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식 대한노인회 서울 중랑구지회장 “재해방지 조치 규정 만들어 경로당 사고 막아…예방은 부를 창조”
민은식 대한노인회 서울 중랑구지회장 “재해방지 조치 규정 만들어 경로당 사고 막아…예방은 부를 창조”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0.04.17 13:58
  • 호수 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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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식사 돕는 ‘공공근로’ 일자리 처음 만들어 경로당 활성화 꾀해

노인회 업무 보면서 대학, 대학원 과정 마쳐…요즘도 하루 4시간 공부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대한노인회 서울 중랑구지회는 타 지회에서 볼 수 없는 일자리가 하나 있다. 바로 ‘공공근로’이다. 중랑구지회의 공공근로는 서울시가 지원하며 50~60대의 ‘젊은 인력’이 하루 5시간씩 경로당 식사를 돕는다.  

민은식(81) 중랑구지회장은 “한 달 중 하루 3시간, 열흘만 일하는 경로당 식사도우미에 비해 이들은 경로당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 회원들이 한결 편하고 그에 따라 경로당 분위기가 좋아져 경로당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중순, 서울 중랑구 봉화산 아래에 위치한 지회에서 민 지회장을 만나 남다른 지회 운영과 걸어온 길을 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경로당이 언제 문을 열지 모른다.

“산하 127개 경로당에서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다행이지만 휴관이 길어지면서 회원들이 갑갑해하고 있다. 특히 이맘때는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장미축제 준비로 지회가 바쁘게 돌아간다. 작년에 축제 개막식을 겸해 ‘제1회 어르신 재능경연 한마당’을 개최했지만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열지를 못해 그것도 좀 아쉽다.” 

-노인일자리가 많다고 들었다.

“올해 경로당 식사도우미, 7080 기초환경봉사대, 학교유해환경지킴이 등 총 823명이 지역사회 구석구석에서 봉사를 한다. 지난해보다 154명이 증가했다.”

-일자리를 많이 확보하게 된 배경은.

“서울은 지방에 비해 노인복지가 충분하지 않다. 가만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더라. 지방은 국고에서, 서울시는 세금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어느 군은 경로당 운영비가 연 700만원에 이르고 경로당도 마을마다 다 들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공공근로’가 대표적이다.”

-경로당 공공근로는 처음 듣는다.

“제가 구청에 요청해 생긴 일자리이다. 경로당 식사도우미가 어느 날 갑자기 그만 두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 공공근로를 두었다. 그이들은 갑자기 그만 두는 일이 없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을 뿐더러 경로당 분위기도 좋아진다. 구청에서 41명을 채용해 지회를 통해 경로당에 배치했다.”

-구청장이 지회를 잘 챙겨주는 것 같다.

“구청장이 현명한 사람이다. 저와 구청장이 생각하는 바와 이치가 맞아 노인복지가 잘 이뤄지고 있다. 그런 만큼 저는 구청장이 하는 일들을 노인들에게 알려 (구청장의)영향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간 어떤 일들을 했나.

“위에 언급한 공공근로 외에 지회 1층에 특별 경로당을 만들었다. 중랑구 전 지역에서 이곳을 찾아온다. 경로당을 만든 이유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운영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경로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프로그램이 돌아가지만  이 경로당은 오전에 프로그램을 하나 하고 식사를 한 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노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하루 종일 북적거린다. 지회 소속의 경로당을 둔 건 우리가 처음 일 것이다. 해보니 전국적으로 장려할 만하다.”

민은식 중랑구지회장(앞줄 중앙)이 직원들과 함께 지회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민 지회장 오른편이 고은현 사무국장.
민은식 중랑구지회장(앞줄 중앙)이 직원들과 함께 지회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민 지회장 오른편이 고은현 사무국장.

민 지회장은 이어 “열심히 하느라 노력한 결과 (지회가)발전을 많이 했다고 본다. 매일 사무국장하고 의논하고 자체 규정도 만들어 경로당에 전달했다. 제가 사업을 많이 해봐서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가령 경로당에 재해 방지 조치를 내려주면 보일러나 수도를 수시로 점검해 갑자기 고장 나거나 터지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예방을 잘 하면 부를 창조하고 그러지 못하면 단번에 망하는 법이다”라고 덧붙였다.

-경로당 회장의 활동비는.

“경로당 활동비라고 따로 지급하는 건 없다. 그 부분과 관련해 건의할 게 있다. 운영비에서 적당히 떼어내 활동비로 쓰는 방법도 있지만 회원들 사이에 ‘왜 운영비에서 갖다 쓰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운영비 항목을 융통성 있게 둘 필요가 있다. 현재 운영비 항목은 공과금, 부식비, 비품 세 가지만 허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경로당 회장과 총무의 활동비를 추가해 6가지 항목으로 늘리는 규정을 상급 기관에 올렸다. 이걸 좀 이슈화해주었으면 좋겠다.”

민은식 지회장은 국립 체신고등학교를 나와 체신부에서 34년을 근무했다. 명예퇴직 후 건축업을 10여년 했다. 경로당 회장(7년)을 지내고 중랑구지회 감사, 이사를 거쳐 2018년 4월,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 노인회 업무를 보는 한편 대학, 대학원 과정을 이수했다. 바르게살기운동, 새마을운동에 오래 관여했다. 자랑스런 서울시민상, 체신부장관·한국통신사장 표창을 받았다. 서울연합회 수석 부회장으로 있다. 

-체신부 근무 당시 에피소드라면.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하나로 전국에 통신망을 설치했다. 땅속에 케이블을 묻고 전봇대를 세운 일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는 포크레인이 없던 시절이라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땅을 파고 케이블을 묻었다. 힘들고 고된 일이었지만 젊었던 터라 신나게 일했다. 그로 인해 오늘날과 같이 국가 산업이 발달하고 국민의 삶이 풍성해졌다는 점에 보람도 느낀다.”

-노인회에 들어와서 대학원을 다녔다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배우지 못한 점이 늘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75세에 손주 뻘인 젊은이들과 나란히 앉아 공부해 성균관교육원 학점은행제 대학을 졸업했다. 이름뿐인 대학 공부가 아니다. 경로당에서 4시 쯤 나와 배낭에 책을 가득 넣고 학원에 들러 밤 10~11시까지 공부했다. 중간에 건강을 해쳐 잠시 쉬면서 체력을 회복해 올해 2월,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민 지회장은 요즘도 하루 4시간씩 공부한다. 대학원에서 감명 깊게 보았던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스티븐 코비) 같은 책을 수차례 반복해 읽으며 중요한 단어들을 한자로 바꿔 적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자료를 만들어 노인일자리 참여자와 지회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지회 운영에 적용하기도 한다. 

민 지회장은 ‘7가지 습관이 무어냐’고 묻자 즉석에서 “자기 삶을 주도하라,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승·승(勝·勝)을 생각하라, 먼저 이해하고 나중에 이해시켜라, 시너지를 내라, 끊임없이 쇄신하라”라고 막힘없이 대답했다. 

-노인 인구 1000만 시대에 노인 역할은. 

“역시 제가 생각하기에는 글공부를 계속해 뇌세포를 죽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으로 허벅지를 굵게 만들어도 뇌세포가 죽으면 소용없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오래 간다는 게 내 신조이다. 여든이 넘은 요즘도 하루 1시간 20분 운동하고 4~5시간 공부를 한다.”

민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예방이 중요하다”고 거듭 사전 대비를 강조한 후 “공공근로를 둔 것이나 자체 경로당을 만든 건 ‘새로운 기회 발굴’이었고 이제부터는 보강에 들어간다. 공공근로는 앞으로 더 늘리는 식으로 발전시킨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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