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제4공리(功利) ‘느껴야 한다’
장수의 제4공리(功利) ‘느껴야 한다’
  • 관리자
  • 승인 2006.08.2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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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와 무생물과의 본질적인 차이는 느낌(感情)에 있다. 무생물은 외적자극에 대한 반응을 체계화 된 논리에 의해 기계적·역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으나, 생명체의 경우는 크게 다르다.

 

생명체는 외부자극에 대해 단순한 물리적·화학적 원리가 아닌 개체로서의 누적된 경험과 종(種)으로서 내재화된 유전적 기억에 의해 영향을 받아 반응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고 자아성(自我性)을 바탕으로 고유의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생명체에서도 식물·동물의 차이는 물론 각 종(種)에 따라서도 외적자극에 대한 반응의 차이는 현저하다.

 

이 중에서 생명체의 반응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감정(感情)을 들수 있다. 좋고 싫음, 기쁘고 슬픔, 사랑하고 미워함, 욕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표현되는 느낌, 즉 감정은 바로 생명의 특성이고 본질이다.

 

그리고 이런 감정의 저변에는 핵심적인 생체시스템으로 기쁨과 아픔이라는 대립적 개념이 있다. 그 결과 ‘행복’으로 대변되는 좋고·기쁘고·사랑하는 감정과 반대로 ‘아픔’으로 대변되는 슬프고·괴롭고·미워하는 감정이 발동한다.


기쁨과 아픔, 느낌의 분자=‘회두일소백미생(回頭一笑百眉生·고갯짓하여 짓는 미소에 백가지 매력을 뿜어난다)’이라 불렸던 양귀비는 죽어서도 이름을 남겨 꽃이 되었다.

 

바로 그 꽃의 추출물이 최고의 진통제이면서 기쁨과 만족감을 가져다 준 모르핀(morphine)이다. 모르핀의 작용기전은 생명과학의 큰 숙제 중 하나였다.


이를 통해 신경의 작용기전 및 감정의 분자기전을 포함하는 뇌(腦)과학이 크게 발전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모르핀에 대한 생체내 수용체가 발견되고, 이 수용체에 결합해 작용하는 생체 고유의 모르핀양물질(endogenous morphine like substance)들이 차례로 발견되면서, 여러 가지 엔도르핀(endorphine)과 엔케팔린(enkephalin)이 규명됐다.

 

이런 분자들이 서로 다른 G단백질연계 수용체들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여러 가지 변화를 초래하는 것이 밝혀졌다.


기쁨의 탐닉, 중독이라는 응보=감정의 기본 물질로 발견된 엔케팔린이나 엔도르핀 같은 행복분자(happines molecules)가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해당 수용체와 반응해야 한다. 이들 수용체가 적절하게 채워지면 행복의 느낌이 오고, 이들 수용체가 비워지면 불안과 걱정의 감정이 초래된다고 설명되고 있다.

 

따라서 생체는 항상 적절한 자극 즉 식사·운동·사랑·우정·취미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수용체를 채워 주는 행복분자들을 지속적으로 생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특정 활동에 탐닉하다보면 중독(中毒)이라는 응보가 내린다. 따라서 느낌(感情)이라는 명제에는 반드시 절제(節制)라는 속성이 함께 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감정과 생명활동=모르핀은 처음에는 단순히 기쁨 유도 물질로 알려지다가 이후 지사제(止瀉劑)로 유용하지만, 다량 사용하면 호흡마비가 초래됨이 밝혀졌다.

 

또 모르핀과 작용하는 수용체들이 뇌신경세포 뿐 아니라 장(腸)상피세포와 폐(肺)세포에서도 발견되며, 이에 상응하는 생체내의 모르핀양물질들이 그런 작용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


즉 기쁨이 지나치거나 또는 너무 우울한 경우 먹는 것을 처리하는 소화과정과 숨을 쉬는 호흡과정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감정인 기쁨과 괴로움이 바로 생존에 필수적인 숨쉬는 일과 먹는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며, 감정이 생명현상의 필수적 과정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상의 과학적 구명은 다시 한번 몸과 마음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는 생명진리의 오묘함을 더욱 뚜렷하게 해주고 있다.


장수인의 감정=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감정이란 단순한 생체의 반응표출체계가 아니라 생명현상과 직결돼 그 효율에 관여하는 중요한 생명시스템이다.

 

또한 기쁨을 준다고 알려진 행복분자시스템에 탐닉하게 되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이 대두되는 가도 잘 보여 주고 있다. 장수인들을 대상으로 그 감정상태에 대해 조사해 보았다.

 

실제로 만나 본 장수인들의 뜨거운 감정들은 이루 형언하기가 어렵다. 찾아간 조사단을 처음에는 조심하다가 이내 허물없이 감정을 토로한다든지 자식과 이웃 그리고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 안타까움을 서슴없이 발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런 백세인들의 감정을 정리해서 특징적인 성격으로 규정해 보면 장수하는 분들은 대부분 사교성이 좋고 불안해하지 않으며, 자아가 강하면서도 적절하게 제어할 줄 알고 나누어 줄줄 아는 성격이었다.

 

장수인들은 일반인보다 행복의 분자가 지속적이고 적절한 양이 생성되어 해당 수용체와 반응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제어되는 생체활동·습관을 가져온 분들임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런 느낌의 조율을 통해 장수의 기쁨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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