 만나볼 계획입니다.

 

O 어르신들도 세종문화회관에서 고급문화를 향유할 수 있나요?


세종문화회관의 어느 한 부분을 어르신들의 고급문화가 숨 쉬는 곳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지난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었는데 꽤 많은 관람객이 장노년층이었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이 기립박수를 하며 문화를 누리고 즐기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인 그림이었습니다. 지휘자인 에센바흐도 일본에서 볼 수 없었던 감동을 느꼈다고 합디다.

 

O 청와대에서 처음 디자인회의를 하는 데도 기여했다지요?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 양쪽에 걸쳐 잠시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으로 있으면서 그랜드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때 ‘대한민국디자인’이라는 얘기가 처음 나왔지요. 산업디자인진흥원 시절 기업디자인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디자인대학원 설립의견을 제안했고, 설립 후에는 학부가 없는 대학원의 한계를 절감하고 디자인진흥원 부지를 홍익대에서 인수하도록 중개했지요.

 

대단한 생각을 해서가 아니라 디자인마인드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지요. 오세훈 시장도 ‘디자인 서울’을 주창하고 계신데, 그것은 그냥 서울을 아름답게만 만들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새로운 문화디자인과 동시에 새로운 개념의 서울창출이라는 가치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습니다.

 

O 화가로서 계속 붓을 잡을 계획인지요.


이런 대화를 하는 것도 그렇고, 세종문화회관 경영도 어찌 보면 캔버스 없이 그리는 큰 그림일 수 있습니다. 물론 집에서 쉴 때 붓을 들기는 합니다. 학생들이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듯 저는 캔버스 앞에서 작업하며 광화문 광장, 서울의 명품도시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를 구상합니다.

 

O 앞으로의 서울 시정 참여, 세종문화회관 경영계획은.

한국 문화예술의 존재성이나 서울의 명품 도시화는 모두 세계 초일류를 향한 노력입니다. 그러자면 먼저 한중일 관계를 아우르거나 아시아를 뛰어넘어야 하는 창조와 융합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앞으로 대한민국 서울이 베세토(BESETO) 문화공동체를 주도하고 문화적 힘의 중심축 역할을 했을 때 경쟁력이 강화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봅니다. 세종문화회관이 그 진원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과 성의를 다 바칠 각오입니다.

 

박병로 기자 roparkk@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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