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심 서울컨트리클럽 이사장 “경로당 환경 개선으로 ‘젊은 노인’ 받아들여야 발전해”
이 심 서울컨트리클럽 이사장 “경로당 환경 개선으로 ‘젊은 노인’ 받아들여야 발전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3.06 14:29
  • 호수 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0넘어 펴낸 ‘노년연가’ 노인사회에 큰 울림…노인 심경·희망 대변해

국내 1호 골프장 경영 개선 이뤄…2년 연속 ‘아름다운 골프장’에 선정

이 심 서울컨트리클럽 이사장이 최근 발간한 저서 ‘노년연가’.
이 심 서울컨트리클럽 이사장이 최근 발간한 저서 ‘노년연가’.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대한노인회 15·16대 회장을 지낸 이 심(81) 서울컨트리클럽 이사장이 최근에 발간한 저서 ‘老年戀歌’(노년연가·주택문화사)가 노인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대한노인회 노인지도자들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책 내용에 공감하고 깊이 감명 받았다는 격려의 문자와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것. 

“노인의 심경을 잘 대변해줘 고맙다”(연합회장, 지회장들), “노인생활지침서, 노인교육 교재로 활용”(사무처장, 분회장) “도전과 존재의 이유를 확인시켜 주는 책”(60대 주부) 등.    

이 심 이사장은 “‘책을 잘 안 읽는 가까운 지인까지도 이번 책은 재밌게 읽었다’고 말해주었다”며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힘이 빠진 노인들에게 이 책이 활기를 되찾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말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컨트리클럽에서 이 심 이사장을 만나 책을 쓰게 된 동기와 노인사회에 당부하는 말을 들었다. 이 심 이사장은 8년간 대한노인회 회장직을 마치고 지난해 3월, 서울컨트리클럽 이사장에 선출됐다. 

-대한노인회 회원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린다.

“연합회장, 지회장들과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낸다. 특히 경로당 회장들이 자원봉사 많이 하시고 노노케어도 열심히 해 노인사회가 밝아지고 역동적으로 나아가 감사하게 생각한다.”

-책을 펴낸 계기는.

“여기(서울컨트리클럽)도 평균 나이가 72세이고 교회에 나가도 많은 신자들이 70대이다. 대부분 노인이라면 쉬는 걸로 알고 있거나 나이 많다며 대접만 바라는데 노인이 그런 의식을 갖고 살면 안 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이 심 이사장은 이어 “새마을운동을 해온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동기만 부여하면 확 타오르는 마른 장작 같은 열정을 얼마든지 다시 보여줄 수 있다. 다시 한 번 사회를, 국가를 코로나19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힘이 노인들에겐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노인들이 은근한 저력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책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책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는데 이러다 베스트셀러 되는 것 아닌가.

“그 정도는 아니다. 초판은 벌써 나갔고 2쇄를 찍었다. 책을 읽은 분들이 ‘글씨가 커 보기 편해 앉은 자리에서 서너 시간만에 다 읽었다’고들 한다. 100세 시대를 사는 노인들의 상황과 희망을 잘 전달해주었다는 반응들이다. 제 자랑을 늘어놓지 않아서 읽기 편했을 지도 모른다(웃음).”

인터뷰 중 이 심 이사장에게 노인지원재단 이사장을 지낸 송인준 전 헌법재판관이 문자를 보내왔다. 송 전 재판관은 “(이 심 이사장은)노년시대 과제를 단순히 노인문제로 보지 않고 더 나아가 노인 존재감을 드높이는데 앞장 서왔다. 그 여정에서 흘린 수많은 땀방울과 눈물 그리고 정성으로 이룩한 크나큰 업적들에 깊은 경의를 보낸다”고 썼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며 “대한노인회가 제주 7대 자연경관 선정에 큰일을 해준 것도 잠시 잊어 부끄러웠다. 앞으로는 회장님의 생각, 특히 노노케어를 세상에 널리 알리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오기도 했다.

-노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영화 ‘인턴’에서 로버트 드니로는 은퇴 후 다시 회사에 들어가 자기 딸 또래의 여사장 비서로 나온다. 젊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때로는 자상한 인생의 선배로, 때로는 그들로부터 배우기도 하면서 회사에서 ‘인기남’이 된다. 늘 깔끔한 옷차림, 여유로운 매너, 나이 많다고 유세 떨지 않는 점이 배울 만하다.”

이 심 이사장은 저서에서 늙음을 ‘죽음’의 전 단계로 보고 부정적인 생각만 하지만 삶의 경험과 노하우가 최고조에 이르러 가장 지혜로운 시점이 바로 늙음이며 그 가치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 사회가 큰 불행 없이 발전해 나가려면 젊음의 패기와 용기, 노년의 신중과 배려 이 두 가지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젊은 세대의 노인 부양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노인을 젊은 세대가 부양해야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건강하고 능력 있는 노인들이 넘쳐난다. 이들을 사회의 노동 영역에서 소외시키고 몇 십년간 쌓아온 삶의 경험을 사장시키지 말아야 한다. 경로당도 공간과 환경을 개선해 ‘젊은 노인’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머지않아 경로당이 쇠퇴할지도 모른다.”

이 심 이사장은 대한노인회 회장 시절 ‘부양 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라는 어젠다를 높이 치켜들고 노인복지증진과 노인의식 변화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국가가 노인과 경로당을 돕도록 법제화한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이 그 중 하나다. 이 법에 의해 노인회는 국가 소유 건물을 무료사용하고 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또 하나는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로 이는 매년 3만명 이상 참여하는 노인재능나눔활동사업의 근간이자 전국 6만6300여개 경로당 활성화의 촉매제가 됐다.

이 심 이사장은 노인의 사회적 책임을 현실로 구현했다. 모두가 공개적인 언급을 꺼리던 노인 나이 상향에 대해 ‘이제는 공론화할 때’라며 ‘점차적으로 늘려 70세 노인 나이 기준’을 제안했고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되는 기초연금에 대해서도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대한노인회장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은.

“지금도 자다가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 게 대한노인회 해외지부를 만든 일이다. 독일지회 창립 때 비행기를 장시간 타면 죽느냐 사느냐 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았지만 모든 준비를 해놓고 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건강검진을 받고 다녀왔다. 그렇게 해서 브라질·미국·영국 등 18개 지회를 만들었다.”

이 심 이사장은 “먼 타국에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한 이민 1세대는 우리나라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틀을 다진 이들이다. 대한민국이 그들을 기억하고 찾아준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애국심을 잃지 않도록 열정을 갖고 지회 창립에 매달렸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골프장이 어렵지 않은지.

“단체는 준 대신 개인은 늘고 있다. 공기 좋은데서 햇볕을 쬐며 개인 간 거리감을 두고 하는 운동이라 바이러스 전염 위험이 덜 할 것 같다.”

이 심 이사장은 부채나 개인 부담 없이 클럽하우스를 새로 짓겠다는 공약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경영상태도 개선됐다고 한다. 작년에 비해 매출을 27억원 더 올렸고 부채도 상당액을 갚았고 이자도 줄였다. 2년 연속 미국 골프잡지 한국판에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컨트리클럽은 국내 최초의 골프장으로 한국 골프의 뿌리를 이어오고 있다. 이호 법무부장관, 박종규 경호실장, 방우영 조선일보 회장 등 내로라하는 대한민국의 유명 인사들이 이사장을 거쳐 갔다.  

-노인사회에 시급한 것은 무언가.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생활체육이 대한체육회로 흡수되면서 노인체육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하루속히 통과돼 조직적,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노인이 건강해야 국가의 의료비 부담도 적어지고 체력에 의지하는 국력도 높아진다. 두 번째는 노인이 신앙을 통해 행복한 노년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신앙을 가지면 우선 표정이 달라지고 걸음걸이가 달라지고 투병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적어진다.”

이 심 이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우린 늙어가는 게 아니라 조금씩 익어간다’는 노래 가사처럼 노년은 인생이 원숙해지고 지혜로워지며 풍요로워지는 단계”라며 “노인들이 유대를 갖고 서로 격려하고 힘을 얻어 더 밝은 노인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심 이사장 프로필
•건국대 법학과 졸업 •건국대 사회복지학 명예박사 •성산효대학원대학교 효 명예박사 •주택문화사 대표이사 회장 •15·16대 대한노인회 회장
•(현)노인의료나눔재단 이사 •(현)서울컨트리클럽 이사장 
△수상 및 훈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자랑스러운 국가정책인상’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자랑스런 경영인상’ •은관문화훈장, 국민훈장 무궁화장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