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취미생활 2] 박사학위 취득한 임헌우 경기 안양시동안구지회장 “술 덜 마시려 시작한 공부… 밤 새우며 논문 썼어요”
[슬기로운 취미생활 2] 박사학위 취득한 임헌우 경기 안양시동안구지회장 “술 덜 마시려 시작한 공부… 밤 새우며 논문 썼어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5.21 15:14
  • 호수 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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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우 안양시동안구지회장은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지역 경로당 40여곳을 직접 방문, 600여명의 어르신을   직접 설문조사하기도 했다. 이때 작성한 설문조사를 쌓으면 어른 키에 맞먹을 정도다. 사진은 이때 작성한 설문지 일부와 임헌우 지회장의 모습.
임헌우 안양시동안구지회장은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지역 경로당 40여곳을 직접 방문, 600여명의 어르신을 직접 설문조사하기도 했다. 이때 작성한 설문조사를 쌓으면 어른 키에 맞먹을 정도다. 사진은 이때 작성한 설문지 일부와 임헌우 지회장의 모습.

68세 되던 해 박사학위 도전… 사무실 일찍 출근해 공부하는 등 강행군

“공부에는 적령기가 없어… 경로당‧노인복지 발전 위한 연구 계속”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노인의 경로당 여가프로그램 참여 활동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대인관계와 자아탄력성의 이중 매개효과 검증’.

지난해 12월 완성돼 올해 2월 국회도서관에 등록된 사회복지학 박사논문 제목이다. 경로당은 노인 복지의 중추 역할을 하는 시설이고 경로당 여가프로그램은 회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복지서비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에 대한 연구는 전무했다. 노인복지 향상에 꼭 필요한 이 연구를 해낸 것은 평소 “공부에는 적령기가 없다. 필요할 때 하는 것이 적령기”라는 지론을 가진 임헌우(71) 경기 안양시 동안구지회장이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임헌우 지회장은 일찍이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아 군 제대(1973년) 후 대기업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하게 된 후에도 매주 국제로타리클럽을 통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해 왔다. 그러다 임 지회장이 사회복지학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를 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그는 회사업무를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했고 매일 술을 마시는 생활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건강도 잠시 위협을 받았다. 

“대학원에 다니면 일주일에 이틀은 공부를 해야 하니 그만큼 술을 덜 마시고 건강도 챙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석사 과정을 밝게 됐어요.”

“지회장 돼서 경로당 현실을 더욱 알게 돼”

2년 반 학업에 매달린 임 지회장은 석사 학위를 땄고 건강도 회복했다. 한동안 봉사활동과 회사 운영에 매진하던 그가 박사학위에 도전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7년 대한노인회 안양시동안구지회장으로 취임한 후이다. 지역 내 140개 경로당을 꾸준히 돌아다니던 그는 여러 사정으로 절반 가량만 경로당 여가프로그램 예산을 지원받는 데다가 그것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에 불과하다는 현실과 마주한다. 헌데 경로당 어르신들의 여가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 보였다. 이때부터 경로당 프로그램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변에서도 노인복지 향상을 위해 박사학위 도전에 나설 것을 권유했고 결국 68세가 되던 2018년 성결대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학위 과정에 진학한다. 박사학위는 30~40대 젊은 사람들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논문을 완성하지 못하고 수료생으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체력도 뒷받침되지 않으면 쓰기 어렵다. 

임 지회장은 체력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뒷산에 오르고 하산할 때 야외 배드민턴장에서 배드민턴을 치며 체력을 단련해왔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바쁜 지회장 업무로 인해 공부를 해야 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에 임 지회장은 아침 운동을 포기하는 대신 사무실에 일찍 출근해 공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직원들에게도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 “직원들이 지회장이 일찍 출근하면 눈치를 볼까봐 신경쓰지 말고 정시에 출근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양해를 구했어요.” 

이후 매일 오전 6시에 사무실에 나와 8시까지 공부했다. 퇴근 후에도 오후 운동을 하고 난 후 나머지 시간에는 무조건 책을 들여다봤다. 논문을 준비하기 시작한 2019년부터는 새벽 2~3시에 자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도서관을 내집처럼 드나들며 읽은 논문만 수십권에 달했다. 하지만 내용이 빨리 눈에 들어오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젊은 시절과 달리 두세 번씩 읽어야 내용이 눈에 들어와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어요. 하지만 파고들수록 공부가 재미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임 지회장의 박사학위 논문의 핵심은 설문조사였는데 이를 수행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지역 내 여가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로당 40여곳을 직접 방문, 600여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경로당 어르신들 한 명 한 명에게 설문 항목을 일일이 설명하며 열정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를 취합해 결과를 도출하는 것도 난관이었다. 십수 개에 달하는 항목을 일일이 입력해야 했는데 이 과정 역시 일주일 이상 소요되기도 했다.  

올 2월 등재된 논문, 벌써 수차례 인용

이렇게 탄생한 그의 논문은 벌써 여러 학자가 인용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평생 한 번도 인용되지 않는 논문이 수두룩한 것과 비하면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임 지회장은 이러한 성과를 경로당 회원들과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경로당 회원들이 협조를 잘 해주셨고 직원들이 마치 어머니처럼 든든하게 지원해줘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임 지회장은 박사학위논문 외에도 3편의 학술논문을 작성하면서 사회복지학 박사로서 성공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는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 연구도 구상해 놓은 상태다. 그는 평소 대형 노인복지관을 여러 개 짓기보다는 경로당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소복지관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실제 지회장 취임 후 ‘개방경로당’ 사업을 진행해 경로당 회원과 지역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지혜를 끄집어내 이를 젊은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게 프로그램화 하는 방향도 고민 중이라고도 언급했다.

“대한노인회 임직원 여러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경로당 활성화와 노인복지 향상을 위해 계속 연구해나갈 계획입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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