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규 민간남북교류협의회 이사장
박상규 민간남북교류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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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2.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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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불신의 벽 깨고 상생체제로 나가야

남북관계 경색으로 개성입주 중소기업 대부분 타격
신뢰회복 급선무… 대북전단 문제 조속 매듭지어야
실향민위해 금강산겙낵볕楮?추모공원 건립 모색을

 

최근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건설된 개성공단이 위기를 맞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문제로 급속히 냉각된 남과 북의 경제협력은 많은 이들, 특히 통일을 갈망하는 노년세대에게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정치적으로 경색된 남북의 경제협력을 민간, 경제의 차원에서 풀어가기 위해 앞장 서 뛰는 이가 있다. (사)민간남북교류협의회의 박상규 이사장이다. 박상규 이사장은 중소기업중앙회장을 역임하고 15·6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주로 중소기업 문제에 대해 천착한 인물이다. 국회의원 재임기간 동안 의원들을 중심으로 중소기업포럼을 만들고, IMF 직후에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경제관련 실무자를 대동해 버스로 전국투어를 하면서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일일이 현장에서 만나 즉석에서 애로사항에 대해 시정해 주기도 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한 박상규 이사장을 만나 현재 남북 경협의 현실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현재 민간남북경제교류협의회가 하는 역할은 무엇입니까?


민간남북경제교류협의회(이하 민경협)는 전경련과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출자해서 2003년 12월 발족했습니다. 현재 남북경제 교류에 관해 유일한 사단법인이며 순수한 민간교류단체로서 북한과 대한민국 경제인들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조선민족경제연합회(이하 민경련)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민경협과 민경련은 경제협력에 대한 합의서를 체결한 상태입니다. 정부에서 접근하기 민감한 부분이나 어려운 문제들을 서로 라인을 통해 상의하고 해결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투자했다가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라던가 북한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애로사항들에 대해 편의제공을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북한에서도 자기들이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민경련을 통해 먼저 의사를 타진해 오고 있습니다.

 

▶ 남북경협사업의 상징으로서 개성공단은 큰 의미를 가지는데요, 그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개성공단은 대단한 메리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개성공단 사업을 시작했을 때 북한에서 개성공단 부지로 6600만㎡(약 2000만평·여의도의 약 25배)에 가까운 옥토를 대한민국에 50년간 임대해 줬습니다. 그것도 최전방에 있는 땅을 부대를 이전해 가면서 만들어 준 것이지요.


이는 대단한 결단이었을 것입니다.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60불에 불과해 중국의 노동력에 비해 훨씬 싼 조건에 제공받으면서도 노동력의 질은 동남아나 중국의 인력에 비해 훨씬 우수합니다. 또한 원부자재를 모두 한국에서 기차로 실어 나르기 때문에 경쟁력을 따진다면 다른 어느 지역보다 우수한 공단입니다. 북한에 있어서도 개성공단의 역할은 막대합니다.


현재 개성공단에 근로자가 약 3만6000여명이 투입되고 있고, 개성 인구가 14만명이니 개성공단의 인력이 개성인구 전체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330㎡ (약 100만평)을 사용하고 있을 뿐인데 2단계와 3단계 공사가 마무리 돼 모두 사용한다면 공장부지만 2500㎡(약 750만평)을 사용할 수 있어 대단한 파급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중국에 합작투자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조건입니다.

 

▶ 현재 경색돼 있는 남북 경제협력이 보다 발전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첫째로 신뢰회복이 급선무입니다. 북한정권은 현재 남한정부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도 대북전단 문제는 있어왔지만 최근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로 신뢰가 없기 때문입니다. 남북 간 경제와 사회체제가 다르다는 것을 서로가 인정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전단 문제는 조속히 매듭지어서 불신의 벽을 허물어 줘야 합니다. 새 정부 들어서 대화의 채널이 바뀌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서로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를 하루빨리 전환시켜야 합니다.


개성공단에 있어서는 사회간접시설 확충이 선결과제입니다. 개성공단이 3단계까지 모두 마무리되려면 노동력을 충원하기 위해 배후도시에 50만명 이상의 인구가 필요합니다. 외부에서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숙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리고 통근로를 개설하는 등 필요한 투자를 과감히 해야 합니다.

 

대부분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은 중소기업입니다. 부품 등을 협력할 수 있는 업체들이 남한에서 개성공단과 가까운 파주 등지에 연계 공단을 만드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는 업체들과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남쪽의 공단 업체들이 연계해 보다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 금강산관광, 개성관광 등은 많은 실향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었는데요. 앞으로 실향민들을 위한 경제협력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실향민들의 한은 죽기 전에 고향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고향에 대한 미련과 애착이 아주 강하지요. 오죽하면 조금이라도 고향 땅 가까운 곳에 묻히고 싶어 파주 같은 곳에는 실향민들이 많이 묻힌 추모공원 등도 조성돼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남북관계가 진일보해서 자유로이 왕래가 가능한 것이겠지만, 일차적으로 금강산이나 개성 등지에 추모공원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하면 좋을 것입니다.

 

▶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맡으시면서 중소기업문제에 대해 많은 힘을 쏟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은 어떻습니까?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자체 브랜드로 생산하는 업체가 있으며, 둘째로 대기업과 공조하는 부품업체, 셋째로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납품하는 관계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상호협력이 없이는 안 됩니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을 포용하는 입장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을 표현하는 말로 ‘9988’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며 고용인력의 88%를 중소기업이 소화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대기업은 글로벌 브랜드로 세계시장을 공략하지만, 중소기업이 뒷받침을 해주지 않는다면 대기업의 발전 역시 불가능한 것입니다.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한 대기업이 협력업체들에 대해 어음대신 전액 현금으로 결재한다고 해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적정이윤을 남겨 주어야만 공생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나무로 말하자면 대기업은 큰 뿌리와 몸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몸통과 뿌리가 살겠다고 가지와 잔뿌리들을 모두 말려버린다면 나무는 결국 죽게 됩니다. 공생의 미덕이 필요한 것이지요.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지난 시간동안 교직과 공무원, 의정생활 등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특히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맡고,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은 우리나라 중소기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국회에서는 산자위원장을 맡으면서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지금의 나에게 남은 일은 남북의 경제교류입니다.


민경협의 초대 이사장으로 맡았던 이수성 전 총리가 나에게 민경협을 물려주었습니다. 나는 이 사업이 내 인생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융성은 남북경협이 그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나는 내 힘이 닿는 대로 최선을 다해 남과 북이 상생하는 경쟁협력 체제를 만들어 세계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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