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노인영화제’ 개막…노년의 다양한 삶, 세대 간 소통 다룬 작품들 각축
‘2019 서울노인영화제’ 개막…노년의 다양한 삶, 세대 간 소통 다룬 작품들 각축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9.27 14:35
  • 호수 6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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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232개 작품 출품…단골 도전 이체 감독 등 노인부문 9편 경쟁
개막작도 영화제 처음으로 외국작품 상영… 해외단편부문 경쟁도 치열
국내 최대규모의 노인영화제인 ‘2019 서울노인영화제’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올해 영화제는 사상 처음으로 단편경쟁 해외부문을 신설해 국제 노인영화제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사진은 노인감독 부문 출품작인 이체 감독의 ‘한 노인의 에필로그’
국내 최대규모의 노인영화제인 ‘2019 서울노인영화제’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올해 영화제는 사상 처음으로 단편경쟁 해외부문을 신설해 국제 노인영화제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사진은 노인감독 부문 출품작인 이체 감독의 ‘한 노인의 에필로그’

[백세시대=배성호기자]2019년 대한민국에서 단편영화를 가장 잘 만든 노인감독은 누구일까? 이 물음에 답을 주는 ‘2019 서울노인영화제’가 지난 9월 25일 ‘영화의 메카’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하루 늘어나 29일까지 5일간 진행된 영화제에서는 단편경쟁 노인‧청년감독 부문, 해외부문 출품작들을 선보이며 국내외 노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서울노인영화제는 노인과 노인문화, 세대교류를 주제로 한 국내 최대규모 노인영화제다. 2008년 시작 이래 서울노인영화제 누적 관람객만 3만명에 달한다. 영화제 기간 매일 1000명 가까이 대한극장을 찾아 영화를 향한 노인들의 열망을 보여준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서울노인영화제는 최근 정상급 모델로 발돋움한 김칠두, 1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시니어 크리에이터 박막례 어르신 등이 활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노인영화제가 처음 시작됐을 때 대중들의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평범한 노인들이 과연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따라다녔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노인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출품하면서 인식을 개선해나갔다. 실제로 서울노인영화제의 성장과 함께 지역 영상문화원을 중심으로 노인 대상 영상 제작 프로그램이 잇달아 개설됐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스마트폰 카메라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영화를 비롯한 유튜브 등 영상매체에서 시니어들의 활약이 자연스러워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열린 올해 영화제는 ‘100白BACK, #100’을 주제로 잡았다. 100세시대 속 노년의 다양한 삶을 들여다보면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일군 노인들의 삶을 되돌아보고(BACK), 노인과 청년세대가 진솔하게(白) 소통하는 장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노년을 대표하는 모델 김칠두, 장년을 대표하는 배우 이병준, 청년을 대표하는 배우 신지이를 홍보모델로 선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번 노인영화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단편경쟁 노인감독 부문에는 지난해 46개 작품보다 두 배 가량 증가한 73개 작품이 출품돼 시니어 영화감독의 창작열을 보여줬다. 청년감독 부문 역시 지난해(157개 작품)와 비슷한 159개 작품이 출품돼 올해 영화제는 역대 가장 많은 232개 작품이 수상을 두고 경쟁에 나섰다. 

치열한 예심 끝에 노인감독 부문 본선에는 9작품(청년부문은 22작품)이 이름을 올리며 서울시장상을 수상했다. 경쟁을 뚫은 9명(팀)의 감독 중에는 유독 익숙한 이름이 많았다. ‘한 노인의 에필로그’를 출품한 이체 감독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본선에 진출했지만 수상과는 번번이 거리가 멀었다. 이체 감독은 올해엔 저승사자를 만난 꿈을 꾼 얼마 후 보이스피싱을 당한 노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통해 또 다시 본상 수상을 노린다. 지난 영화제에서 본선에 이름을 올렸던 신춘몽, 차경미, 강복녀 등도 이번에 다시 서울시장상을 받으며 더 높은 곳에 도전하게 됐다. 북한과 인접해 있는 인천 교동도의 대룡시장 사람들의 애환을 다룬 ‘대룡시장을 아시나요?’를 출품한 조명진‧최강식 감독의 협업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특히 올해 영화제는 국제영화제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2014년부터 매년 해외 작품을 꾸준히 소개해온 노인영화제는 지난해 스페인‧브라질‧대만 등 총 14개국에서 참여한 해외섹션을 선보이며 국외 작품의 출품을 강화했다. 급기야 올해에는 해외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하고 단편경쟁 해외부문을 신설하면서 명실공히 국제영화제로서의 모습을 갖췄다. 

에르네스토 콘트레라스가 연출한 개막작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는 서로를 원수로 여겨 50년간 소통을 단절한 두 노인이 젊은 언어학자와의 만남을 통해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세계 최대 독립영화제인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올해 영화제 주제와도 밀접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신설된 단편경쟁 해외부문에는 15개국에서 61편이 출품됐다. 역시 공정한 심사 끝에 11개국 25작품이 본선에 올라 대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뿐만 아니라 대만의 가오슝영화제와 함께 준비한 ‘SISFF 마스터클래스: 가오슝영화제 특별전’에서는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공감되면서도 조금은 낯선 대만의 노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 상영된다.

아동을 포함한 가족 관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주니어 섹션: 같이 가자!’에서는 장혜영 감독의 ‘어른이 되면’과 캐서린 브레튼 감독의 ‘밤의 정적 속에서’, 기요미 아오야기 감독의 ‘얼음 시대의 여름’과 니지 타로 감독의 ‘반짝 반짝 빛나는 작은 별’, ‘더 파이’ 등을 영화제 기간 상영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노년의 모습을 담은 ‘Know-ing: 우리는 모두 영화가 된다’, 현재 노인들이 젊은 시절 즐겨보았던 작품부터 현대 작품까지 다시 혹은 같이 볼 수 있는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전’, 2018 서울노인영화제 대상 및 우수상 수상작을 다시 볼 수 있는 ‘SISFF 명예의 전당’ 등이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해 영화제의 의미를 더했다.

강병호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국제영화제로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을 담고 노인에 대한 이야기에 새로운 시각을 더하고자 해외경쟁작을 포함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며 “다양한 세대가 한 자리에 모여, 우리 모두의 노년에 대해 다각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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