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죽음학회 월례 포럼⑥…죽음을 맞이하는 이들과의 만남
한국죽음학회 월례 포럼⑥…죽음을 맞이하는 이들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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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2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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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감, 능동적 자세로 고통 완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불안 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모든 인간들의 바람일 것이다. 이에 ‘한국죽음학회’는 월례포럼을 개최해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철학을 기반으로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본지는 학회의 발표 내용을 지면에 공개해 ‘죽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지난달 25일 연세대 신학관에서 열린 제6회 월례포럼에서 대전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장 김혜자 수녀가 발표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임종상담’에 대해 정리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활동하며, 그들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 온 김혜자<사진> 수녀.


그녀는 임종환자가 죽어가는 형태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마냥 죽음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형태’와 ‘미완성의 일을 정리하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작별·감사인사를 하는 능동적 형태’가 바로 그것이다.


김혜자 수녀는 “바람직한 생의 마감을 위해서는 후자의 능동적 형태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고 특히 상담자의 태도는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상담자는 임종환자의 자긍심 및 자존심을 유지·향상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며, 환자의 다양한 상실감에 대해 위로와 위안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혜자 수녀가 제시하는 ‘임종환자를 돌보는 열 가지 방법’이다.


하나, 환자와 함께 있어 주기=임종이 가까운 말기 환자 중 과반수이상이 버림받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죽음을 앞둔 환자의 옆에 함께 있어주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돌봄이다.


둘, 환자의 자율성 존중해 주기=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데 필수다.

 

하지만 환자는 혼돈·자기회의·불확실성 및 일반적인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동적인 태도가 된다.

 

이때 직업상 환자를 돌보는 사람은 환자 스스로 자신의 개인적인 사항을 결정내릴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셋,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세계적인 죽음학의 대가 알폰스 디켄 교수는 죽음의 단계를 부정·고립·분노·타협과 교섭·우울·수용·희망과 기대의 여섯 단계로 말하고 있다.

 

이중 여섯 번째 단계를 환자에게 인지시켜 환자가 죽음 이후의 새로운 삶(영생)을 희망하며, 살아 있는 동안에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넷, 죽음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 역할 할 수 있도록 돕기=죽음을 앞둔 많은 환자들은 “인생과 사랑의 의미는 무엇이고 시간의 중요성, 영원의 의미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들이 사회에 던지는 이 질문은 인생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며, 이 질문을 통해 살아있는 우리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할 수 있다. 그리고 가족의 마지막 임종 순간을 지킨 경험은 어떤 것보다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다.


다섯, 환자에게 질병에 대한 진실 알려주기=암 환자들도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의사나 가족들은 환자에게 병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는 것을 꺼려한다.

 

그러나 환자의 70%가 자신의 질병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돼, 병에 대한 진실 통고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한부 환자에게 진실을 말해주는 것은 마지막 남은 시간들을 소중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더욱 중요하다.


여섯, 존엄하게 죽을 수 있도록 돕기=환자를 돌보는 것은 죽는 과정 자체를 불합리하게 연장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윤리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인공심장박동기나 인공호흡기를 이용해서 식물인간이 된 사람의 목숨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한가’하는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1977년에 스위스 의학회와 독일 외과의사협회에서 죽어가는 환자의 상태가 불가역적일 경우 인공호흡기, 수혈, 혈액투석 및 정맥관내 영양 주입 등으로 생명을 불합리하게 연장시키는 조치를 중지할 것을 채택했다.


일곱, 과거 삶에서 해결되지 않은 갈등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말기환자는 과거의 삶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나 갈등, 특히 가족 관계나 개인적인 존엄성의 상실로 오는 부조화로 감정적인 고통을 겪는다.

 

따라서 삶을 되돌아보는 치료법을 권해 갈등을 해결하고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런 방법으로는 자서전을 쓰게 하거나 사진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재평가하고 되돌아보게 함으로써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여덟, 통증이 조절되도록 돕기=조절할 수 없거나 처치하기 어려운 통증은 암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다. 그러나 실제로 통증은 100% 조절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 크리스도폴 병원에는 많은 환자들이 심한 통증 때문에 입원하는데, 의료진은 가장 먼저 환자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통증을 조절해준다.

 

즉 의료진은 환자들이 약물치료를 요구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예견해 약물을 투여한다. 여기서 통증은 육체적·심리적·사회적 그리고 정신적 통증을 포함한 총체적 통증을 뜻한다.


아홉, 환자가 유머감각을 키우고 웃을 수 있도록 돕기=건강한 유머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를 없애고 두려움을 완화시킬 뿐 아니라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어준다.

 

또 웃음은 인간의 성장과 활동을 촉진해 환자들이 수동적인 자세를 버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환자는 이를 통해 사람들과의 연대감을 느껴 고립감과 외로움이 완화되어 보다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다.


열, 사후세계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돕기=환자들은 자신 내부에 있는 이야기를 쉽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사후세계에 대해서 질문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사후세계는 어떨까요? 과연 있을까요?” 여기서 무엇보다 상담자는 자신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주입하지 말고, 환자의 신념을 존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박영선 기자 dreamsu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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