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의 진정한 피해자는 소비자
스크린쿼터의 진정한 피해자는 소비자
  • 관리자
  • 승인 2006.08.2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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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침략’ 표현은 국민감정 자극하는 집단이기주의

박양균 자유기업원 선임연구원

현 정부의 가장 훌륭한 업적 중 하나는 FTA 체결의 확대다. 우리 정부는 칠레와 FTA 체결에 이어 싱가포르, 미국 등 대상 국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런 FTA 확대는 세계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매우 바람직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을 계기로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서 영화인들은 거리로 나서서 시위를 전개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스타들이 거리로 나서자 ‘스타가 반대하면 나도 반대한다’며 맹목적 반대자들 또한 생기고 있다. 여기에 일부 정치인들마저 그들의 주장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고 있다. 이 같은 반발로 인해 우리 정부의 FTA 협상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만 하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미국문화가 우리 문화를 지배한다 것이다. 그들은 ‘문화침략’ ‘문화의 지배’라는 용어를 쓰며 국민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영화인들의 주장이 타당하려면 우리는 외국영화의 수입으로 인해 한국의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

 

영국의 인류학자 E.B.타일러는 ‘원시문화 Primitive Culture’(1871)에서 문화란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의 정의처럼 문화란 쉽게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해온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유교 문화, 불교 문화, 기독교 문화 등 수 많은 문화를 받아들였다. 그때 마다 우리는 문화적 충격으로 인한 진통을 겪었지만, 우리 문화는 말살되지 않았다. 오히려 수입문화의 장점은 받아들이고 약점은 버리면서 우리 문화에 접목해 진화 발전되어 왔다. 즉 문화란 우리 국민의 선택에 의해 진화 발전된 것이다.

 

또 문화에 ‘지배(支配)’나 ‘침략(侵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국어사전은 ‘지배’의 의미를 ‘어떤 이의 의사가 상대자의 행위를 규제하여 얽매인다’고 정의하고, ‘침략’의 의미를 ‘남의 나라를 침범하여 영토를 빼앗거나 노략질을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강제로 상대방의 것을 빼앗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인들의 말이 타당하다면 한국인들이 한국영화를 선택하지 못하고 외국인들의 영화를 강제적으로 보아야만 한다.

 

하지만 스크린쿼터가 폐지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한국영화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좋은 영화라면 소비자들이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영화인들이 주장하는 문화의 지배라는 말은 타당하지 않다.

 

둘째, 보호없이는 우리 영화산업이 경쟁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우리 영화산업은 미국에 비해 뒤쳐져 있어 쿼터제도가 없으면 우리 영화가 경쟁력을 잃어 우리 영화산업이 낙후된다는 것이다. 이는 수입개방을 반대하는 것과 똑같은 논리이다.

 

하지만 보호는 또 다른 보호를 낳을 뿐 우리 영화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약간의 도움은 줄 수 있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경쟁만이 영화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우리 대중음악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70년대 80년대에 젊은이들은 우리 음악보다 외국음악을 선호했다. 이 당시 우리 음악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부족해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요즘 젊은이들은 외국 음악보다 우리 음악을 더 선호한다. 이는 외국의 어떤 음악보다 우리 음악이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설적이게도 쿼터제도가 없어 치열하게 경쟁했으며, 그 결과 음악산업은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현재 우리 영화는 세계 어느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시장의 경우 박스오피스 순위는 외국 영화보다 우리 영화가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관객동원 1000만명을 돌파하는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고려할 때 영화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쿼터가 유지되느냐 축소되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외국영화가 많이 수입되면 국내영화는 외국 영화와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러므로 경쟁력이 없는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들은 시장에서 도태되고, 영화인들 또한 수입이 줄어들 것이다.

 

사실 쿼터제도가 있음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소비자들이다. 소비자들은 스크린쿼터제도로 인해 영화 선택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다면 스크린쿼터를 폐지해 우리 국민들이 다양한 영화를 접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작품성 있고, 오락성 있고, 경쟁력 있는 영화라면 소비자가 외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 영화산업도 소비자들의 선택에 맡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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