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뉴딜(New Deal) 정책
노인을 위한 뉴딜(New Deal) 정책
  • 정재수
  • 승인 2009.02.1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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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929년 미국의 증권시세 폭락으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1930년대의 세계경제 대공황을 초래했다. 그와 같이 2007년 미국에서 시작된 비우량담보대출이 세계 경제 대공황을 다시 불러오지 않을까하는 불안과 우려를 떨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1932년 미국의 경제 공황기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Roosevelt)가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나는 미국 국민을 (지금과는 달리) 새롭게 대할 것을 여러분과 나 자신에게 맹세합니다(I pledge you, I pledge myself, to a new deal for the American people)”라고 말한 데서 ‘뉴딜’(New Deal, 새로운 처우, 새롭게 대함, 우리말로 정확히 한 마디로 번역하기 어려움)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됐다. 이 말에 크게 힘입어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뉴딜은 루즈벨트가 1933년 1월부터 1945년 1월까지 12년간 3번이나 대통령을 역임하면서 경제위기와 대공황을 극복한 전반적 국가정책의 대명사가 됐다.

특히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위기가 어쩌면 세계적 경제공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 속에 2009년을 맞으면서 노인일자리의 조건을 다시 생각해 보고 노인들을 다시 대할 필요가 있다. 무엇 보다 먼저 우리의 경제위기, 국가의 예산사정 및 기업의 고용사정 등과 같은 현실적 조건을 생각해서 노인을 새롭게 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노인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새롭게 대할 필요가 있다.

경제 위기가 아닌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소득이 가장 낮은 사람부터 가장 높은 사람까지 순서대로 나열해서 중간에 해당되는 사람 소득의 50%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비율)이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45%라는 분석이 한두 달 전에 나온 바 있다(이 통계는 경제위기가 아닌 2000년대 초중반의 자료를 갖고 분석한 것임). 경제위기 길어질수록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 가운데 41%는 취업을 원하고 있다. 특히 55∼64세까지는 72%정도가 일하기를 원하고 있고, 일 하기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를 벌기 위한 것이다. 이 만큼 일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과연 노인들의 취업욕구를 현실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먼저 고용의 현실적 조건에서 어떻게 노인을 새롭게 대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보자. 60세가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퇴직연령이고 연금수급 연령도 60세이기 때문에 60세 이상이면 정규노동시장에서 벗어난 상태라 할 수 있다.

60세 이상의 연령에서 재고용되는 경우 반드시 최저임금 조건을 고집해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 보다는 최저임금의 80∼100% 정도 범위 내에서 융통성 있게 고용계약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 생각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공익형 등 정부의 일자리 사업은 최저임금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이 같은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고용기간이 1년이 넘을 경우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 적용도 60세 이상 노인 고용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재고용의 경우는 고용기간이 1년이 넘더라도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융통성 있게 적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5대 보험 가입을 근로자와 고용주에 강제하는 것 보다는 건강문제와 관련된 국민건강보험 및 노인장기요양보험 그리고 근로에 따른 재해보상을 위한 산재보험만 의무화하고 다른 두 가지 보험, 즉 국민연금보험과 고용보험은 고용주와 상호 협의하여 융통성 있게 적용하게 하는 것도 현실적이다.

그리고 60세 이상의 노인을 재고용하는 경우 피고용자와 사용자의 협의에 의해 2년 이상 고용 시 정규직으로의 전환 규정도 융통성 있게 적용하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

이밖에 노인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새롭게 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육체노동이 아닌 이상 일은 신체적·심리적·사회적 능력이 조화돼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일에는 신체적 조건(건강)에 더해 인지능력과 언어능력도 있어야 하고, 대인관계 능력과 더불어 일을 잘 조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런데 나이는 실제로 신체적 능력이나 신체적 노화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80세 이상의 고령이 아닌 이상 나이가 들어도 지능에는 큰 변화가 없고, 일을 오래 해 온 경험이나 기술의 축적이 일을 더 잘 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라기보다는 노인과 나이에 대한 편견 때문인 경우가 훨씬 크다. 또한 이러한 편견으로 인해 나이가 들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다.

이제 우리사회는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도 보다 융통성 있게 근로조건을 적용하고, 노인과 나이에 대해서도 편견을 버리고 객관적 기준으로 노인을 새롭게 대하는 정책, 즉 노인을 위한 뉴딜(New Deal)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노인의 근로조건을 융통성 있게 적용하는 것을 악용하지 말아야 하지만 그 악용이 두려워 융통성 있는 적용을 주저하는 것은 노인을 위해 필요한 뉴딜 정책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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