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내하는 봉사생활
[기고] 인내하는 봉사생활
  • 관리자
  • 승인 2008.11.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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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환 전남 장흥군지회장

최근 세계화가 진전되고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서 자본주의의 패습이 고착되면서 인정 넘치던 우리의 옛 문화와 아름다운 전통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채소 한 포기라도 이웃 간 담장 너머로 주고받던 정은 옛 일이 되는 대신 고령의 노인들이 재래시장 모퉁이에 앉아 차가운 손을 불어가며 그 채소를 팔아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도시는 고층아파트 생활로 바뀌면서 이웃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며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 인간은 서로 각자 다른 직업을 갖고 서로 돕고 사는 사회적인 동물이건만 전통문화인 대가족 제도의 해체와 철저한 개인주의의 팽배로 이웃 간에 인정이 메마른 사회로 변질돼 버렸다.


최근 온 세계가 금융위기로 공포에 휩싸여 아우성이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온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돌파구를 찾아야 마땅하지만 부정부패의 양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고급공무원까지 낀 쌀 직불금 부당 수령문제만 해도 비료 값에 허덕이는 농민들의 가슴을 새까맣게 태우고 있지 않은가.


서울 변두리 달동네에 가보면 혼자 살기에도 불편한 쪽방에서 연탄 몇 장으로 추위를 이기며 자식이 버리고 간 손자손녀를 양육하는 팔순의 할머니가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하룻밤에 몇 백만 원 하는 상급 호텔을 즐기기도 한다.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아무에게나 흉기를 휘둘러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모의 생활고에 휩쓸려 어린 생명이 피어 보지도 못하고 강제로 저승길을 택해야 하거나 어린 유치원 여아부터 칠순이 넘는 할머니까지 밤길을 맘대로 다닐 수 없는 세상이 됐다.


과연 이런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인가. 이 같은 현실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와 내 가정에도 언제 닥쳐올 지 모를 불안한 사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작은 정이라도 나누려는 평범한 사람이 훨씬 더 많다. 평생 삯바느질로 모은 자산 10억원을 장학금으로 헌납하는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최근 50대 교수가 암으로 이승을 떠나면서 자신이 모은 자산 10억원을 모교에 장학금으로 헌납해 우리 사회가 아직은 쓰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일생 동안 꾸준히 사회봉사에 전념하고 있다. 자식이 있으면서도 홀로 안타까운 삶을 살아가는 독거노인을 포함해 외국인 여성들이 소외받지 않도록 따뜻하게 감싸주기 위해 가정방문을 통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보람을 갖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 현장에서도 우리의 인정이 병들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무엇을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고맙다는 전화 한 통화를 받은 일이 없다.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곤 하지만 대부분 고마운 줄 모른다. 자원봉사도 자본주의에 물든 것인지 화폐의 양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몇 백만 원을 들여 봉사해야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사회가 기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환멸을 느끼기도 했지만, 바로 여기에서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 사회도 선진국처럼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사실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선한 일을 하면 건강에도 좋은 일이니 우리 어르신들부터 인정이 메마른 사회를 복원하기 위해 참고 견디면서 자기 힘에 알맞게 봉사문화를 꽃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바로 후세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전통문화를 되찾아주기 위한 노인들의 책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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