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경기 남양주시지회 실버편의점, 老·靑 공존일자리로 주목
대한노인회 경기 남양주시지회 실버편의점, 老·靑 공존일자리로 주목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4.30 11:12
  • 호수 7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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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도곡효담점 운영 성공적인 출발
대한노인회 남양주시지회 실버편의점은 빨간원 안의 사진처럼 200여종의 담배에 고유번호를 붙여 어르신들이 손쉽게 담배를 찾을 수 있는 등 다양한 노하우를 쌓으며 노인‧청년 공존일자리의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남양주시지회 실버편의점은 빨간원 안의 사진처럼 200여종의 담배에 고유번호를 붙여 어르신들이 손쉽게 담배를 찾을 수 있는 등 다양한 노하우를 쌓으며 노인‧청년 공존일자리의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낮엔 어르신, 밤엔 청년 근무… 한 달만에 하루 최대 매출 400만원 올려

담배 종류별 번호 붙이고 각종 할인 등 계산 익혀… 어르신들 완벽 적응

[백세시대=배성호기자]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에 위치한 GS25 도곡효담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와 코앞에 값싼 PB상품(자체 브랜드 상품) 전문점이 들어서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결국 점주가 영업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사업자를 찾게 됐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선 게 대한노인회 남양주시지회(지회장 윤해원)다. 영업 시작 한 달 만에 하루 최대매출 400만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노인과 청장년의 협업이 있었다. 

윤해원 남양주시지회장은 “노인과 청장년이 함께 운영하는 모델을 만들어 세대 통합과 노인 이미지 제고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남양주시지회가 노인과 청장년이 함께 운영하는 실버편의점을 열면서 시장형 노인일자리의 새로운 성공모델이 될 수 있을지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버편의점은 소규모 매장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시장형 일자리로 노인 적합 직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양주시지회가 실버편의점 운영에 나선 건 남양주시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었다. 남양주시지회는 2005년 스팀세차사업단을 시작으로 실버택배‧재활용마대‧실버카페‧쇼핑백작업 사업단 등 손대는 시장형 사업마다 줄줄이 성공시켰다. 특히 스팀세차사업단의 경우 올해 7호점까지 확장했고, 80대 참여자가 월 1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릴 정도로 양질의 시장형 노인일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편의점은 계산과 물건 진열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로 인해 노인들이 일하기 적합한 곳이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에서는 노인들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니어클럽 등과 협약을 맺고 실버편의점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노하우 부족으로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으로 인건비를 충당하는 상황이다.

남양주시지회 실버편의점 사업도 처음부터 꽃길을 걸은 건 아니다. 그간 대한노인회에서는 실버편의점을 운영한 적이 없어 GS리테일측에서 점포를 내주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이에 남양주시지회는 GS리테일측을 설득해 GS25 도곡효담점을 인수하게 됐다.

GS25 운영은 가맹조건에 따라 크게 3가지(1~3타입)로 나뉜다. 이중   ‘3타입’의 경우 본사에서 매장을 지원해주는 대신 매출의 41%를 수익으로 지급한다. 점주가 점포 임차비용을 내는 ‘1타입’(66%)의 비해 마진은 적지만 그만큼 초기비용도 적다. 기존 도곡효담점의 경우 경쟁력이 줄어 본사에서도 일매출 130만원 이상만 올려줄 것을 기대했지만 첫 달부터 예상을 뛰어넘은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운영 역시 처음엔 쉽지 않았다. 먼저 노하우를 전수받을 곳이 없었다. 남양주시지회 취업지원센터에서는 앞서 문을 열 실버편의점에 자문을 구했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또 1월부터 행정절차를 거쳐 3월 22일부터 2주간 인수작업에 들어갔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판매관리시스템(POS)을 활용한 계산에 어려움을 느낀 어르신 참여자 두 명이 포기한 것이다. 편의점의 경우 신용카드 단말기뿐만 아니라 통신사 할인, 기프티콘 사용법 등도 익혀야 해 젊은 사람들도 처음엔 힘겨워한다.

또 편의점 운영에 가장 큰 난관인 ‘담배’ 판매도 발목을 잡았다. 현재 편의점에서는 국산 담배만 90여종이 판매되고 수입 담배와 전자담배를 합치면 그 종류가 200종이 넘는다. 이로 인해 청년 아르바이트생들도 초반에 헤맬 정도이다. 실제로 인수인계 기간 어르신들이 제때 담배를 찾지 못해 계산줄이 길게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는 거기까지였다. 남양주시지회 취업지원센터와 박천흥 점장은 차근차근 어르신들을 보조하며 교육을 진행했고 그 결과 정식 오픈한 4월 8일에는 참여자 어르신들 모두 계산 업무에 능숙해졌다. 난관이었던 담배판매는 각 담배별로 번호를 붙이는 것으로 해결했다. 손님이 “44번 2개 주세요” 식으로 말하면 어르신들이 바로 꺼내서 줄 수 있게 한 것이다.

장누리 씨는 “처음에는 계산하는 게 겁이 나기도 했지만 적응되고 나니 일을 하는 게 보람있다”고 말했다. 

인근 PB상품 전문점과 경쟁하기 위해 박리다매 전략을 취한 것도 주효했다. 편의점은 매달 ‘1+1’, ‘2+1’ 등 행사상품을 판매하는데 이를 매장 전면에 배치해 손님들을 끌어모았다. 또 편의점 운영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점장으로 채용해 운영의 안정성을 높였다.

남양주시지회는 또 주변보다 높은 시급을 적용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했다. 

어르신들은 일주일에 하루 6시간씩 이틀을 근무한다. 최저임금보다 많은 9000원의 시급을 받아 매월 50만원 내외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공익형 노인일자리보다 20만원 가량 많은 것이다. 야간에 근무하는 청년들에게는 1.5배를 적용해 1만3500원 시급을 지급하고 있다. 

무엇보다 낮에는 노인이, 밤에는 청년이 매장을 운영하고 이 둘 사이를 50대인 점장이 이어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박천흥 점장은 “낮에는 연륜이 많은 어르신들이, 밤에는 체력이 좋은 청년들이 매장을 운영하고 남양주시지회에서 든든히 지원을 해주면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한 달만에 실버편의점 뿐만 아니라 대한노인회에 대한 평가도 바꿨다. 실제 GS리테일은 도곡효담점의 사례를 통해 다른 지역에서도 노인회와 손을 잡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원 남양주시지회 취업지원센터장은 “노인과 청년이 함께 운영하는 실버편의점이 안정되면 2호점, 3호점으로 점차 확대해나가겠다”면서 “실버편의점 운영에 관심있는 지회에도 아낌없이 노하우를 전수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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