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申潤福)은 김홍도, 김득신(金得臣)과 더불어 조선 3대 풍속화가입니다. 신윤복의 「혜원풍속도첩(蕙園風俗圖帖)」 가운데 「월하정인(月下情人)」이란 그림이 있습니다.
늦은 밤, 담 모퉁이에서 한 쌍의 남녀가 만나고 있는 그림입니다.
넓은 갓에 중치막(벼슬하지 못한 선비가 입던 겉옷)을 입은 사내와 쓰개치마(부녀자가 나들이 할 때 머리와 몸 윗부분을 가리어 쓰던 치마)를 쓴 여인이 초승달 아래서 밀회를 즐기는 그림입니다.
그림 가운데 담벼락 한쪽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달은 기울어 밤 깊은 삼경인데,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이 안다(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알겠지요. 그런데 한밤 중 삼경(밤 11시~1시)에 과연 남녀가 밀회를 즐길 수 있었을까요
조선시대 한해 중 통금이 없던 날, 정월대보름이나 부처님 오신 날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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